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Dec 26. 2016

06. 왜, 어떻게, 무엇을 - 무엇을, 어떻게, 왜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

세상에는 수많은 조직 경영 이론과 경영 구조들이 있다. 자신들의 창업 문화나 창업 당시의 지분구조에 따라 여러 형태의 회사들이 존재한다. 몇 년에 한 번씩 잘 나가는 회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경영법이 재평가되고 보급되고 사라진다. 경영 구조 또한 최고 경영자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아 일하는 라인 조직, 전문가들의 지휘를 받는 기능 조직, 팀 조직, 프로젝트 조직이 있고 심지어 매트릭스와 네트워크 조직도 있다.

     
이런 구조에 따라 회사 조직도가 나뉘며 이에 따라 업무 지시나 업무 진행이 이루어진다. 무엇이 경영의 질을 높이고 생산성을 높이는가에 관한 연구는 기업이 생긴 이래 끝없이 변화하며 성장하고 있지만, 무엇이 최고의 방법인지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았다. 기업은 이 문제로 언제나 고민하고 공부하지만 누구에게나 정답인 경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있다. 경영 방식이나 기업 문화, 혹은 사업 영역이 전혀 다른데도 항상 성장하며 항상 혁신적이고 항상 성과를 내는 회사가 있다는 점이다. 결국, 어떤 기업이든 조직이든 그 일을 하는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일을 다루는 태도에 방법이 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나는 사이먼 시넥(Simon Sinek)이 스스로 ‘골든 서클’이라 부르는 어떤 논리에 감탄하고 말았다. 굳이 이론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단순한 발견인데도 말이다. 그것은 부하 직원들을 가르쳐서 일하게 만드는 방법 3가지다. 
     
첫 번째는 <무엇을> 하는지 가르치는 것이다. 이 회사는 무슨 일을 하고 <무엇을> 파는지를 설명한다. 골목 가장 안쪽에 들어와 장사하지만, 이 동네에서 빙수를 가장 잘 만들고 좋은 재료를 쓰며 메뉴의 양이나 질이 인근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것을 설명해주는 것이다. (사장의 속마음 : 자! 잘 팔 수 있겠지?)
     
두 번째는 해당 업무를 <어떻게> 하는지 가르치는 것이다. 주문은 <어떻게> 받고 어떤 식의 추가 질문을 통해 객단가를 올릴 수 있으며 남녀가 함께 온 고객이나 여자들끼리 온 고객에겐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가르칠 수 있다. 서빙이라면 그릇은 <어떻게> 잡고 손님에겐 <어떻게> 말하고 남은 그릇과 테이블은 어떤 방식으로 거둬가고 닦아야 효율적인지를 가르치는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어떻게> 하는지를 알아야 실무에 적응하고 급여의 가치를 창출해낼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사장의 속마음 : 자! 어떻게 하는지 알겠지?)
     
마지막으로는 <왜> 이 일을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이 마지막에 <왜>라는 방식에서 모든 기업이나 조직은 다른 기업이나 조직과 그 성과와 발전 속도가 달라진다. <왜> 이 일을 하는가에 가치를 부여하면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일일이 할 필요도 확인을 하거나 회의를 할 필요도 없어진다. 세상에 어떤 단체나 회사도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자기 회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고 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직원이 1,000명이 있는 회사라면 그 1,000명 모두 자신의 회사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일을 하는 1,000명 중에 일부는 아주 그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어떻게> 그 일을 하는지 알고 있다. 제품의 특성이나 서비스의 종류를 잘 알고 있고, 시장의 경쟁자들을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 잘 꿰뚫고 있는 세일즈맨도 있고, <어떻게> 상품을 만들어내는지, 그 방식이나 기술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직원들도 있다. 사람들을 잘 다루고 조직 내에 <어떻게> 활기와 역동성을 잘 부여하는지 아는 관리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직 안에도 <왜> 이 일을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몇몇 안 된다. <왜> 이 일을 하는지 아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회사는 단단하고 결속력이 강해지며 사회 내에서 그들의 가치를 표방해나가면서 지속 성장을 이룬다. <왜> 이 일을 하는지 알게 된 사람들은 결코 그들의 회사가 단순히 이익을 내기 위해 빙수를 만든다고 이해하지 않는다.
     
