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키가 작았을 때는 세상이 무척 크고 넓게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성인이 되어 세상을 보니 어렸을 때와는 달리 그렇게 대단히 크거나 넓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눈의 높이에서 오는 인지의 차이라고 말합니다. 우주 공간에 나간 우주인들에게 넓디넓은 지구가 한없이 작아 보이는 것과 같습니다. 뉴턴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더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인류가 철학, 경제, 심리, 정치, 사회, 예술, 과학과 같은 많은 분야에서 쌓은 지식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이것은 뉴턴이 말한 대로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선 놀라운 통찰에서 출발해 만들어졌습니다. 누군가의 핵심적인 아이디어가 더 놀라운 아이디어를 불러오기도 했고, 그 아이디어의 오류를 발견해 생각지도 못한 지식을 만들어내기도 했죠. 또한, 이 아이디어들은 뭉치면서 사조를 형성하기도 했고 여러 갈래로 흩어지면서 또 다른 아이디어의 씨앗이 되기도 했습니다.
<빅 아이디어>의 저자 이언 크로프턴은 <기네스 인사이클로피디아>의 편집장을 지냈습니다. 그의 이력은 분류와 체계, 계통화에 뛰어난 사람임을 증명합니다. 그는 뉴턴이 말한 ‘거인의 어깨’와 같은 지식 200가지를 한 장의 지식으로 제시합니다.
더 넓고 먼 지식에 쉽게 다가설 수 있는 거인의 어깨 200개를 들여다보면 이런 것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성, 플라톤의 동굴, 사랑, 형이상학, 도덕, 무신론, 공간, 파동이론, 민주주의, 평등, 정의, 통화주의, 의식, 기억, 감정, 행동주의, 심상, 알레고리, 추상, 표현주의가 그것입니다. 이는 철학, 종교, 과학,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예술의 영역에서 어깨가 된 지식입니다. 그럼, 철학의 영역에서 ‘행복’을 펼쳐볼까요.
어떤 철학자들은 행복이 최고선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쾌락주의는 행복을 쾌락과 연결한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한 철학자들은 행복이란 좋은 삶을 사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좋은 삶은 사고를 하거나 덕 있는 행동을 할 때 모두 이성을 길잡이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의 목적에는 행복에 대한 두 가지 해석이 모두 나타난다. 이것은 수많은 정치인이 내세우는 목표이기도 하며 미국 독립선언문에는 ‘행복 추구’가 기본 권리로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행복 추구가 불행의 근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행복을 만족과 연관 짓고, 만족을 노예 상태와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돼지는 배설물 가득한 우리에서 행복할지라도 그것이 자유는 아니라는 얘기다.
어떤가요? 인류가 쌓아 올린 지성의 역사 가운데 위대한 발자취를 남긴 핵심 아이디어는 항상 새로운 지성의 토대가 됩니다. 1953년, 영국의 철학자 이사야 벌린은 <고슴도치와 여우>라는 유명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아르킬로코스가 쓴 우화 중 ‘여우는 아는 게 많지만, 고슴도치는 딱 한 가지에만 집중한다’는 내용을 토대로 한 논문입니다.
벌린은 이 우화를 바탕으로 위대한 사상가와 저술가를 고슴도치와 여우라는 두 범주로 나누었습니다. 고슴도치는 위대한 사상 하나만으로 세상을 바라본 플라톤, 헤겔, 니체, 도스토옙스키, 프루스트와 같은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 셰익스피어, 괴테와 같은 사람은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습니다. 이들에게 단 하나의 공통점이라면 모든 개념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가정에 질문을 던졌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이들이 생각해내고 평생 고뇌하며,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가정조차 질문했던 그 거인의 어깨를 다시 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인류가 쌓아올린 지성의 연결점을 만난 <삼삼한 책수다> 오수진이었습니다.
북 큐레이션 ㅣ 오수진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중문학 복수전공)를 졸업한 후, 현재 KBS에서 기상 캐스터로 근무하고 있다. 더굿북의 북 큐레이션을 담당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독서봉사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환경부에서 홍보 대사로도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