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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Dec 26. 2016

05. 우리 가족은 어떤가요?_아이가 혼났을 때

<아이 마음을 보는 아이 그림>

아이들은 엄마가 혼내는 모습을 과장해서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엄마가 혼낼 때 어떤 모습인지 아이를 통해 설명을 들으면 ‘내가 언제 그랬어?’ 라고 반문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어린아이들에게 기억의 왜곡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엄마의 표정을 그릴 때, 그리고 화를 내는 엄마의 말을 말풍선에 적을 때 “나 이런 말 한 적 없다”고 아이의 그림을 중단시키지 마세요. 이것은 아이가 인지하고 있는 화내는 엄마의 모습이기에, 내가 혼내는 모습을 아이가 이렇게 기억하고 있구나 하고 어머니에게도 알 수 있는 시간이 됩니다. 아이가 혼나던 상황을 왜곡된 모습으로 기억하거나 어머니께서 홧김에 말했던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면 아이에게 했던 말실수를 인정하고 좋지 않았던 기억들을 함께 수정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는 다음의 적절한 혼내기를 위해서도 도움이 됩니다.

아이는 본인이 왜 혼나게 됐는지에 대한 이유는 잊고 혼나던 순간의 부정적 상황만 기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순간이 무서워서 기억에 오히려 오래 남는 경우도 있지만 유아기 아이는 실수했던 기억을 쉽게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비슷한 실수를 반복합니다.

아이를 적절하게 혼내기는 항상 어렵습니다. 영유아기 때는 아이가 특히 호기심 때문에 실수를 많이 하므로 어떻게 혼내야 적절한지 초보 부모들은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칭찬해주고 격려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양육 요소이겠지만, 혼내기 역시 아이의 긍정적 발전을 위해 값진 교육이 될 수 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실수하는 것이 아이를 혼낼 때 화를 내는 것입니다. 혼내기와 화내기, 언뜻 비슷해 보이기도 하는 이 두 가지 방법은 ‘일정한 기준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구분됩니다. 즉, 혼내기는 일정한 기준이 있는 것이고, 화내기는 일정한 기준이 없는 것이지요. 언뜻 비슷해 보여도 이 둘은 아이 입장에서 큰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부모들도 사람인만큼 아이의 잘못에 화가 날 수도 있지만, 그 화가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의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이의 작은 실수에도 크게 화를 내는 경우가 있는데, 아이의 입장에서는 비슷한 행동을 했는데 부모가 어떤 날은 적당히 넘어가고, 어떤 날은 불같이 화를 낸다면 주눅이 들고 혼란스러워질 수 있습니다. 지키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의 양육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안정적이고 일관된 반응을 보이는 것입니다.

영유아기의 아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기심에 따라 행동했을 뿐인데 부모가 원치 않는 결과가 나왔다면, 이때 “엄마가 이거 건들지 말랬지” 혹은 “지금 네가 하는 행동은 나쁜 행동이야”라고 지적을 하는 것보다 이 물건에 손대지 말아야 하는 이유와 이 행동이 나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납득시켜 주세요. 처음에는 설명을 해도 너무 어려 잘 이해를 못하는 상황도 있겠지만, 아이에게 설명하는 것을 그만두지 마세요. 이유를 모른 상태에서 잘못되었다고 혼나기만 한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사랑받지 못하고 자랐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잘못을 하였다 해도, 많은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 아이에게 혼을 내는 것은 가능하면 피하도록 합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존재하고, 즉시 개입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가능하면 다른 사람들이 혼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쳐다보지 않는 상황에서 혼을 내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은 어리지만 수치심이라는 감정은 충분히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화내기나 비난, 위협, 체벌이 포함된 혼내기는 즉시 아이의 행동이 수정되는 효과는 볼 수 있지만 행동의 잘못된 이유보다는 그저 부모님께 혼나지 않기 위해서 행동을 수정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아이는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기르지 못하고 외부의 압박에 의해서만 행동이 수정되기에 자존감이 낮고 소극적이 아이가 되고 맙니다. 비난의 말 중 아이를 판단하는 말, 예를 들어 “넌 애가 왜 이렇게 산만하니” “넌 네 멋대로 굴어”와 같이 아이를 단정 지어 “너는 이런 존재다”라고 아이가 느낄 수 있는 말과 “네가 그렇지” “또 그럴 줄 알았다”와 같은 아이 전체를 부정하는 말은 특히 삼가야 합니다.

부모들은 특히 아이가 떼를 쓰는 행동을 할 때 쉽게 아이의 떼쓰기를 제압하기 위해 혼내는 행동을 취합니다. 이는 아이가 떼를 쓰면 부모에게도 스트레스지만 주변에 피해를 끼치게 될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무언가 실수를 해서 엄마가 혼을 내고 있습니다. 아이는 무엇을 잘못했고 엄마는 아이에게 뭐라고 말하고 있을까요? 엄마의 표정과 아이의 표정을 그려주세요.

상담 내용

여덟 살 여자아이가 그린 그림입니다.



아이는 “너 또 엄마 말 안 듣지” 라고 말풍선에 쓰고 화가 난 엄마의 얼굴을 생생하게 묘사했습니다. 주눅 들어 있는 아이의 얼굴도 생동감이 넘칩니다. 엄마에게 혼난 기억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시작하자 아이는 목소리가 빨라지고 눈동자가 커지면서 흥분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의 어머니께서는 “또 그랬어?” “너 또 왜 그래” 등의 말투를 자주 사용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의 행동에 대한 지적이 아닌 아이가 또 내 말을 듣지 않은 상황에 대한 지적이 아이의 기억에는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때의 상황을 회상해보니 엄마가 지적했던 부분을 자신이 반복적으로 잘못한 건 맞지만 혼날 때 엄마의 짜증 섞인 “너 또 엄마 말 안 듣지”라는 말을 듣는 순간 자신도 어떤 것을 잘못했다는 생각보다는 그런 짜증스러운 분위기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린다고 설명합니다. 아이들에게 단지 화를 낼 것이 아니라 부모님들이 기분이 상한 이유를 찬찬히 잘 설명해줄 필요성이 느껴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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