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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Feb 22. 2017

06. 회사와 지속적으로 컨택하라.

<일하는 엄마, 육아휴직 일년>

지금이야 지극히 자연스럽지만, 첫아이를 낳고 휴직했던 시절, 문화센터 직원이나 출판사 판촉 사원 또는 병원 간호사들이 나를 “저기요, 어머니!” 하고 부르는 것이 너무나 어색해 대답도 제대로 못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외부와 단절된 채 오랜 기간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아이에게 맞춰 지내다 보면, 회사에서 오로지 내 능력만으로 인정받고, 내 이름을 불리던 때는 마치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복직 후의 생활에 대한 자신감도 점점 떨어져 간다. 내가 여기서 지금 뭐 하는 건가 싶어서 우울함을 경험하는 사람도 많다.

앞서 언급한 육아 적응기, 즉 아기의 백일이 지난 시점부터는 자연스럽게 하루 10분이라도 나만을 위해 쓰는 시간을 가지도록 노력하는 게 좋다. 쉽지 않겠지만, 아이를 재우고 잠깐 짬을 내서 차 한잔하는 동안에라도 관심 있는 기사나 책 등을 읽으며 사회생활과의 접점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한 마디로, ‘사회인’으로서의 자신의 이름을 잃지 않는 연습이랄까.

물론 입사 이후 쉴 새 없이 몇 년, 길게는 10여 년 동안 회사 일을 하느라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쳤을 것이다. 그런 데다 육아라는 커다란 숙제를 매일매일 해내면서 또 다른 데 신경 쓰는 것이란 여간해서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육아휴직을 기회로 잠시 잠수 타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휴직했다고 해서 회사와 관련된 모든 일에서 완전한 고립을 선택하는 건 추천할 만한 방법은 아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에 돌입하는 워킹맘들은 오랫동안 쉬지 않고 해온 지겨운 회사 일에서 벗어난다는 생각에, 아예 회사와 관련된 일은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동안 자리를 비운 다음에 회사에 복귀해서는 전에 없던 실수를 하기도 하고, 혼자서만 업무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는, 다시 말해 일에 대한 ‘감’을 잃어버리고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일에서 해방된다는 기쁨은 잠시만(그런 해방감은 그리 길지도 않을 것이다. 더 힘든 육아라는 일이 기다리고 있으니!) 누리고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좀 더 현명하게 행동하자. 그 방법은 바로 회사나 자기 일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컨택하고 끈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매일같이 상사, 동료와 일 얘기를 하라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짬짬이 신문, 인터넷, 책 등을 통해서 자신이 해왔던 일과 관련해서 지속적인 관심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일의 동향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는다는 정도로 말이다.

육아 스트레스도 풀 겸, 친했던 동료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회사 내 분위기는 어떤지, 인사 동향은 어떤지, 최근 우리 팀이 새로 힘을 쏟고 있는 프로젝트는 무엇인지, 동료들에게 새로운 소식은 없는지 등을 재미 삼아 듣는 기회를 만드는 건 어떨까? 육아로 인해서 힘든데 더 스트레스가 더해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이런 바깥세상과의 접촉은 스스로에게 ‘지금은 잠시 쉬고 있지만, 언젠가 돌아갈 곳이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또 한없이 의미 없어졌던 자신의 존재에 대한 에너지가 생기게 해주기도 한다. 늘어지고 지루했던 육아 생활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어 주는 데다 업데이트된 회사 소식을 들을 수 있으니 심리적으로 업무에서 완전히 동떨어지지 않는다는 자신감도 챙길 수 있다. 혹시 운이 좋으면 시의적절하게 복직해서 이른바 ‘꿀 발령’의 기회를 거머쥘 수도 있다.


몸은 비록 회사를 떠나 있어도, 일과 관련된 것들을 모두 다 잊고 싶다 하더라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영원히 잊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나는 회사를 그만둔 것이 아니라, ‘육아를 위해 잠시 떠나 있다 곧 복귀할 것’이라는 사실을 늘 상기해야 한다. 레이더망 안에 업무 관련 소식들이 얻어걸릴 수 있도록 조금만 촉을 세워둔다면, 좀 더 수월한 복직 과정을 밟을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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