그들은 세상이 달콤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빙수를 만든다. 그들은 단지 편안한 잠을 위해서가 아니라 위안을 위해 침대를 만들고, 이동을 위해 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차를 만든다. 풍미보다는 연인의 유혹을 위해 포도주를 만들고, 명령 때문에 불 속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가치를 위해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사람이 소방관이다. 기술을 가르치기보다 사회의 변혁을 위해 선생 노릇을 하는 것이다.

신제품을 아름답고 싸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도전에 가치로 두거나, 음식을 맛있고 싸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 끼 식사로 가족을 느끼게 할 때 <왜> 일을 하는지에 대한 정의가 달라지기에 그에게 <무엇을> 혹은 <어떻게>를 가르칠 이유가 사라진다. 스스로 <어떻게>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왜> 이 일을 하는지 가치를 공감하게 하는 일이 가장 현명한 조직 경영의 근본 노하우다.
     
인간은 무엇을 하기 위해서 감정이 필요하지 않다. 그냥 시키면 하는 것이고 급여를 주면 당연히 할 것이다. 여기에 자발성은 없다. 그러나 인간의 감정을 건드리는 <왜> 해야 하는가를 이해시키면 스스로 자발성이 생기고 의욕이 만들어진다. 
     
<무엇은> 단순한 정보다. 듣고 기억하면 그만이다. <어떻게>는 기능이다. 손과 몸의 훈련으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왜>는 우리의 감정을 다스릴 열쇠다. 충성, 믿음, 정직 등 인간 본연의 가치를 갖게 하며 인간의 행동과 의사결정을 유도하고 이끈다. 우리는 안다고 행동하지 않는다. 아는 것은 아는 것일 뿐이다. 아이스크림이 맛있다고 아무 때나 먹지 않고 애국이 멋지다고 다들 군인이 되는 것도 아니며 고급이라고 명품을 사지도 않는다. 논쟁에서 졌다고 설득당하지도 않고 상대의 주먹 때문에 존경하지도 않는다. 마음은 힘이나 논리로 설득되지 않는다. 마음이 간 후 이를 논리적으로 포장하고 힘으로 강제할 뿐이다.
     
당신이 하는 일을 <왜> 하는지 모르면서 남에게 표를 구하거나 물건을 팔거나 계획에 동조하게 하려 한다면 이미 실패했다. 당신이 가진 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파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믿는 것을 팔아야 한다. 당신이 믿는 것을 믿는 사람을 찾아내서 함께 일하는 것이 참된 고용이다. 그것이 아니면 그냥 취직이다. 단지 그 일을 할 줄 안다는 이유로 고용했다면 그들은 돈을 위해서만 일을 할 것이고 더 많은 돈을 주지 않으면 떠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믿는 것을 믿는 사람을 고용한다면 그들은 당신과 같은 신념으로 일할 것이다. 그러기에 다그치고 가르치고 관리하고 평가할 이유가 사라진다.
     
<왜>가 사라진 조직은 서서히 죽어가고 <왜>가 설명이 안 되는 회사는 지속 성장할 수 없다. 당신의 조직이 많은 <무엇을>과 조금의 <어떻게>와 혼자 <왜>를 가진 상태라면 많은 <왜>를 가진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 무엇인가 성장하는 것은 모두 당신 같은 혁신가들이 초기 수용자(13.5%)들과 초기 대다수 수용자(34%) 같은 그룹을 설득해나가면서 변혁이 일어나고 성장을 증폭시킨 결과다. 혁신가들은 인구 대비 불과 2.5% 밖에 없다. 나머지 50%의 느린 수용자들과 아주 느린 수용자 중 조직 내에 <왜>에 대한 신념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으냐에 따라 그 성장이 결정된다. 우리가 정치 지도자를 지도자로 받아들이는 이유도 그들의 계획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영감에 감동하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05. 우리 가족은 어떤가요?_아이가 혼났을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