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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Feb 13. 2017

08. 행복주택 임대사업의 진실

<정의는 약자의 손을 잡아줄까>

살 집이 없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가 연일 오르고 있습니다. 집 없는 서민의 고민은 깊어만 갑니다. 우리나라 주택 평균 가격은 2억 3천여만 원. 우리나라에서 평균적인 소득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2030세대가 집을 사려면, 8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만 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렇게 집값이 비싸니 집 없는 사람이 많고, 집 때문에 진 빚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모순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주택 보급률이 103%에 달한다는 점입니다. 이미 모든 국민이 살 수 있는 집은 지어져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집 없는 서민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이 너무 많거나, 서민이 살 만한 집은 지어지지 않고 있다는 말이 아닐까요? 정부는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걸까요?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서민 주거 안정책 가운데 대표적인 사업이 바로 ‘행복주택’입니다. 철도 용지나 유수지 등 도심의 노는 땅을 활용해 집을 지어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에게 5평에서 10평 규모의 소규모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겁니다. 이제까지의 임대주택이 도심에서 먼 지역에 있었던 것과 달리, 전철역 주변 땅이나 도심 안 유수지를 이용해 집을 지어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면 서민도 얼마든지 도심에서 살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도심의 노는 땅을 이용하면 땅값을 절약할 수 있으니, 그만큼 임대료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땅값만 싸다고 끝인가요?
     
지난 2013년 국토교통부는 모두 일곱 군데의 행복주택 시범지구를 선정했습니다. 서울 목동, 공릉, 가좌, 송파, 잠실, 오류, 경기도 안산까지 만여 호의 행복주택을 짓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업은 곧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시범지구 선정 과정의 첫 번째 문제는 주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공릉동 시범 용지는 옛 경춘선 폐선 땅이었습니다. 이 지역은 원래 공원이 만들어지기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권이 교체되고, 정책이 바뀌면서 공원 예정지는 행복주택 예정지가 되었습니다. 공릉동에서 만난 주민은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지난 십여 년을 기차 소음에 시달리며 살아왔어요. 이제야 공원이 만들어져서 불편함을 보상받나 했더니, 또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다니요. 너무한 거 아닙니까.”
   
주민들도 행복주택의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젊은 세대를 위한 임대주택이 많이 지어져야 없는 사람도 살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에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공릉동 지역은 변변한 공원이나 주민 편의시설 없이 개발이나 문화 혜택에서 철저히 소외됐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건설 용지의 적합성이나 공사비용의 규모가 사전에 정밀하게 검토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목동지구를 찾았습니다. 주민들은 유수지 복개 공사를 해서 공영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땅을 어떻게 아파트 용지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유수지를 메워 공사를 하면, 인근 지역에 홍수가 날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겁니다.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주민과 함께 지구 지정 취소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양천구청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한 번이라도 이곳에 와서 실사한 뒤에 행복주택 용지를 선정했는지 의심스럽다.”
   
구청은 유수지 위에 공사를 진행할 경우 평당 3천여만 원의 공사비가 들 것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정부가 애초 예측한 금액과는 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결국, 목동지구는 행복주택 시범지구 선정이 취소됐습니다. 유수지 부지를 이용한 잠실과 송파도 일단 공사를 중단한 상태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사전에 부지가 기술적으로나 환경적으로 타당한지 조금만 면밀하게 실사를 거치고 주민과의 단계적인 소통 과정을 거쳤더라면 지금과 같은 잡음은 덜 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철도 용지를 이용해 건물을 짓는다는 개념 자체가 여러 제약이 많다는 점입니다. 시범지구로 선정된 7곳 가운데 철도 용지를 이용해 집을 짓고 있는 가좌지구를 찾아가 봤습니다. 원래는 철로 위에 인공 데크를 설치하고 그 위에 건물을 올릴 계획이었지만, 이 계획은 2014년 10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바뀌었습니다. 
     
철로 ‘위에’ 짓는 대신 철로 바로 ‘옆’ 부지를 이용해 집을 짓기로 한 겁니다. 이곳에 사람이 살 수 있으려면 소음이나 먼지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고, 거주자가 반대편 길가로 편리하게 넘어갈 수 있게 ‘인공 데크’도 설치해야 합니다. 이런 시설을 다 설치해가며 공사를 하다 보면 공사비는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땅값이 저렴한 만큼 공사비가 비싼 겁니다. 자연스레 임대료가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올해 행복주택 가좌지구 분양가가 공개된 이후, 정부가 분양하는 임대주택임에도 인근 주택에 견주어볼 때 가격 측면의 혜택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기차 건널목 소음 등 온종일 소음과 먼지가 발생하는 이 지역에서 과연 입주자가 잘 지낼 수 있을지 계속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권영순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기술위원장은 지적했습니다.
     
“짓고 난 뒤가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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