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나는 내가 옳다고 믿는 일을 했다.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

by 더굿북

7월 2일 러시아 정부는 가스수출국 포럼 정상회의를 주최했다. 회의 참석자 중에는 볼리비아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Evo Morales)도 있었다. 원주민 출신으로서 대통령 취임 연설문 낭독에 어려움을 겪은 모랄레스는 미국 정권을 좋아하지 않았다. 러시아투데이 스페인어 채널과 인터뷰를 가진 모랄레스는 스노든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사전 준비 없이 답변하는 가운데 대통령은 스노든으로부터 망명 요청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약 요청을 받는다면 볼리비아는 그를 호의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답했다.


그날 오후 모랄레스와 수행단은 모스크바를 떠나 볼리비아로 향했다. 이륙한 지 몇 시간이 지났을 때 기장이 골치 아픈 소식을 전했다. 프랑스와 포르투갈이 모랄레스 대통령 전용기의 자국 영공 통과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사태는 점점 나빠졌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역시 허가를 취소했다. 좌절한 기장은 오스트리아 당국과 연락을 취해 빈에 비상착륙해야 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미국 정보기관 내부인이 “모랄레스가 스노든을 전용기에 숨겨 태웠다.”라고 백악관에 제보한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스노든이 비행기에 타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결국, 백악관은 잘못된 정보를 근거로 유럽 동맹국들에 대해 긴급 지원 요청을 한 것이다. 이는 교묘한 러시아의 허위 정보 유출의 결과였을 수도 있다. 아니면 전형적인 CIA의 대실책이었거나.

빈에서는 볼리비아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루벤 사베드라(Ruben Saavedra)가 공항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미국이 뻔뻔스럽게도 작지만 엄연한 주권 국가를 모욕했다고 분개했다. 스노든이 비행기에 몰래 탔느냐는 질문에 사베드라의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 “거짓말, 허위 정보입니다. 미국 정부가 만들어낸 말이겠죠. 이는 대단히 무례한 행동입니다. 그리고 권력 남용입니다. 국제항공운송 관습과 협정을 분명히 위반한 행동입니다.”라며 분노했다.

라틴아메리카 좌파 정부들이 곧이어 분노를 표출했다. 볼리비아의 부통령 알바로 가르시아(Alvaro Garcia)는 모랄레스 대통령이 ‘제국주의에 의해 납치’되었다고 발표했다.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에콰도르를 비롯한 여러 나라가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빈 공항 VIP 라운지에서 다시 이륙하기까지 15시간 동안 고립되어 있어야 했다. 볼리비아에 도착한 모랄레스는 강요에 의한 비행 변경을 ‘북미 제국주의’의 ‘공공연한 도발’이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이는 수치스러운 에피소드였다. 워싱턴에서는 국무부가 스노든의 비행기 탑승 문제를 다른 국가들과 논의했음을 인정했다. 미국의 성급한 개입은 언제라도 국제적 규범을 짓밟을 준비를 한, 공격적인 놀이터의 불량배로 희화한 미국의 모습에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동시에 라틴아메리카로 가겠다는 스노든의 계획은 성공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스노든이 러시아로 간 지 3주가 지났을 때 타냐 록시나(Tanya Lokshina)는 이메일을 한 통 받았다. 록시나는 모스크바에 있는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의 부대표다. 적대적이고 종종 공격적인 러시아 정부로부터 러시아 시민사회를 보호하는 그녀의 일은 쉽지 않다. 2011년 5월 푸틴이 대통령으로 복귀한 이후 단체의 업무는 한층 더 힘들어졌다. 푸틴은 구소련 붕괴 이후 인권을 가장 심각하게 탄압해왔다.

록시나는 공항으로 향하는 급행열차에 올라탔다. 공항에서 록시나는 버스에 타고서 다른 입구를 향해 갔다. 그리고 그곳에 스노든이 있었다. 스노든은 기분이 좋은 듯 보였고 구겨진 회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위키리크스의 직원 새러 해리슨도 함께했다. 록시나는 스노든과의 첫 만남을 다음과 같이 기억한다.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정말로 그가 어려 보인다는 것이었다. 꼭 대학생 같았다.”

책상 뒤에 서서 스노든은 준비해온 성명문을 읽었다. 목소리는 다소 높았고 군데군데 목이 쉰 듯한 소리가 났다. 그는 수줍고 초조해 보였다. 이번이 그가 처음으로 갖는 공개적인 언론 회견이었다. 동시에 기이한 회견이기도 했다. 수년간 러시아 정부는 인권단체를 서구의 첩자이자 하인이라고 헐뜯어 왔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예우를 받고 있었다. 러시아 정부는 정치적 중대 국면을 만들고자 안달이 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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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에드 스노든입니다. 한 달 남짓 전까지 제게는 가족이 있었고, 천국 같은 곳에 집이 있었으며, 아주 편안하게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수색영장 없이도 여러분들의 통신 내용을 포착해서 읽을 수 있는 능력도 지니고 있었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계속 성명문을 읽어 나갔다. “ 언제, 누구의 통신 내용이든 나는 볼 수 있었습니다. 이는 사람들의 운명을 바꾸는 권력입니다. 동시에 중대한 법률 위반이기도 합니다. 내 조국의 수정헌법 제4조와 제5조, 세계인권선언의 제12항, 그리고 그 같은 대규모 침투성 시스템을 금하는 수많은 법규와 조약에 어긋납니다.”

