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스노든의 노트북은 고성능 폭약이었다.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

by 더굿북

2006년 초 법무부와 NSA 소속 변호사들은 현재 스텔라 윈드에 관해 자세한 정보를 보고받고 있는 비밀 해외정보감시 법원의 철저한 조사를 잘 넘길 수 있는 법적 허가를 꾸며내는 데 골몰했다. 그 해답이 바로 악명 높은 애국자 법 제215조, 이른바 ‘업무 기록 조항’이었다. 9·11 테러 이후 통과되어 이미 시민 자유주의자들의 혐오를 받고 있던 제215조. 정부는 이제 그 어느 기업에라도 ‘진행 중인’ 테러 수사와 ‘관련 있는’ 사항을 넘기도록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었다.


대규모 메타데이터 수집을 이 법적 요건에 모두 끼워 맞추기란 어려워 보였다. 모든 미국인의 전화 기록이 실제 진행 중인 수사와 관련이 있는지 밝혀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메타데이터는 수사에 앞서 발생하며 수사 실마리를 찾아내기 위한 환경을 만드는 일괄적인 정보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새로 정보를 보고받은 해외정보감시 법원은 수용적인 태도를 보였다. 해외정보감시 법원의 마이클 하워드(Michael Howard) 판사는 2006년 5월 24일 기밀 판결문에서 통신회사들이 원하던 법원 명령서를 발부하면서 “청구된 구체적인 사항이 FBI가 실시하고 있는 승인받은 테러 수사와 관련 있다고 믿을 타당한 근거가 있다.”라고 썼다.

헤이든 다음으로 NSA 국장을 맡은 키스 알렉산더(Keith Alexander)는 2013년 10월 29일에 열린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통신회사 및 인터넷 제공 회사와의 관계를 설명했다. “우리는 업계에 도움을 요청해왔습니다. 요청? 좋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해서 우리는 법원 명령에 따라 이런 방식으로 우리에게 협조하도록 업계에 강요해왔습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법원 명령에 따라 업계에 강요하도록 ‘업계’가 강요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옳을 것이다.

이후 맹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해외정보감시법 수정안(FISA Amendments Act: FAA)은 미국인과 외국인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통신 도청을 합법화하고 승인했다. 외국인은 테러 용의자일 필요가 없었다. 단지 외국 첩보정보를 보유하고 있다고 ‘타당하게’ 의심받고 있기만 하면 됐다. 또한, 실제로 외국에 거주하고 있을 필요도 없다. 도청 당시 외국에 있었다고 ‘타당하게’ 의심받고 있기만 하면 됐다. 이에 대한 승인은 해외정보감시 법원으로부터 1년에 한 번 한꺼번에 떨어질 것이다.

이 법안에서 가장 중요한 한 조항은 대규모 감시 행위에 참여하는 모든 전자 통신회사에 명시적으로 면책특권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면책은 소급 효력과 장래 효력을 동시에 지녔다. 기본적으로 NSA에 협력한 모든 민간기업이 향후 형사고발이나 재정적 피해에 직면할 일은 없었다. 해외정보감시법 수정안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이던 2008년 중반에 통과됐다. 이는 NSA가 거둔 대단한 성공이었다. 행정부의 전적인 주도로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은 채 비밀스럽게 시작된 작전이 이제 국회로부터 명백한 승인을 얻었고, 상당수 국회의원은 그 중대성을 거의 모르고 있었다. 이제 NSA 사전에는 ‘702’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이는 해외정보감시법 수정안이 변경한 해외정보감시법의 법조문을 가리키는 용어로, 이제부터 NSA가 수행하는 해외 및 표면상 테러 관계 정보수집의 상당 부분을 용인해주는 근원이 될 것이었다.

시민 자유주의자들은 치열하게 겨루던 경쟁에서 후퇴했지만 패배했다. “분명히 이 법안은 대규모 통신 정보수집을 할 것이다. 그중에는 분명 미국인과 관련된 정보도 있을 것이며 개별적인 혐의가 없어도 실행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문제에 이의를 제기할 수단도 없다.”라고 미국 시민연맹은 격렬히 경고하고 나섰다. 마치 그 옛날 영국 식민지 정부가 발부했던 일반 영장(General Warrants)과도 같았다. 이는 미국의 독립혁명과 헌법 제정을 가져왔던 매우 불합리한 압수수색의 근거였다.

