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Feb 09. 2017

07. 전기차, 거스를 수 없는 대세

<IT 트렌드를 읽다>



전기차

전기차(Electric Vehicle)란 ‘전기’를 연료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말하며, 약어로 EV라고 한다. 순수 전기만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디젤이나 가솔린으로 움직이는 ‘내연기관차’나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함께 장착해 움직이는 ‘하이브리드자동차’와 다르다. 쉽게 말하자면 어릴 적 가지고 놀던 ‘과학상자’에 담겨 있던 ‘전기모터’를 장착한 차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기차의 장점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꽤 많은 장점이 있다.

첫째, 유지비용이 저렴하다. 휘발윳값이 엄청나게 폭락하지 않는 한 전기차의 충전비용이 훨씬 저렴하다. 2016년 3월 환경부는 전기차 이용자들에게 ‘1kWh당 313.1원의 급속충전 요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 충전요금은 휘발유가 리터당 1,570원 연비 12.75km 기준이라고 가정했을 때 휘발유 대비 44%, 경유 대비 62% 수준에 불과하다.


둘째, 효율적이다. 휘발유를 운동에너지로 전환해 주는 내연기관이 필요 없기 때문에 큰 ‘엔진’이 필요 없다. 이렇게 되면 엔진이 있던 공간을 완전히 비울 수 있어 이 공간은 짐을 놓는 수납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엔진’이 없기 때문에 ‘엔진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소음도 적고, 차량의 진동 역시 적다. 내연기관에 따르는 필수적인 부품 라디에이터, 배기관, 클러치, 피스톤, 펌프 등 이 필요 없기 때문에 차를 보수하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 역시 저렴해진다. 뒤에서 이야기할 커넥티드 카에 장착된 ‘센서’는 제외한 이야기다.

셋째, 친환경적이다.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환경오염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내연기관차는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특히 폭스바겐의 디젤엔진 배출가스량 조작사건 이후로 디젤차 역시 환경문제에 있어 도마에 오른 상태다. 대기오염 문제로 심각한 중국이 전기차를 활성화하려는 강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전기차의 천국중국

핀테크와 마찬가지로 전기차 시장에서도 무섭게 성장하는 곳 중 하나가 중국이다. 중국은 이미 미국을 넘어 세계 1위의 전기차 시장이 됐다. 게다가 중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는 20만 대를 넘어 생산 면에서도 1위다. 소리소문없이 시장을 장악하면서도 실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중국 전기차 회사는 BYD 비야디, 베이징자동차, 치루이자동차로, 이 중 BYD는 2008년 워런 버핏이 투자했으며, 시장점유율 30%의 중국 1위 업체다.

B.A.T로 일컬어지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역시 스마트카 부분에 있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중 바이두는 구글과 마찬가지로 ‘검색회사’이지만 전기차를 만드는 것 외에도 중국태평양재산보험과 합작해 온라인자동차보험사를 설립했고, 온라인자동차 관련 콘텐츠 및 마케팅 서비스기업 비트오토에 투자를 하며, 차량 공유 어플 우버차이나와 온라인중고차 경매 플랫폼 유신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하나의 제품이 아닌 그와 관련한 다른 산업에까지 손을 뻗쳐 자동차산업 전반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셔틀버스용 무인자동차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미 2015년 12월에는 BMW와 협업해 중국 내에서 자율주행자동차 기술시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2020년 정도에는 시내버스와 택시 일부가 바이두의 무인차로 교체될 예정이다. 특히 왕진 바이두 무인차사업부 총경리가 말한 ‘무인차는 자동차의 미래다. 앞으로 자동차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 기술에 달려 있다’라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좀 더 살펴보면 2015년 기준 전기자동차를 가장 많이 판매한 곳은 테슬라가 아니라 BYD다. 테슬라는 50,557대, BYD는 61,722대, 닛산은 50,000대를 판매했다. 게다가 전기차 시장의 핵심은 ‘배터리’인데, BYD는 전 세계 휴대폰 배터리의 절반을 공급하는 업체다. 주력모델은 40인승 K9 전기버스로, 평균 충전시간은 4시간, 250km를 달릴 수 있다. 테슬라가 고가에서 저가 모델까지 꾸준히 개인들을 공략하는 데 비해, BYD는 처음부터 착실히 기업들을 공략했다. 

중국에서 전기차 관련 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개입이 있었다. 베이징 시내에서 배달음식을 나르는 수단은 전기자전거나 전기 스쿠터가 많다. 기존 스쿠터나 자동차는 면허도 잘 나오지 않을 정도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2012년 발표한 ‘에너지 절약형 및 신에너지 자동차 발전계획’에는 2017년까지 전기차를 50만 대, 2020년까지는 500만 대로 늘리는 계획이 담겨 있다. 전 세계의 전기차 제조사들이 중국시장을 수익 면에서도 정책 면에서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기차는 선택이 아닌 필수

독일은 2030년 이후 디젤・가솔린 등 내연기관차의 생산을 금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한마디로 2030년 이후 내연기관차는 승인해주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 결정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다른 나라도 아닌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BMW 등 그야말로 한 시대를 이끈 자동차의 산국인 독일이 내연기관의 종말을 공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일은 유럽연합의 수장 역할을 맡은 나라다. 따라서 독일의 결정이 유럽 각 국가에도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이 결정은 기존 차의 ‘폐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2030년 이후 새롭게 판매되는 차에만 적용된다. 2030년까지 약 15년 동안은 내연기관 자동차업계에 변화하도록 강제적으로 주어진 시간일지도 모른다.


