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지는 시절 그대를 다시 만나다>
戍鼓斷人行(수고단인행) 수루의 북소리에 발길 끊어지고
邊秋一鴈聲(변추일안성) 변경의 가을 외기러기 울고 가네
露從今夜白(로종금야백) 이슬은 오늘 밤부터 하얗게 내리고
月是故鄉明(월시고향명) 달은 고향의 달처럼 밝으리라
有弟皆分散(유제개분산) 형제가 있으나 모두 흩어져
無家問死生(무가문사생) 생사 물어볼 집조차 없다
寄書長不達(기서장부달) 편지 부쳐도 늘 전해지지 않는데
況乃未休兵(황내미휴병) 하물며 전쟁마저 그치지 않는구나
- 月夜憶舍弟(월야억사제) : 이 시의 제목이다. 사제(舍弟)는 한 집안에 살던 동생을 가리킨다. 반대말은 사형(舍兄)이다. 당시 두보에게는 두영(杜潁), 두관(杜觀), 두풍(杜豊), 두점(杜占) 등 4명의 동생이 있었다. 안록산의 난으로 황급히 헤어진 뒤 서로 소식을 몰랐다. 두보의 동생들은 하남지방과 산동지방에 흩어져 살고 있었다. 이 시는 당숙종 건원 2년(759) 진주(秦州) 일대를 유랑할 때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 戍鼓(수고) : 밤 시간을 알리기 위해 수루(戍樓)에 있는 북을 칠 때 나는 소리를 가리킨다.
- 邊秋一鴈聲(변추일안성) : 변추(邊秋)는 가을을 맞이한 변경을 뜻한다. 안사의 난 이후 토번이 서북 지방을 침범했으므로 지금의 감숙성 천수현(天水縣) 일대인 진주(秦州)를 변(邊)이라고 한 것이다. ‘추변(秋邊)’으로 된 판본도 있다. 일안(一鴈)은 형제가 여기저기에 한 명씩 흩어져 있다는 뜻이다. 기러기는 무리를 지어 날기에 형제를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형제도 없이 외로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는 외기러기의 뜻인 고안(孤鴈)이라는 표현을 쓴다.
- 露從今夜白(로종금야백) : 백로절(白露節)이 됐다는 뜻이다.
- 月是故鄉明(월시고향명) : 고향에서 동생들과 함께 보던 달이라는 뜻이다.
- 有弟皆分散(유제개분산) : 당시 4명의 동생 가운데 막내인 두점(杜占)만이 두보 곁에 있었다.
- 況乃未休兵(황내미휴병) : 황내(況乃)는 ‘하물며’의 뜻으로 황차(况且)와 같다. 병(兵)은 전쟁을 뜻하는 병란(兵亂)의 의미다.
‖감상‖
이 시는 건원 2년(759) 7월에 두보가 화주사공참군(華州司功參軍)의 관직을 사퇴하고 서쪽으로 가다가 진주(秦州)에 머물 때 지은 것이다. 동생들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전란으로 인해 형제가 흩어진 채 소식조차 알 길이 없는 상황에서 가을이 오자 동생을 그리는 정을 못 이겨 시를 지었다. 하얗게 변한 이슬과 싸늘하게 빛나는 달은 두보의 처량한 심경을 대변한다. 전란 중에 소식도 전할 길 없는 답답한 심사를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