6월 하원에서 해외정보감시법 수정안은 239 대 129라는 표 차이로 통과했다. 반대표를 던진 129명 모두가 민주당원이었다. 하지만 정보위원회 소속 민주당원들은 대개 찬성표를 던졌다. 그중에는 위원회 베테랑 제인 하먼(Jane Harman)과 그녀의 전임자이자 현 하원 대변인 낸시 펠로시도 있었다. 초기에 가졌던 의구심을 극복한 듯했다. 상원에서 이 수정안은 69 대 28이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통과됐다. 반대표는 모두 민주당에서 나왔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부분은 NSA를 지지한 민주당원들이었다. 그중에는 다음 해 정보위원회 위원장이 된 다이앤 파인스타인(Dianne Feinstein)도 있었다. 법안 통과 당시 정보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제이 록펠러(Jay Rockefeller) 역시 찬성표를 던졌지만 <뉴욕타임스>가 똑같은 감시 활동을 폭로했을 당시 그는 이를 맹비난했었다. 세 번째 인물은 21세기 초 진보진영의 기대주, 초선 일리노이 주 연방상원의원이자 헌법학 교수였다.

버락 오바마는 2007년 초기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 거리연설에서 이렇게 맹세했다. “미국 시민을 불법으로 도청하는 일은 더는 없을 것입니다. 범죄 혐의가 없는 미국 시민을 염탐하는 국가보안 서신은 더는 없을 것입니다. 잘못된 전쟁에 항의할 뿐인 시민을 추적하는 일은 더는 없을 것입니다. 귀찮다고 해서 법을 무시하는 일은 더는 없을 것입니다.”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내다보고 있었고, 이후 대통령에 오른 오바마는 2008년 7월 9일 해외정보감시법 수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해외정보감시법 수정안 통과로 무영장 감시를 둘러싼 정치 논쟁은 주변으로 밀려났고, 이에 쏠려 있던 대중의 관심과 이목은 이미 다른 관심사들로 옮겨갔다. 오바마 집권 중에 애국자 법 및 해외정보감시법 수정안 갱신 등 감시 관련 투표가 주기적으로 있었지만, 관심을 가진 사람은 비교적 소수에 불과했다. 오바마는 자신이 관장한 대규모 감시 활동에 대해 그 어떤 정치적 대가도 치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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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 중 하나는 해외정보감시법 수정안 통과로 NSA가 실행하는 대규모 정보수집 활동이 다시 비밀에 휩싸였다는 점이었다. 몇몇 강박적인 사람들은 스텔라 윈드라는 작전명을 알았지만, NSA가 모든 미국인의 전화 메타데이터를 비밀리에 저장하고 있다는 공개적인 증거는 없었다. NSA가 순조롭게 착수한 프리즘이라는 프로그램 하에서 모든 주요 인터넷 서비스 회사와 정보를 쓸어 담는 협정을 맺었다는 공개적인 증거도 없었다.

하지만 경고는 있었다. 2011년 정보위원회 일원인 오리건 주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론 와이든(Ron Wyden)이 <와이어드(WIRED)> 기자 스펜서 애커먼(Spencer Ackerman: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가디언> 국가안보 편집자가 된다)과 나눈 이야기다. 그는 애국자 법에 대한 중요 표결 직전 한 원내 연설과 인터뷰에서 “정부가 비밀리에 애국자 법을 기존의 법 조항과 완전히 다르게 해석하는 바람에 국회가 표결로 승인하지 않은 새로운 법이 되어버렸다.”라고 완곡하게 말했다. “국민이 생각하는 애국자 법의 내용과 미국 정부가 비밀스럽게 만들어버린 애국자 법의 내용에는 차이가 분명합니다. 이런 차이는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그는 그 차이를 미국 국민이 알게 되면 깜짝 놀라고 충격에 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밀정보를 보호하겠다고 서약한 와이든은 자기 말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설명하기를 거부했다. 결국, 온갖 의혹과 불가사의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민은 그들의 이름으로 실행되고 있는 미국 최대 규모의 국내외 감시 프로그램의 실상에 접근하지 못했다. 이러한 많은 이유로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이 홍콩행 비행기에 오를 때 그의 노트북에 저장된 자료는 고성능 폭탄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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