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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Dec 26. 2016

05. 배우자에게 돈, 지분, 신뢰를 맡기는 이유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

내가 가르치는 사업가들이 있다. 이들은 중앙대학교가 마련한 글로벌 경영자 과정에 들어온 중견 사업가들이다. 사업의 방향이나 목적을 비롯해 현실적인 사업 테크닉을 공부하고 싶어 모인 이들이다. 한 학기마다 45명씩 다양한 분야의 사장들이 매주 모여 깊이 있는 공부를 한다. 사장인 내가 또 다른 사장들의 스승이 되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일이다. 돈과 상관없이 하는 일은 사명이 된다는 말을 실감 나게 해주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이 과정 중에 배우자와 함께 참여하는 수업 날을 만들었다. 그리고 수업 전 주, 아무 이유 없이 배우자에게 꽃을 선물하라는 숙제를 낸다.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말이다. 제자들은 고맙다거나 사랑한다는 평소 마음을 담아 자신들의 배우자에게 꽃을 선물한다. 그리고 꽃을 건네는 장면을 찍어 내 페이스북 개정에 포스팅하며 과제를 마친다. 사실 이 숙제 때문에 많은 사업가의 아내가 꽃을 받고 감동해 울기까지 한다. 물론 또 무슨 사고를 쳤냐고 다그치는 사람도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이내 아무 이유 없이 꽃을 선물한 걸 알고는 너나없이 행복해한다.
     
그들은 모른다. 사업하는 사람은 모두 자신이 잘나서 그 자리에 있는 줄 안다. 하지만 배우자를 잘못 만났다면 사업적 능력조차 기를 기회가 없었을 것을 말이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어릴 적부터 뛰어난 수완으로 모두의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사업이라면 무조건 반대하는 아내를 만난 탓에 아무것도 시도하지 못했다. 결국, 어느 사장의 운전기사가 그의 마지막 직업이 되었다.
     
배우자는 사업가의 실제적 동반자다. 배우자는 자신이 사업을 하는 동안 가정에서 빈자리를 이끌고 실질적 조언을 주는 이다. 위험을 묵인하는 배짱으로 지원하거나 적극적인 지지로 사업을 함께하는 동업자다. 그들이 없었다면 당신의 사업도 없었다. 그런데도 사업가의 배우자를 성공에 묻어가는 무상혜택 수혜자처럼 대한다. 사회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그렇다. 사업이 번창하니 살림은 윤택해졌어도 남편의 성장은 신문에서나 읽게 되고 남편의 활동 영역과 만나는 사람들의 수준은 점점 높아져 위축감이 들기 일쑤다.

사업의 반은 ‘법적으로 내 것이다’라고 주장하자니 회사가 팔린 것도 아니고 생활비를 안 주는 것도 아니니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같이 사는 동안에 그 문제로 법정에 갈 수도 없다. 아내들은 불만의 근원이 어디서 온 건지도 모른 채 알 수 없는 불만이 쌓여간다. 사장인 남편은 아내가 사업에 관해 묻거나 확인하려 드니 화부터 내고 본다. 하지만 해결 방법은 어디에도 있기 마련이다. 
     
내 생각은 이렇다. 나는 모든 사업체의 법적 소유권에 상관없이 결혼 이후 성장한 모든 부분의 절반은 배우자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식당이건 상장회사건 상관없다. 그러므로 나는 회사 이익의 반은 배우자에게 배당하라고 가르친다. 지금 회사가 성장 단계라 반이나 배당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있고 추가 사업을 위해 유보금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하지만 그건 배우자의 몫이니 결정도 배우자가 하게 하라고 권유한다. 대신 배우자에게는 그 돈을 잘 관리했다가 자금에 문제가 생길 때 다시 빌려주라고 말한다. 회사 이익의 절반에 대한 자주권이 배우자에게 있고 그 돈을 직접 관리하고 소유할 수 있음을 인정해주라는 의미다.
     
사실 이렇게 하는 일이야말로 집안의 실질 자산이 확보되는 일이다. 남편의 사업이 잘된다 해도 회사의 돈이란 회사 내에서 없어지고 사라지기 마련이다. 돈은 집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실제 소득이 아니다. 그 집안의 실소득은 회사 장부상 순이익이 아니다. 아내에게 옮겨진 돈이야말로 실소득이다. 이런 식으로 배우자를 진정한 파트너이자 동업자로 대하는 순간 그 가정은 사업과 가정에서 모두 성공한다. 그러니 가장 소중한 파트너에게 꽃 한 다발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에게 가장 큰 자산은 배우자의 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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