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왜 미국은 스노든을 빨리 찾지 않았나?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

by 더굿북

매카스킬은 <가디언>에서 가장 명망 높은 기자로 성장했다. 영국 신문업계는 전화 도청, 강탈, 속임수, 기타 비열한 배신행위가 들끓는 곳으로 악명 높았지만 매카스킬은 공명정대한 사람이었다. 높게 평가되는 경력을 쌓아오면서 매카스킬은 정도를 벗어난 일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매카스킬이 청렴결백한 성격을 지니게 된 이유는 자유장로교회 신자인 부모님에게 받은 영향인 듯하다. 그러나 매카스킬은 15살 때 무신론자가 됐고 다시는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그는 지금 그린월드가 말하는 불가사의한 ‘NSA 내부고발자’가 실재 인물인지 입증하는 난해한 임무를 맡았다. 6월 3일 월요일 그린월드와 포이트러스가 처음으로 수수께끼 정보원을 찾으러 간 동안 매카스킬은 주룽 W 호텔에 편히 머무르고 있었다. 매카스킬은 그날 지하철을 타고 홍콩 섬으로 가서 옛날에 자주 가던 곳을 돌아보며 시간을 보냈다. 덥고 습한 날이었다.

그날 저녁 그린월드는 터무니없게 젊긴 하지만 스노든이 진짜 같다는 소식을 가지고 돌아왔다. 스노든은 매카스킬을 만나는 데 동의했다. 그들은 다음 날 아침 택시를 타고 미라 호텔로 갔다. 1014호실로 들어갔을 때 매카스킬은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누군가를 보았다. 그 젊은이는 하얀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은 평상복 차림이었다. 그가 묵는 방은 비좁았다. 하와이를 떠날 때 스노든은 그리 많은 짐을 챙겨오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노트북 4대가 있었고, 그중 가장 큰 노트북에는 하드케이스가 딸려 있었다.

매카스킬과의 만남은, 그가 아이폰을 꺼내 보일 때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스노든은 전기 꼬챙이에 찔리기라도 한 듯 기겁했다. “그때 내가 아이폰을 가지고 그를 만나러 간 행동은 NSA를 그의 호텔 방으로 불러들이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스노든은 NSA가 휴대전화를 마이크 달린 추적 장치로 바꿔놓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철저한 보안을 요구하는 이 일에 휴대전화를 가지고 들어온 일은 매우 초보적인 실수였다. 매카스킬은 즉시 방을 나가 휴대전화를 밖으로 던져버렸다.

스노든은 놀라울 만큼 신중을 기했다. 방 외부 복도에서 누군가가 도청할 수 없도록 문에 베개를 쌓아놓았다. 베개는 문 양쪽 절반 높이까지 쌓여 있었고 아래쪽에도 놓여 있었다. 컴퓨터에 암호를 입력할 때는 몰래카메라로 암호를 알아낼 수 없도록 자기 머리와 노트북 위로 거대한 자루처럼 생긴 커다란 붉은색 모자를 썼다. 그는 웬만해선 노트북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그가 방을 비운 세 번의 경우엔 고전적인 스파이 수법을 아시아 환경에 맞게 바꿔서 사용했는데, 컵에 물을 담아 문 뒤에 놓고 그 옆에 휴짓조각을 놓는 방법이었다. 휴짓조각에는 간장으로 특정한 무늬를 표시해두었다. 물이 휴지에 쏟아지면 그 무늬가 달라지므로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스노든은 편집증에 시달리고 있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이 어떤 문제에 봉착해 있는지 알고 있었다. 주룽에 머무르는 동안 언제라도 누군가 문을 부수고 쳐들어와 자신을 끌고 갈 수 있다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

“나는 CIA에 붙잡힐 수 있습니다. CIA 요원이 뒤쫓아올 수도 있고 제3의 협력자가 추격할 수도 있죠. CIA는 여러 국가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삼합회(홍콩을 거점으로 한 중국의 범죄 조직)나 그들의 협력자에게 의뢰할 수도 있어요. 근처에 있는 홍콩의 미국 영사관에도 CIA 근거지가 있습니다. 다음 주면 그들은 무척 바빠지겠죠. 얼마나 오래 계속될지 몰라도 아마도 평생 짊어져야 할 공포일 겁니다.”

스노든은 전화 회사 버라이즌(Verizon)으로부터 미국이 메타데이터를 대량으로 수집하고 있다는 첫 번째 기사가 나가기 직전까지 심리적으로 극도로 취약한 상태였다. 왜냐하면, 스노든의 NSA 폭로 기사가 나가면 그를 찾아내려는 각고의 움직임이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언론이 일종의 보호막이 되어줄 것이라는 기대도 했다. 기사가 나가기 전까지 기자들에게도 분명히 위험이 존재했다. 비밀정보를 가지고 있다가 잡히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스노든은 홍콩이 중화인민공화국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자유롭다는 평판과 언론의 자유를 존중하는 전통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또한, 미국인인 자신이 결국 홍콩에 올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매우 큰 비극’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는 언제 내부고발자가 되겠다는 운명적인 결정을 하게 되었을까? “마음에 걸리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모든 사실을 알고 나면 그중 일부는 권력 악용이라는 걸 깨닫게 되죠. 부정행위를 인식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집니다. 어느 날 갑자기 아침에 일어나서 폭로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닙니다.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죠.”

