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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Feb 06. 2017

03. 사람을 사로잡는 1%의 매력

<스무 살 클레오파트라처럼>

기원전 51년. 프톨레마이오스 12세는 클레오파트라를 여왕으로 선포하고 눈을 감았다. 여왕의 자리에 오른 클레오파트라가 처음 한 일은 그동안 쌓은 경제지식을 활용, 파산 위기에 몰린 국가를 구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집트의 화폐 가치를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강제 공채를 발행했다. 이는 수출의 급격한 증가와 국고 수입의 증가로 이어졌다. 덕분에 이집트 경제는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 뒤로도 그녀는 다른 무엇보다 경제를 우선시하는 정책을 강력하게 밀고 나갔다. 그 결과 이집트는 그녀가 통치하는 내내 ‘부자 나라’라 불릴 수 있었다. 이집트의 경제를 단기간에 안정시킨 클레오파트라는 그 여세를 몰아 종교를 안정시켰고, 당시 서양 최강대국인 로마와의 외교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그녀는 시리아를 다스리던 로마 장군 비불루스의 두 아들이 살해되자 신속하게 범인을 체포해서 인계했고, 당시 로마 최고의 실력자이자 이집트 왕가의 동맹자인 폼페이우스와의 관계를 돈독히 했다. 
     
클레오파트라가 이집트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있을 때, 알렉산드리아의 반 클레오파트라 세력은 환관 포티누스를 중심으로 은밀히 뭉쳤다. 그들은 마치 우리나라의 친일파 같은 자들이었다. 사실 기득권 세력은 처음에는 여왕에 대해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들은 여왕을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여왕은 눈부시게 총명했고, 뛰어났다. 그들은 도저히 여왕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하여 더러운 음모를 꾸몄다. 환관 포티누스가 앞장섰다. 포티누스의 음모는 먹혀들었고, 여왕은 하루아침에 반역자가 되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녀는 알렉산드리아를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지만, 사막을 떠도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굴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의 얼굴이 새겨진 화폐를 발행해서 군대를 양성, 진짜 반역자들이 있는 알렉산드리아를 향해 진군했다. 포티누스를 중심으로 한 기득권 세력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들도 허수아비 왕의 이름으로 군대를 동원, 여왕의 군대를 맞으러 나갔다. 양쪽 군대는 나일 강 동쪽에 있는 펠루시움에서 맞붙을 작정이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터졌다. 로마에서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 사이에 내전이 일어났다. 결과는 카이사르의 승리였다. ‘불굴의 대장군’이라 불리던 폼페이우스는 한순간에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 폼페이우스는 급히 이집트로 피신했다. 오랫동안 이집트 왕실의 보호자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집트 왕에게,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환관 포티누스 일당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얼마 뒤 폼페이우스의 뒤를 쫓아 펠루시움에 도착한 카이사르는 폼페이우스의 머리를 선물 받고 통곡한다. 그리고 준엄한 얼굴로 왕과 포티누스 일당을 꾸짖는다. 포티누스 일당은 카이사르가 폼페이우스의 머리를 받으면 곧바로 로마로 돌아가리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카이사르의 속셈은 달랐다. 그는 이집트의 실질적인 통치자가 될 생각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이집트 기득권 세력을 장악해야 했다.
     
이때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사건 중 하나가 일어난다. 클레오파트라가 카이사르를 만나기로 한 것이다. 아니, 카이사르를 자신의 남자로 만들기로 했다. 당연히 모두가 여왕의 계획을 반대했다. 카이사르가 누구인가. 로마의 귀부인들은 물론이고 각국의 공주들과 여왕들을 애인으로 두고 있는, 남자들의 숨을 멎게 하는 미녀가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는 것으로 유명한, 희대의 미녀 밝힘증 환자이자 세계 최고의 바람둥이 아니던가.
     
클레오파트라, 그녀의 외모는 어떠한가. 금붕어처럼 툭 튀어나온 두 눈, 매부리코, 여기저기 깨지고 검게 착색된 치아들, 사각 턱, 두툼한 목덜미, 통통한 손발과 허리, 150㎝쯤 되는 작은 키, 거무칙칙한 피부……. 한마디로 추녀의 조건은 모두 갖춘 외모다.
     
측근들의 반대가 너무 격렬했기 때문일까. 여왕은 깜깜한 밤에 하인 한 명만 대동하고 주둔지를 빠져나와 알렉산드리아 왕궁으로 향한다. 그리고 기적처럼 카이사르와 만난다. 여기에 대해서 우리는 보통 이렇게 알고 있다. 하인이 나체 또는 반나체 상태의 클레오파트라를 카펫 속에 숨겨서 카이사르에게 배달했고, 카이사르는 카펫에서 나온 벌거벗은 젊은 여왕의 미모에 넋이 나갔다고. 그렇게 두 사람의 연애가 시작되었다고.
     
그러나 이 전설 같은 이야기를 세상에 처음 전했다고 알려진 고대 그리스의 작가 플루타르크의 기록에는 클레오파트라가 카펫에서 나왔다고만 되어 있지, 나체라든가 반나체로 나왔다는 내용은 전혀 없다. 결정적으로 플루타르크는 여왕의 얼굴과 몸매에 대해 ‘전혀 특별하지 않았다. 매우 평범했다’는 식의 기록을 남겼다. 그러니까 플루타르크는 카이사르가 여왕의 육체적 매력에 넘어갈 확률을 0%로 보았다.
     
그리고 당시 서양 세계에서 지적 능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 중 한 명이었던 클레오파트라가 남자들이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몰랐을까? 카이사르가 어떤 남자인지 몰랐을까? 당연히 잘 알았다. 그러니까 그녀는 ‘자신에게 없는 것’, 즉 미모라든가 성적 매력 같은 거로 카이사르를 사로잡을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다.    

클레오파트라는 ‘자신에게 있는 것’으로 카이사르를 사로잡을 작정이었다. 그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플루타르코스의 의견을 빌리자면 ‘인문학적 지혜로 가득한 대화’였다. 그날 밤 두 사람이 나눈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절세 미녀가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던, 클레오파트라 같은 외모를 지닌 여자를 경멸하고 혐오하던 희대의 난봉꾼 카이사르가 그녀가 입을 열자마자 그녀에게 매혹당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얼마 뒤에는 그녀를 마치 여신 바라보듯 하면서 그녀를 위해 인생은 물론이고 목숨까지도 걸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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