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02. 산맥과 물길의 끝, 세상의 끝이 있는_아르헨티나

<내 차로 가는 세계 여행 2>

by 더굿북


2_3.jpg?type=w1200
꿈꾸는 여행자들의 최종 목적지
1.jpg?type=w1200
2.jpg?type=w1200


악마의 목구멍 이구아수 폭포

브라질의 이구아수에서 직접 운전하여 아르헨티나로 국경을 넘었습니다. 출국심사, 세관통과, 입국심사,세관통과 이 과정이 불과 30분 만에, 십 원하나 들지 않고 그냥 끝났습니다. 아르헨티나 쪽에서 보는 이구아수 폭포의 별칭은 ‘악마의 목구멍’입니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와, 폭포수의 물보라 때문에 사진도 제대로 찍을 수 없었습니다. 귀를 울리는 굉음과 함께 눈앞에 이런 장관이 펼쳐지니 순간적으로 그냥 뛰어 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섬뜩하고 소름이 끼칠 정도였습니다.

3.jpg?type=w1200 아르헨티나의 이구아수 폭포를 보러가는 진입로에는 ‘치타가 나오는 구역 이니 차에서 내리지 말라’는 경고판이 있었습니다.


세상의 끝, 우수아이아에 서다.

사흘간 부에노스에 머문 후 또 길을 나섰습니다. 3번 루트의 총 연장은 3,670km입니다.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남미 대륙의 끝인 우수아이아까지의 거리입니다. 지평선만 보고 달리면서 며칠째인지 헤아리다가 날짜 세기를 포기했습니다.

5.jpg?type=w1200 며칠 만에 만난 산이 반가워 환호성을 지르고 내려 사진까지 찍었습니다. 일주일 이상을 달리면서 지평선 말고는 본 게 없을 때 어떤 기분인지 궁금하시면 직접 달려보시기 바랍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공업도시 바이아블랑카(Bahia Blanca)를 거쳐 마젤란 해협을 건너 3,000km를 넘게 내려왔습니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습니다. 부에노스에서 머문 며칠을 제외하면 거의 열흘 동안 달려온 거리입니다. 아르헨티나에서 국경을 넘어 칠레를 거쳤다가 다시 아르헨티나로 넘어와야지만 이곳에 올 수 있습니다.

6.jpg?type=w1200


엘 핀 델 문도(El fin del Mundo). 스페인어로 ‘세상의 끝’이라는 뜻입니다. 세상의 끝, 대륙의 끝, 육지의 끝이라는 우수아이아(Ushuaia)에 드디어 닿았습니다. 여행을 꿈꾸기 시작하고부터 그렇게 원했던 이곳에 드디어 왔습니다.

7.jpg?type=w1200
8.jpg?type=w1200


세상의 끝에 있는 불의 땅, 티에라 델 푸에고

우수아이아 뒷산은 안데스 산맥의 끝자락입니다. ‘마르티알’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겨울에는 스키장으로도 이용되고 끝까지 올라가면 작은 빙하도 볼 수 있다지만, 지금은 눈도 거의 녹아 황량할 뿐입니다. 오후 늦게 발길을 돌려 우수아이아 서쪽에 있는 티에라 델 푸에고로 갑니다. 스페인어로 ‘불의 땅’이라는 의미인데, 아주 오래전 이곳을 찾은 마젤란이 원주민들이 절벽 위에 피워놓은 모닥불을 보고 붙인 이름입니다. 물론 지금은 ‘불의 땅’과는 상관이 없는 국립공원입니다.

9.jpg?type=w1200


입장료가 일인당 17,000페소, 우리 돈 3만 원 정도입니다.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는데 매표소 직원이 자기들은 저녁 8시까지만 근무한다고 윙크하며 귀띔을 주길래 시내로 되돌아 왔습니다. 밤 10시가 넘어도 훤한 곳이니 시가지를 구경하다 8시에 다시 찾아갔습니다.

우거진 삼림, 그리 험하지 않는 산책 코스, 여러 종류의 산길 코스가 잘 구비되어 있어 트래킹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입장료 이상의 가치와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장면은 아닌 것이 확실합니다. 이 나라의 국립공원이라는 이름값이나, 체면치레 정도는 충분히 하고도 남는 곳이었습니다.


세상의 끝에서 돌아가는 길, 돌고래의 환송

칠레로 가기 위해 마젤란 해협을 건너면서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4.jpg?type=w1200


페리를 따라 헤엄치는 이 녀석들을 잠깐 동안 볼 수 있었습니다. 저절로 감탄하게 되는 늘씬한 몸매, 장난스러운 눈매, 앙증맞은 얼굴, 돌고래야말로 진정한 이 바다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돌고래를 구경한게 아니고 물속의 돌고래가 나를 구경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02. 닉 부이치치의 왓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