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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an 10. 2017

05. 남미의 자존심, 남미 여행의 진수_페루

<내 차로 가는 세계 여행 2>

수백 년의 고결함을 간직한 고대 문명


사람도 차도 고산병에 걸리는 높은 도시 푸노

우로스에서 다시 배를 타고 땅을 밟았습니다. 티티카카 호숫가의 야트막한 언덕에 넓게 자리 잡은 도시, 푸노(Puno)입니다. 해발 3,800m에 이르는 고산도시입니다. 당연히 조금만 빨리 걸어도 금방 불쾌해지고 두통이 심해집니다. 보통 사람들은 해발 3,000m를 넘어서면 고산병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구토, 몸살기, 극심한 두통, 어지럼증, 안구 피로, 호흡곤란. 참 고약한 병입니다. 이미 몽골과 파미르에서도 몇 번 경험했으며 남미로 와서도 제법 많은 날을 보냈기에 견딜 만해졌습니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고 차입니다. 3,500m를 넘어서자 차가 고산병을 심하게 앓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씨름을 하고 있습니다. 고도에 따른 기압차로 인해 디젤 연료와 압축 공기와의 혼합 비율이 미세하게 달라져, 엔진이 식어버리면 시동이 잘 걸리지 않습니다.


세상의 배꼽 쿠스코(Cusco)

비를 맞으며 쿠스코로 들어왔습니다. 고대의 잉카인들은 이곳을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말로 ‘배꼽’이라는 뜻의 ‘쿠스코’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잉카제국에서 가장 번성한 잉카 문화의 중심 도시였습니다.

쿠스코 시내에서 마추픽추 입구인 산타 테레사(Santa Teresa)까지 직선거리는 70km에 불과했지만 내 차로는 222km를 달렸습니다. 그중 마지막 구간은 한참 비포장도로입니다. 차를 세워두고 택시로 비포장길 10km를 더 가서 내립니다. 더 이상은 차로 갈 수 있는 길이 없는 대신 기찻길이 있습니다. 깎아지른 절벽 아래, 급류가 되어 흐르는 우루밤바 강과 나란히 있는 철로 위를 약 10km 정도 위태롭게 걸어서 드디어 마추픽추의 최종 관문인 마을, 아과스 칼리엔테스(Aguas Calientes)에 당도합니다.


잉카의 심장잃어버린 도시 마추픽추

철부지 중학생이었던 내게 세계여행의 꿈과 동기를 부여한 것은 이곳의 사진 한 장이었습니다. 그로부터 4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나도 이 자리에 와서 우두망찰 섰습니다. 똑같은 자리에 서서 똑같은 잉카의 유물을 보며 감동하며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하니 감사의 마음과 함께 형언할 수 없는 뜨거운 감격이 가슴 한 켠에서 솟아오름을 느꼈습니다.


잉카의 완벽한 도시원형이 발견된 최초의 유적지로, 1911년 발견될 때까지 400년간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았습니다. 늘 산허리에 걸린 구름에 가려져 있거나, 워낙 가파른 산봉우리 위에 존재하고 있어 스페인 군대도 이곳에 도시가 있으리라 짐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침략자의 손길을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 도시를 발견했을 때도 가재도구나 생활의 흔적은 일체 없었고 도시 원형만 고스란히 있었다고 합니다. 학자들은 경작지 규모나 창고의 크기를 보아 이곳에 최대 1만여 명이 거주했을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그렇지만 그 많은 사람이 모두 어디로 간 것인지 또 사라진 이유가 무엇인지 아직까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


이 봉우리 꼭대기에 어떻게 물이 흐르고 있는지 신기할 뿐입니다. 천 년 세월이 지난 지금도 바윗돌 위를 깎아 만든 수로를 따라 물이 흐르는 걸 보고 있으니 전신에 전율이 번집니다. 실로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 어떤 방법으로 이 첩첩산중, 이 가파른 경사지에 돌을 운반했을까. 절단기도 없던 그 시절에 어떻게 돌을 잘랐을까. 기중기도 없는 그 당시에 어떻게 이 큰 돌들을 쌓았을까. 오랜 세월 동안 수차례 대지진에도 굳건히 버티고 있는 이 유적지를 보면 답은 간단합니다. 우주인이 만든 게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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