그가 성명문 낭독을 다시 시작했을 때 요란한 안내방송이 그를 막았다. 스노든은 쉰 목소리로 “지난 몇 주 동안 이 방송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해리슨은 이제 안내방송에 너무 익숙해져서 실제로 따라 말할 수 있을 정도라고 농담을 던졌다. 스노든이 제기한 실질적인 주장은 흥미로웠다. 그는 미국의 해외정보감시법에 대한 법정의 판결은 ‘불법적인 일을 덮어놓고 합법화’했으며, 이는 ‘반드시 증명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정의의 개념을 타락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자기 행동의 근원을 1945년 뉘른베르크 재판에 비교하면서 “개인은 국가적인 복종 의무를 초월하는 국제적인 의무를 진다.”라는 구절을 인용했다. 이어서 그가 의도적으로 미국의 국가안보를 해치거나 심지어 심각한 피해를 주기 위해 작정했다는 비난에 대해 항변했다.

“이런 이유로 나는 내가 옳다고 믿는 일을 했으며 이런 범법행위를 바로잡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나는 부를 추구하고 있지 않습니다. 미국의 비밀을 팔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제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외국 정부와 협력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대신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사태를 우리가 밝은 곳에서 논의하도록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공개했고 세상에 정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염탐행위를 공개하겠다는 도덕적인 결정은 비싼 대가를 치렀지만, 이는 옳은 일이었고 나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다음 발표가 이어졌다. 스노든은 러시아에 망명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자신의 망명 신청이 주변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내린 임시적인 조치이며, 라틴아메리카로 갈 수 있을 때까지만 머무를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밝혔다. 그는 인권 운동가들에게 미국과 유럽에 대해 자신의 움직임에 개입하지 말라는 탄원서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회견은 45분 후에 끝났다.

스노든이 러시아에 계속 머무르게 된 것은 본의가 아니었다. 그는 러시아에 갇힌 신세였다. 하지만 러시아 체류는 원칙에 입각한 망명과 도피라는 자신의 이야기를 훨씬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제, 그가 정치적 망명자가 아니라 자기 조국과 그 비밀을 소련에 팔아먹은 영국의 변절자 킴 필비의 21세기판이라고 더 수월하게 비난할 수 있게 됐다. 1960년대에 소련으로 망명했다가 이후 평생 그곳에서 비참한 시간을 보낸 NSA 분석가 버논 미첼(Bernon F. Mitchell)과 윌리엄 마틴(William H. Martin)에 비유하는 비평가들도 있었다.

이런 비유는 부당했다. 스노든은 반역자가 아니었다. 그는 미첼이나 마틴, 필비 같은 사람들과 달랐다. 그러나 좋든 싫든 이 30세 미국인은 현재 보호와 후원을 받기 위해 러시아 정부와 정보기관에 의지하는 신세가 되었다. 반면 푸틴은 스노든을 새롭게 시작된 거대한 게임에 사용할 인질, 그리고 모스크바의 영원한 적수 워싱턴을 난처하게 만들 절호의 기회라고 보았다.

스노든의 러시아 도착과 동시에 한 가지 의문이 점점 더 격렬하게 몰려오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스노든의 NSA 문서를 입수했을까? 6월 24일 <뉴욕타임스>는 ‘주요 정부 정보기관에서 일하는 정보 전문가 두 명’의 말을 인용했다. 이 전문가들은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중국 정부가, 스노든이 홍콩에 가져간 노트북 네 대의 내용물을 빼내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노든은 재빠르게 이러한 언론의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또한, 그는 어떤 NSA 문건도 러시아 정부에 일절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스노든은 7월 그린월드와 진행한 두 차례의 인터뷰에서 “나는 양쪽 정부에 어떤 정보도 주지 않았으며, 그들은 내 노트북에서 그 어떤 것도 절대 가져가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린월드는 스노든을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스노든은 디지털 자기방어에 매우 능했다. 그가 CIA와 NSA에서 일하던 당시 그의 업무 중 하나는 미국 국가안보 공무원과 CIA 직원들에게 데이터 보호방법을 가르치는 일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스노든은 현재 자기가 강의해오던 대상과 정확히 일치하는 적대적인 환경, 즉 외국 정보기관 요원에게 둘러싸인 상황에 놓여 있었다.

스노든은 전 공화당 뉴햄프셔 주 재선 상원의원 고든 험프리(Gordon Humphrey)와 이런 내용에 관해 서신을 교환했다. “당신이 정보 요원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정보를 유출하지 않았다는 가정 아래 나는 미국 헌법의 중대 위반 행위라고 생각하는 사태를 폭로한 당신이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험프리는 스노든을 가리켜 ‘점점 커지는 우리 정부의 오만함’을 밝혀낸 ‘용기 있는 내부고발자’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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