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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an 05. 2017

03. 대통령이 되기 전, 링컨은 뛰어난 변호사였다.

<사람을 움직이는 질문의 힘, 결정적 질문>

재판에서 이루어지는 질문은 어떨까? 변호사는 재판에서 증인신문을 진행한다. 그런데 쉬운 질문만 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신문에서는 증인의 신경을 건드릴 만한 질문을 해 일부러 화를 돋우기도 한다. 그러나 변호사가 증인과의 논쟁에서 지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변호사는 질문자, 증인은 답변자이기 때문이다. 질문자는 자기 좋을 대로 질문하고, 답변자는 질문에 맞는 대답을 해야 하므로 언제나 논쟁은 질문자에게 유리하다.

     
그러면 한때 변호사로 일하다가 미국 대통령이 된 링컨의 반대신문을 살펴보자. 이 사건은 피고인이 야외에서 피해자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살인죄로 기소된 사건으로, 링컨은 피고인의 변호를 맡았다. 링컨은 최후의 증인신문에서 피고인이 권총으로 피해자를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증인을 불러냈다. 
    

 
  (링컨) “당신은 사건 직전까지 록우드와 함께 있었으며, 그가 총을 쏘는 것을 보았습니까?”
(증인) “예. 그렇습니다.”
(링컨) “당신은 그때 록우드의 바로 곁에 서 있었습니까?”
(증인) “아니요. 그와는 약 6m 정도 떨어져 있었습니다.”
(링컨) “3m가 아니었습니까?” 
(증인) “확실히 6m 혹은 그것보다 먼 거리였습니다.” 
(링컨) “그곳은 탁 트인 들판이었습니까?”
(증인) “아니요. 숲 속이었습니다.”
(링컨) “주로 무슨 나무가 많았습니까?”
(증인) “너도밤나무입니다.”
(링컨) “8월이면 잎이 상당히 무성했겠군요.” 
(증인) “예. 그랬습니다.”

(링컨) “이 권총이 그때 사용한 총이 맞습니까?”
(증인) “그런 것 같습니다.”
(링컨) “피고인이 사격하는 장면을 보았습니까? 총신을 어떻게 다뤘는지, 세세한 것까지요.” 
(증인) “예.”
(링컨) “현장은 집회 장소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었습니까?”
(증인) “약 1.2km입니다.”
(링컨) “전등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증인) “목사석 옆쪽 위에 있었습니다.”
(링컨) “1.2km 떨어진 곳이라는 거죠?”
(증인) “예. 아까 대답한 그대로입니다.” 
(링컨) “그럼 록우드나 그레이슨이 현장에서 양초를 들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까?” 
(증인) “아니오. 못 봤습니다! 양초 같은 게 왜 필요하죠?”
(링컨)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그가 총을 쏘는 장면을 보았습니까?”
(증인) “달이 떠 있었으니까요!”

(링컨) “밤 10시였는데도 총을 쏘는 모습이 보였다는 겁니까? 전등에서 1.2km쯤 떨어진 너도밤나무 숲 속에서요? 권총의 총신이 보였다고요? 그 남자가 발사하는 모습을 보았다고요? 6m 떨어진 곳에서 말입니까? 그것도 달빛에 비쳐서요? 전등이 있는 집회 장소가 1.2km나 떨어져 있었는데요?”
(증인) “예. 아까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링컨은 상의 주머니에서 달력을 꺼내 천천히 펼친 후 배심원과 재판장에게 보여 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그날 밤은 달이 뜨지 않았습니다. 달이 뜬 시각은 다음날 새벽 1시였습니다.”
   
링컨의 뛰어난 반대신문으로 증인의 위증이 밝혀진 것이다. 링컨이 이렇게 질문하지 않고 처음부터 “당신은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날 10시에는 달이 뜨지 않아 사격하는 장면을 볼 수 없었습니다.”라고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증인은 금세 “생각해 보니 그날 현장 가까운 곳에 양초가 켜져 있었습니다.”라고 거짓말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링컨의 질문을 받은 증인은 이미 자기 입으로 “가까운 곳에 양초나 전등은 없었고 달빛이 유일한 조명이었다.”고 시인한 터였다.
     
논쟁에서는 이처럼, 질문하는 사람은 유리하고 대답하는 사람은 불리하다. 따라서 논쟁을 유리하게 전개하려면 답변자가 아닌 질문자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논쟁을 주도하여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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