모든 이야기가 이해가 됐다. 하지만 스노든 경력에는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스노든은 대학교에 가지 않았으며 대신 메릴랜드 지역 대학에 다녔다고 말했다. 매카스킬은 의아했다. 어떻게 스노든 같은 똑똑한 사람이 학위가 없으며, 또 어떻게 그렇게 짧은 시간에 이처럼 대단한 경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 스노든은 스파이로 일하면서 놀랄 만큼 짧은 기간 동안 계약직이든 정규직이든 간에 NSA, CIA, 국방정보국(Defense Intelligence Agency: DIA)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모든 정보기관에서 일했다.

het.jpg?type=w1200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를 다룬 영화 <스노든>


그러자 스노든은 미국 특수부대에 들어가기 위해 기본적인 훈련을 받았지만, 다리가 부러지는 바람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세상에! 이건 정말 판타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모험소설과도 같았습니다.” 매카스킬은 믿기 어려운 소설 같은 이야기가 진실이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핵심 쟁점으로 옮겨갔다.

“당신이 하려는 일은 범죄입니다. 남은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게 될 것입니다.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정말 그럴 만한 가치가 있습니까?” 스노든이 대답했다. “우리는 정부에서 저지르고 있는 범죄행위를 충분히 보아왔습니다. 내게 혐의를 씌운다면 그 주장이 위선이죠.” 그는 앞으로 자기에게 좋은 일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자기가 내린 결정을 후회하지 않으며 ‘내가 하는 모든 일과 모든 말이 기록되는’ 세상에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NSA는 거의 모든 것을 도청할 수 있는 기반시설을 구축해왔습니다.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주고받는 의사소통 대부분을 자동으로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그는 연방 기관들이 인터넷을 장악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인터넷을 인류 전체를 감시하는 기계로 변화시켰다. 매카스킬은 영국 하원 통신원으로 일하던 시절부터 누설자들을 만났다. 정치인이 대부분이었다. 야심을 위해 정보를 유출하는 이들도 있었고 복수심에서 유출하는 이들도 있었다. 많은 사람이 불만을 늘어놓았고, 무시당했다고 느끼거나 출세 기회를 놓쳤다는 등 폭로의 원인은 대부분 천박했다. 하지만 스노든은 달랐다.

“그는 이상주의 관점을 지녔습니다. 그의 폭로는 애국심에서 우러난 행동이었죠.” 스노든은 인터넷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가장 중요한 믿음을 강조했다. 스노든의 검은색 노트북 중 하나에는 이런 그의 태도를 보이는 표시가 있었다. 인터넷 투명성을 옹호하는 미국 집단인 전자자유포럼(Electronic Freedom Forum)이 배부하는 스티커였다. 스티커에는 “나는 온라인 권리를 지지합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스노든은 품위 있고 정중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천성적으로 상냥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무척이나 수줍음을 탔어요. 많은 사람이 그가 유명 인사가 되고 싶어서 일을 벌였다고 하겠지만, 그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매카스킬이 스노든의 사진을 몇 장 찍었을 때 그는 눈에 띄게 불편한 모습이었다. 사실 스노든은 감시를 뒷받침하는 기술적인 세부 사항을 이야기할 때 가장 즐거워 보였다.

“GCHQ는 NSA보다 더 심합니다. 한층 더 깊이 침투하고 있어요.” 이것은 또 하나의 깜짝 놀랄 정보였다. 매카스킬과 그린월드는 스노든을 방문할 때 그가 체포되어 어두컴컴한 현대판 강제수용소에 갇혀 사라지고 없을지 모른다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6월 5일 수요일에도 스노든은 여전히 미라 호텔에 있었다. 아직 그 누구도 그를 잡아가지 않았다. 이는 좋은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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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소식은 NSA와 경찰이 하와이의 스노든 집에 있는 여자 친구를 찾아갔다는 것이었다. 자동으로 작동되는 NSA의 절차는 스노든이 출근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스노든은 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한 모습이었지만,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NSA 비밀 폭로와 그 내용이 미국의 감시 상황과 관련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에만 초점을 맞췄다. 이제 그는 몹시 고뇌했다.

“가족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릅니다. 내가 가장 걱정하는 문제는 내 가족, 친구, 애인을 그들이 추적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나와 관계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쫓겠죠. 이런 생각으로 밤에 잠을 이루기 힘듭니다.”

달갑지 않은 NSA가 집으로 찾아온 일은 놀랄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제 스노든이 그들 레이더에 걸려들었으므로 홍콩 은신처 역시 곧 발각될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 이유야 어찌 됐든 스노든은 NSA의 최고 기밀문서를 대규모로 빼내 왔다. 매카스킬은 스노든에게 동정심을 느꼈다. 여기 곤경에 처한 젊은이가 있다. 그의 미래는 암울했다. 스노든은 매카스킬의 자녀와 거의 같은 나이였다. 아직 CIA는 그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은 스노든 사건에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 중 하나다. 왜 미국은 더 빨리 스노든에게 접근하지 않았을까? 스노든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들은 그가 홍콩으로 갔다는 비행 기록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스노든은 1박에 330달러짜리 미라 호텔에 자기 이름으로 투숙했다. 심지어 숙박대금을 개인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있었으며, 추적자들이 카드를 막을까 걱정하고 있을 정도였다. 설명할 수 있는 한 가지 가설은, 미국이 공산국가인 중국에서 활동하기를 꺼린다는 추측이다. 또는 미국이 보기보다 그리 전능하지 않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이후에 백악관이 홍콩에서 스노든을 송환하려는 시도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관료적 무능함이라는 결론이 더 맞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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