전기차 시장의 경쟁을 연 테슬라

그런데 이렇게 좋은 전기차에 왜 이제서야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관련된 사업이 엄청나게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 전기차를 만들어내는 기술이 어렵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야 연구되기 시작한 걸까? 환경보호에 대한 이야기, 석유가 고갈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꽤 오랫동안 나온 화두였는데 왜 이제서야 전기차가 주목받게 되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의 하나는 바로 ‘테슬라’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가솔린차보다 전기차가 세상에 먼저 나왔다. 1920년대 미국 텍사스에서 대규모의 원유가 발견되기 전까지 더 많이 팔리던 차는 전기차다. 그 이후 전기차가 나오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항상 우리 주변에 있었지만 주목받지 못했을 뿐이다. 그래서 전기차가 상용화되는 것은 먼 미래의 일로만 생각되었다. 이 생각을 깬 회사가 등장했다. 바로 ‘테슬라’다.

테슬라는 기존의 전기차들이 마치 없었다는 듯이, 전기차는 원래 이렇게 만드는 것이고 이런 기능들이 있어야 한다는 듯 2008년 3월 자신들만의 전기차를 선보였다. 이 이야기 왠지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처음 세상에 선보였을 때의 상황과 비슷하다. 아이폰 역시 기존에 있던 스마트폰들은 없었다는 듯이 스마트폰을 재창조했고 성공했다. 2008년 테슬라모터스가 선보인 전기자동차는 스포츠카 ‘테슬라 로드스터’였다. 이 로드스터가 주목받은 이유는 그 전까지 무시받았던 전기차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려 4,000cc급 슈퍼카와 맞먹는 차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포츠카답게 멋진 외관을 가지고 있고, 차체와 섀시 대부분은 최고급의 알루미늄과 카본 소재를 사용하여 무겁다고 알려진 전기차 배터리의 무게를 분산시켰다. 가격은 약 10만 달러 약 1억 1,000만 원으로 결코 저렴하지 않았지만, 조지 클루니, 아놀드 슈왈츠 제너거를 비롯한 유명인들이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대중들에게 더 주목받게 됐다.

테슬라와 다른 자동차제조사와의 차이점은 딱 한 가지, 전기차만 만든다는 것이다. 신생기업이 이렇게 멋진 전기차를 만들고,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자 기존 자동차제조사들도 바빠졌다. 그 많은 세월 동안 왜 ‘전기차’를 제대로 발전시키지 못했냐에 대한 답과 전통 자동차기업의 자존심, 미래 먹거리의 선점이라는 세 가지 이슈가 동시에 터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왜 전기차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의 가장 좋은 답은 ‘테슬라 덕분에’라고 할 수 있다.


테슬라전기차 시장을 확장하다.

테슬라가 전기차 시대를 새롭게 연 이유 중 하나는 ‘멋진 차’, ‘성능이 좋은 차’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테슬라가 특별한 두 가지 이유가 더 있다.

하나는 ‘특허 기술의 무료 공개’다. 2014년 6월 테슬라는 자신들이 보유한 전기차 관련 기술들을 무료로 공개했다. 공개한 이유에 대해서는 ‘전기차 시장’을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좀 더 실질적인 이유는 많은 기업이 전기차를 생산하기 시작해야 대중의 관심을 더 끌 수 있는 것은 물론 ‘충전’에 대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각 제조사가 만드는 전기차의 문제점 중 하나는 ‘충전장소’다. 여기에 충전할 수 있는 ‘코드’가 다 다르다면 이것도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아이폰을 충전하는 라이트닝 케이블과 안드로이드폰을 충전하는 USB 케이블의 규격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폰 사용자는 아무 곳에서나 충전할 수 없는 반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은 갤럭시나 넥서스, G시리즈의 폰에 상관없이 어디서든 충전기를 빌려서 쉽게 충전할 수 있다. 전기차 역시 이 관점에서 보면 된다. 코드의 규격화가 이루어진다면 전기차의 보급은 물론 충전은 더 쉬운 일이 된다.

