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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an 05. 2017

02. 산맥과 물길의 끝, 세상의 끝이 있는_아르헨티나

<내 차로 가는 세계 여행 2>


꿈꾸는 여행자들의 최종 목적지


악마의 목구멍 이구아수 폭포

브라질의 이구아수에서 직접 운전하여 아르헨티나로 국경을 넘었습니다. 출국심사, 세관통과, 입국심사,세관통과 이 과정이 불과 30분 만에, 십 원하나 들지 않고 그냥 끝났습니다. 아르헨티나 쪽에서 보는 이구아수 폭포의 별칭은 ‘악마의 목구멍’입니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와, 폭포수의 물보라 때문에 사진도 제대로 찍을 수 없었습니다. 귀를 울리는 굉음과 함께 눈앞에 이런 장관이 펼쳐지니 순간적으로 그냥 뛰어 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섬뜩하고 소름이 끼칠 정도였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이구아수 폭포를 보러가는 진입로에는 ‘치타가 나오는 구역 이니 차에서 내리지 말라’는 경고판이 있었습니다.


세상의 끝, 우수아이아에 서다.

사흘간 부에노스에 머문 후 또 길을 나섰습니다. 3번 루트의 총 연장은 3,670km입니다.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남미 대륙의 끝인 우수아이아까지의 거리입니다. 지평선만 보고 달리면서 며칠째인지 헤아리다가 날짜 세기를 포기했습니다.

며칠 만에 만난 산이 반가워 환호성을 지르고 내려 사진까지 찍었습니다. 일주일 이상을 달리면서 지평선 말고는 본 게 없을 때 어떤 기분인지 궁금하시면 직접 달려보시기 바랍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공업도시 바이아블랑카(Bahia Blanca)를 거쳐 마젤란 해협을 건너 3,000km를 넘게 내려왔습니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습니다. 부에노스에서 머문 며칠을 제외하면 거의 열흘 동안 달려온 거리입니다. 아르헨티나에서 국경을 넘어 칠레를 거쳤다가 다시 아르헨티나로 넘어와야지만 이곳에 올 수 있습니다.


엘 핀 델 문도(El fin del Mundo). 스페인어로 ‘세상의 끝’이라는 뜻입니다. 세상의 끝, 대륙의 끝, 육지의 끝이라는 우수아이아(Ushuaia)에 드디어 닿았습니다. 여행을 꿈꾸기 시작하고부터 그렇게 원했던 이곳에 드디어 왔습니다.


세상의 끝에 있는 불의 땅, 티에라 델 푸에고

우수아이아 뒷산은 안데스 산맥의 끝자락입니다. ‘마르티알’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겨울에는 스키장으로도 이용되고 끝까지 올라가면 작은 빙하도 볼 수 있다지만, 지금은 눈도 거의 녹아 황량할 뿐입니다. 오후 늦게 발길을 돌려 우수아이아 서쪽에 있는 티에라 델 푸에고로 갑니다. 스페인어로 ‘불의 땅’이라는 의미인데, 아주 오래전 이곳을 찾은 마젤란이 원주민들이 절벽 위에 피워놓은 모닥불을 보고 붙인 이름입니다. 물론 지금은 ‘불의 땅’과는 상관이 없는 국립공원입니다.


입장료가 일인당 17,000페소, 우리 돈 3만 원 정도입니다.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는데 매표소 직원이 자기들은 저녁 8시까지만 근무한다고 윙크하며 귀띔을 주길래 시내로 되돌아 왔습니다. 밤 10시가 넘어도 훤한 곳이니 시가지를 구경하다 8시에 다시 찾아갔습니다.

우거진 삼림, 그리 험하지 않는 산책 코스, 여러 종류의 산길 코스가 잘 구비되어 있어 트래킹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입장료 이상의 가치와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장면은 아닌 것이 확실합니다. 이 나라의 국립공원이라는 이름값이나, 체면치레 정도는 충분히 하고도 남는 곳이었습니다.


세상의 끝에서 돌아가는 길, 돌고래의 환송

칠레로 가기 위해 마젤란 해협을 건너면서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페리를 따라 헤엄치는 이 녀석들을 잠깐 동안 볼 수 있었습니다. 저절로 감탄하게 되는 늘씬한 몸매, 장난스러운 눈매, 앙증맞은 얼굴, 돌고래야말로 진정한 이 바다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돌고래를 구경한게 아니고 물속의 돌고래가 나를 구경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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