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의 위험한 폭로>
세 사람은 조용히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적어도 그들 눈에 띄는 사람은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내려 스노든을 따라 1014호실로 갔다. 그는 전자 카드로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까지도 이미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묘한 접촉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쓸데없는 헛수고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극도로 민감한 기밀에 접근하기에는 이 마르고 학생 같은 청년은 확실히 너무나 풋내기가 아닌가?’ 그린월드는 긍정적인 사고를 최대한 발휘하고자 노력했다. ‘그가 정보원의 아들이거나 개인 비서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이 만남은 시간 낭비에 쥘 베른 소설에나 나올 법한 장난질이다.’
포이트러스 역시 넉 달 동안 정보원과 비밀리에 연락을 주고받아왔다. 포이트러스는 자신이 그를, 적어도 온라인상의 그를 안다고 생각했다. 포이트러스 또한 지금 이 상황을 인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가 몇 살인지 들었을 때 거의 기절할 뻔했습니다. 머릿속을 재정비하는 데 꼬박 24시간이 걸렸죠.”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Joseph Snowden)
그날 하루 동안 스노든은 모든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자신이 29세이며 NSA에서 일했다고 했다. 하와이 섬 쿠니아에 있는 NSA 지역 작전본부에서 근무했으며, 2주 전 직장을 버리고 여자 친구에게 작별을 고한 후 비밀리에 홍콩행 비행기에 올랐다고 했다. 그리고 노트북 네 대를 가져왔다. 노트북에는 철저하게 암호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스노든은 이 노트북으로 NSA 및 GCHQ의 내부 서버에서 빼낸 문서에 접근했다.
실제로 노트북에는 수만 건에 달하는 문서가 저장되어있었다. 대부분이 ‘일급비밀’로 분류된 문서였다. 일부에는 영국식 기밀분류 단계 중 상위에 속하는 ‘일급비밀 스트랩 1’이라는 표시가 있었고, 최상위 비밀에 속하는 ‘스트랩 2’ 단계 문서도 있었다. 제한된 안보관계 고위관료 집단을 제외하고는 이런 종류의 문서를 본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스노든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서들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정보 누출임을 인정했다.
널브러진 국수 그릇, 지저분한 식기 등 몇 날 며칠 룸서비스만으로 식사를 해결해온 흔적이 보였다. 2주일 전 자신의 이름으로 미라 호텔에 투숙한 후 밖으로 나가는 위험을 무릅쓴 것은 단 세 번이었다고 했다. 스노든이 침대에 앉아 있는 동안 그린월드는 그에게 어디에서 일했는지, CIA에서 일할 당시 상관은 누구였는지, 이 일을 벌인 이유는 무엇인지 질문을 퍼부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린월드의 명성이 위태로워질 수 있었다.
<가디언> 편집자들의 명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스노든의 이야기가 진실이라면 언제라도 CIA 특공대가 이 방으로 쳐들어와 스노든의 노트북을 압수하고 그를 끌고 갈 수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내 스노든이 가짜가 아니라고 확신하기 시작했다. 그가 제시한 정보는 충분히 신빙성이 있었다. 또한, 그가 내부 고발자가 되기로 한 이유 역시 설득력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시스템 관리자로 일하면서 NSA가 보유한 엄청난 감시 능력의 전체를 볼 드문 기회를 얻었고, NSA가 저지르고 있는 어두운 이면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을 명쾌한 설득력을 더해 차분하게 설명했다. 그는 NSA가 대통령뿐 아니라 ‘누구든지’ 도청할 수 있다고 했다. 원칙적으로 NSA는 외국 표적에 관한 정보, 즉 기술적 첩보(SIGINT)만을 수집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원칙이 완전히 무시된다고 했다.
NSA는 이미 미국 시민 수백만 명으로부터 메타데이터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전화 기록, 이메일, 표제 정보, 제목을 승인 또는 동의 없이 수집했다. 이 정보를 이용하면 친구나 연인, 감정의 기쁨과 슬픔 등 한 개인의 삶 전체를 모두 들여다볼 수 있었다. 또한, NSA는 GCHQ와 함께 전 세계를 연결하고 있는 해저 광섬유 케이블에 도청 장치를 부착했다. 덕분에 미국과 영국은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의사소통 내용 중 상당 부분을 판독할 수 있게 되었다. 비밀 법원은 통신사들에 대해 데이터 제출을 강요하고 있었다.