그리고 또 하나는 ‘배터리’ 기술의 혁신이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은 ‘배터리’다. 그런데 이 배터리(전기모터)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가격’이었다. 3,000만 원대의 전기차를 구입한 후 2~3년마다 배터리를 교체해야 하는데 그 가격이 1,500만 원에 육박한다면 유지비를 감당할 수 없다. 결국 배터리의 가격이 저렴해지지 않는다면 전기차의 가격 역시 절대로 내려갈 수 없는 평행선을 유지하게 된다. 더군다나 뒤에서 이야기할 스마트한 기능들을 추가하기 시작하면 가격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테슬라는 이 점에 주목해 배터리의 가격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테슬라는 ‘기가 팩토리’란 전기차 배터리 생산설비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를 통한 테슬라의 목표는 2018년까지 배터리 가격을 현재의 2/3 수준으로 내리는 것이다. 그리고 2016년 7월부터 1차 양산을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 기존 배터리 생산업체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국내의 삼성SDI, LG화학은 물론 GM까지도 배터리의 성능 강화와 가격 인하에 나서기 시작했고, 일론 머스크의 기대대로 전기차 배터리는 저가・고성능의 길을 가고 있다.


전기차 구입에 대한 고민

그렇다면 지금 전기차를 사도 될까? 고민되는 몇 가지 점들을 짚어보자.

첫째, 앞으로도 지속될 고민은 ‘충전’이다. ‘한 번 충전으로 얼마를 갈 수 있다’ ‘비용이 얼마다’라며 연비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실제 운전자는 운전하다가 기름이 떨어지면 주유소에 들러서 기름을 넣으면 된다. 당장 기름을 넣어야 하는 상황이 올 때는 기름을 넣는 것이 먼저지, 얼마인지는 나중 일이다. 그래서 충전을 할 수 있는 장소가 꾸준히 고민될 수밖에 없다. 전기자동차의 충전방법은 두 가지다. 주유소처럼 ‘충전소’에서 하는 것과 ‘집’에서 충전하는 것이다. 후자는 분명한 강점이다.

집에서 기름을 넣을 수는 없지만 집에서 스마트폰을 충전하듯 자동차를 충전할 수 있다. 기름이 좀 모자랄 것 같으면 출근할 때 주유소에 들러서 넣고 가는 것이 아니라 잘 때 스마트폰을 충전기에 꽂아 충전하듯 자동차도 충전기를 꽂고 자면 된다. 이러다 보니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스마트폰의 보조배터리다. 전기차도 보조배터리를 들고 다닐 수 있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 물론이다. 보조배터리는 물론 USB 케이블을 들고 다니듯 전기차 전용의 휴대용 충전기도 있다. 테슬라가 내놓은 답은 ‘슈퍼차저’다. 슈퍼차저는 전기차 ‘급속충전기’로, 모델 S의 배터리를 40분 만에 80%, 75분 만에 100%를 충전해 준다. 물론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것에 비해서는 분명 긴 시간이다. 그래서 슈퍼차저는 주로 식당, 쇼핑센터, 카페에 있으며, 충전시간의 불편함에 대한 고객서비스로 테슬라 자동차 소유자에게는 매년 약 1,000마일 슈퍼차저 충전 크레딧을 제공할 예정이다.

보통 전기차를 완전 충전시키는데 들어가는 시간은 25~30분 정도이다. 이 정도면 충전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전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아예 충전이 아닌 단시간에 통째로 모터를 갈아 끼우는 형태도 준비되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의 배터리를 교체하는 걸 생각하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전기차 시장이 다가옴에 따라 전국적으로 충전소는 늘어날 전망이다. 2017년부터 전국 대형마트 500곳에 충전기가 의무설치되며, 2020년까지 신차 판매 30%를 친환경차로 대체하고, 충전소는 3,000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게다가 KT의 경우 테슬라의 한국 진출과 더불어 통신 파트너가 되며, 기존의 공중전화 부스를 활용하는 방법까지 내놓은 상태다.

둘째, 가격이다. 현재 사용 중인 자동차와 대비해서 ‘차량구매비’와 추가로 들어가게 되는 ‘배터리 교체비’가 비싸다면 대중들이 접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기존 자동차업체들 역시 전기차의 이 부분을 약점으로 삼고 마케팅을 펼치리라는 것은 당연히 예상되는 바이다. 그래서 앞에서 이야기한 ‘배터리 가격의 하락’은 필수요소다. 배터리 가격의 하락에 따른 기본가격 하락과 여기에 정부 약 1,400만 원 와 지자체 약 800만 원의 보조금이 더해지게 되면 분명 전기차의 가격은 매력적이다. 특히 양산형 전기차의 경우 향후 1,500만 원 정도로 살 수 있는 방향이 추진 중이기 때문에 전기차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셋째, 과연 전기차는 ‘친환경차인가?’라는 것에 대한 원론적인 의문이다. 자동차의 ‘운행’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전기차는 친환경차가 맞다. 하지만 운행에 이르기 위한 전기를 ‘생산’하는 단계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 원자력・풍력・태양열 등의 시설에서 생산했다면 친환경이라 할 수 있지만 화력발전을 이용했다면 친환경이라고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기차의 대중화에는 ‘대체에너지’의 개발이 꾸준히 같이 이루어져야 하고, 테슬라 역시 기존 일론 머스크가 투자했던 태양광 사업체 솔라시티를 인수한 이유이기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04. 제발 일한 돈이라도 주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