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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an 06. 2017

03. 세상의 끝에서 사 먹는 라면 맛은?_칠레

<내 차로 가는 세계 여행 2>

상상할 수 있는 한계, 그 이상의 바람이 부는 곳


세상의 끝자락에서 사 먹는 라면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한국인 숙소에서 우리 젊은 여행자들 간에 논쟁이 벌어진 걸 가만히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었습니다. 푼타 아레나스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라면집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세상의 제일 끝에 있는 라면집이니 꼭 가서 먹어봐야 한다는 갑론과, 아무리 그래도 값이 너무 비싸다는 을박이 팽팽히 맞서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가서 먹어보았습니다. 아마 이 세상에 있는 라면집 중에 세상의 끝에 가장 가까운 가게일 것입니다. 한마디 보태자면, 라면에 날계란 한 개 톡 넣은 거로 끝내지 말고 대파라도 몇 조각 쫑쫑 썰어 넣고, 깍두기 몇 점이 어려우면 하다못해 단무지 다섯 조각쯤이라도 함께 제공한다면 고가 논쟁에서는 해방되리라 믿습니다. 내 차의 짐칸에도 비상식량으로 몇 봉의 라면이 있었습니다만 세상의 끝에서 먹는다는 의미가 담긴 라면도 확실히 별미였습니다. 라면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파타고니아를 제대로 즐기러 출발합니다.


바람이 지배하는 곳 파타고니아

위도와 경도의 의미를 정확히 아시나요?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삼아 지구를 세로로 180칸 구분한 것이 경도입니다. 적도를 0도로 삼고 이를 기준으로 가로줄로 구분한 것을 위도라고 합니다.

남위 약 40도 이남 지역을 통틀어 흔히들 파타고니아(Patagonia)라고 합니다. 지도를 열어 이 지역을 살펴보면 그냥 흰색 덩어리로 표시된 부분이 많습니다. 사람의 발길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빙하 지역입니다.

오로지 아르헨티나와 칠레 두 나라의 영역만 존재하고 있습니다. 남미대륙을 타고 내려온 안데스 산맥의 끝. 노르웨이보다 훨씬 복잡하고 거대한 규모의 피오르드 해안과 빙하들은 세계 최고의 절경이지만 험준한 지형, 수많은 호수 등으로 길을 낼 엄두조차 못 내는 곳입니다.


그냥 ‘바람의 대지’라고 불리는 게 아닙니다. 대부분의 나무들이 휘어서 자라고 있습니다. 이 지역 들판의 모든 나무들은 땅바닥에 넓게 납작 엎드려 옆으로 자란 모양새입니다. 어쩌다 키가 큰 나무들은 수십 년, 혹은 그 이상 오랜 세월 동안 바람에 맞서느라 모두 한 방향으로 휘어져 자랐습니다. 그만큼 바람이 강하게 부는 곳입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푸른 우윳빛 호수


국립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배낭에 침낭과 텐트, 먹거리 등을 챙겨 산을 오릅니다. 가장 힘들다는 칠레노 산장까지의 코스를 헉헉대며 겨우 올라갔습니다. 산장 인근에는 텐트 칠 자리조차 없어 냇가에 겨우 바닥을 고르고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비가 내리는 기색만 있어도 대피할 각오를 했는데 아침까지 그냥 곯아떨어졌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새벽에 일어나 일출 사진을 찍으러 뛰다시피 올라 갔을 텐데 해가 중천에 떠오르고 나서야 겨우 일어나 억지로 몇 컷 찍었습니다.


몇 시간 동안의 등반 끝에 도착한 미라도르 라스 토레스, 토레스 전망대에서는 푸른 우윳빛의 호수를 내려다보고 있는 삼 형제 봉우리를 볼 수 있습니다. 오른쪽은 해발 2,700m의 토레 데 몬시노, 가운데는 2,800m의 토레 데 센트럴, 왼쪽은 2,850m의 토레 데 아고스티니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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