한술 더 떠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심지어 스티브 잡스의 애플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많은 실리콘 밸리 기업들이 NSA와 엮여 있다고 스노든은 말했다. NSA는 이런 거대 기술기업들의 서버에 ‘직접 접근’한다고 주장했다. 스노든은 미국 정보기관들이 전례 없는 감시 능력을 누리면서 자신들의 활동에 관한 진실을 감추고 있다고 했다.
만약 국가정보국 국장 제임스 클래퍼( James Clapper)가 NSA의 활동에 대해 국회에 고의로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그는 중대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또한, NSA는 미국 헌법과 사생활보호권을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다. 심지어 NSA는 안전한 은행 거래 업무를 확보하기 위해 사용되는 온라인 암호 소프트웨어에도 은밀하게 접근하여 시스템을 취약하게 만들었다.
스노든이 이야기하는 내용 속에 등장하는 NSA의 행동은 마치 20세기 디스토피아 소설에서 골라 모은 것 같았다. 올더스 헉슬리나 조지 오웰의 작품에서 본 것과 같았다. 하지만 NSA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그것뿐만이 아닌 듯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디에서든 모든 사람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하여 이를 무한정 저장하는 것이다. 이것은 중대한 전환점을 의미한다. 프라이버시가 완전히 사라진 것과 같기 때문이다. 정보기관들이 개성과 자기표현의 장인 인터넷을 장악한 것이다.
스노든은 ‘파놉티콘(panopticon)’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것은 18세기 영국 철학자이자 법학자인 제러미 밴담(Jeremy Bentham) 이 고안한 신조어다. 파놉티콘이란 죄수 자신은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만, 교도관은 언제라도 그들을 볼 수 있게 고안된 교묘한 원형 감옥을 의미했다. 스노든은 이것이, 자신이 폭로를 결심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삶과 직장을 내던진 이유라고 했다. 그는 그린월드에게 “나는 내가 말하는 모든 것, 내가 하는 모든 일, 내가 말하는 모든 상대, 사랑 또는 우정의 모든 표현이 기록되는 세상에 살고 싶지 않다.”라고 했다.
이후로 몇 주 동안 스노든의 주장은 유례없는 논쟁에 불을 붙였다. 백악관과 다우닝가는 격분했고, 스노든이 홍콩에서 빠져나가 라틴아메리카로 망명을 시도하다 모스크바에 발이 묶이는 와중에 국제적인 대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제임스 본드의 나라 영국에서는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지만)에서는 안보와 시민의 자유권, 언론의 자유와 프라이버시 사이의 적절한 균형에 관해 활발한 논의가 벌어졌다.
미국 정계는 과도한 양극화 양상을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파 자유주의자와 좌파 민주당원 모두가 스노든을 지지하고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조차도 이 논의가 벌써 이뤄졌어야 했으며 개혁이 필요하다고 수긍했다. 하지만 미국이 스노든의 여권을 말소하고 간첩 혐의를 물어 러시아 정부에 그의 신병 인도를 촉구하는 사태를 막지는 못했다. 스노든의 이야기를 출판하고자 하는 투쟁 과정에서도 기자들은 각양각색의 법률과 실행 가능 여부, 편집과 관련된 문제를 겪었다.
이 일은 몇몇 유명 신문과 글로벌 웹사이트, 그리고 몇몇 제휴 언론사가 지구에서 가장 강한 권력을 지닌 사람들에게 대항하는 싸움이었다. 그리고 이는 영국 GCHQ 보안 전문가 두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지하실에서 <가디언>의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를 파기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언론사 하드 드라이브를 박살 낸 이 사건은 서구 저널리즘과 국가에 대항하는 저널리즘의 투쟁 역사 속에서 특히나 기괴한 에피소드였다.
홍콩 호텔 방에 앉아 이 모든 사태를 일으킬 스위치를 당기는 스노든은 침착했다. 그린월드 말에 따르면 스노든은 머리로, 가슴으로, 그리고 정신으로 자신의 행동이 올바르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스노든은 자기가 폭로를 감행한다면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중대한 결정을 내린 여름날, 그는 평온하고 침착한 기운을 뿜고 있었다. 그는 바위처럼 단단한 내적 확신에 도달해 있었다. 아무것도 그를 움직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