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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Feb 22. 2017

08. 다 받아주는 것이 답은 아니다.

<긍정의 훈육>

감정이 없는 사람은 없다. 사실 연구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논리나 이성이 아닌) 감정이야말로 인간의 두뇌를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다. 그렇다고 감정이 모든 것을 압도하거나 까다롭고 당황스러운 행동을 일으키는 불가사의한 힘이라는 말은 아니다. 감정도 하나의 정보로,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내는 데 필요한 사항에 관한 판단을 도와주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강렬한 감정이 몰려올 때마다 대처하기 힘들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좋든 싫든, 어린아이라면 누구나 짜증을 부리고 떼쓸 때가 있다. 떼쓰기가 왜 일어나는지(그리고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알면 극도로 심각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침착함과 차분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니콜라스 가족은 다 같이 쇼핑몰을 걷고 있었습니다. 이제 두 돌 된 니콜라스는 한 손에는 한 입 남은 쿠키를, 다른 한 손에는 새 크레용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진열장에 진열된 토끼 인형을 발견했습니다. 니콜라스는 손에 들고 있던 크레용을 떨어뜨리고 토끼를 가리키더니 갑자기 뛰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의 부모는 땅에 떨어진 크레용을 주워 담고 서둘러 아이를 뒤쫓아 갔습니다. 그러고는 아이와 함께 토끼 인형을 바라봤습니다. 당연히 니콜라스는 그 인형도 가지고 싶어 했습니다. “니키도 토끼!” 아이는 하늘색 토끼를 꼭 짚으며 말했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토끼 인형이 정말 귀엽다고 말하며 다음에 올 때 꼭 사자고 했습니다. 니콜라스는 그 대답에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는 바닥에 누워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며 몸부림쳤고, 지나가던 할리우드 감독조차 감동하게 할 정도로 진정성 있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아빠가 아이 옆에 서서 당장 일어나라고 말하는 동안 엄마는 당황해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아이는 발길질을 하다 아빠의 무릎을 차기까지 했습니다. 아빠 목소리가 아이의 울음소리보다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엄마는 가방이라도 뒤집어써서 얼굴을 감추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지나가는 사람들도 ‘참 형편없는 부모구나’ 하는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봤습니다.
     
니콜라스의 부모는 절대 형편없는 부모가 아니다. 니콜라스가 나쁜 아이인 것도 아니다. 토끼 인형이 끼어들기 전까지 그들은 꽤 순조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니콜라스의 부모는 아이와 힘겨루기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이미 간식과 크레용을 사주었고, 아이가 또 다른 것을 사달라고 했을 때도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러면 아이는 왜 그렇게 떼를 쓴 걸까? 니콜라스가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이라 그럴까? ‘좀 맞아야’ 정신을 차리는 걸까? 아니다. 니콜라스가 그렇게 떼를 쓴 이유는 ‘그저’ 원하는 걸 지금 당장 얻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는 아직 이성적인, 현실적인 또는 지연된 만족과 같은 개념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
     
떼쓰기는 시끄럽고, 매우 눈에 띄며, (적어도 어른에게는) 당황스러운 행동이다. 또한, 그것은 아주 정상적인 행동이기도 하다. 어린아이에게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모든 종류의 감정이 있다. 그들도 슬픔, 기쁨, 좌절을 느끼지만 그런 감정을 표현할 언어를 많이 알지 못하며, 감정을 다룰(그리고 충동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도 아직 익히지 못했다. 사실 감정 통제와 자기 진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전두엽 피질)는 20~25세가 될 때까지 완전히 성숙하지 못한다. 당신도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생각해본다면 두 살 안팎의 아이가 감정을 조절하는 데 대부분 실패하는 것도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닐 것이다. 
     
어린아이가 과도한 기분을 느끼면 그것이 갑자기 떼쓰기로 이어질 때가 있다는 것을 먼저 이해한다면, 어른들도 괜히 그 일에 대한 책임감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다. 가끔은 부모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든 상관없이 아이가 자기감정에 압도되어 떼를 쓰기도 할 것이다. 이럴 때 부모는 그 혼란을 악화시키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거울 뉴런을 기억하는가? 니콜라스의 아빠가 자신의 화를 표출하는 방식으로 사태에 뛰어든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동시에 너무나 인간적인) 일이다. 니콜라스의 짜증은 빨리 지나갈 수도 있지만, 니콜라스의 부모가 평정심을 되찾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다 받아주는 것이 답은 아니다.
     
당신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럼 아이가 사납게 떼쓸 때, 그것도 공공장소에서 그럴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이때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면 그 순간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아이가 떼쓴다고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준다면 아이는 무엇을 배우고 생각하게 될까? 아마도 아이는 부정적인 일상생활 기술을 배울 것이다.
     
‘네 멋대로 하는 데 필요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라.’ 또한, 이런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내가 원하는 걸 가질 때 사랑받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 그리고 나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걸 주는지 알고 있어.’ 그리고 아이는 잘 ‘통하는’ 방법을 계속해서 쓸 것이다.
     
이제 가장 경험이 많은 자녀양육 전문가 중 하나인 루돌프 드라이커스의 조언을 따라보자. 드라이커스는 부모에게 ‘입을 다물고 행동하라’고 충고한 바 있다. 이에 더해 부모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보다 행동 뒤에 어떤 태도가 느껴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당신은 소리 지르는 아이를 안아 올려 차로 데려갈 수 있다. 이때 당신의 태도는 차분하고 친절하며 단호해야 한다. 물론 마음을 가다듬으려면 먼저 심호흡을 몇 번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이에게도 자기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해주자.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주며 아이가 그 감정을 이해하기 시작할 수 있도록 감정의 이름을 알려주는 것도 좋다. “우리가 하늘색 토끼를 사지 않아서 정말 실망했지?”
   
아이에게 잔소리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다음 세 가지다.
     
1. 감정으로 가득 차 있을 때 아이의 뇌는 ‘생각’할 수 없다.
2. 말은 오히려 불에 기름 붓는 격일 때가 많다.
3. 침묵은 이차적 감정 붕괴(당신의 감정 붕괴!)를 예방해준다.
     
아이가 당신의 말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진정되었더라도 야단을 쳐선 안 된다. 아이와 함께 심호흡하라. 아이가 뇌를 재시작할 시간을 주고, 아이의 감정을 인정해주라. 머지않아 아이도 까다로운 감정을 진정시키는 법을 배울 것이다.
     
     
자기 진정의 중요성
   
뇌신경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이 ‘이성을 잃을’ 때(모든 부모가 가끔은 이렇게 된다) 전두엽 피질은 실질적으로 ‘연결이 끊기’고 오직 감정과 신체적 감각을 담당하는 뇌 부위만 작용한다. 게다가 누구나 거울 뉴런을 가지고 있기에 분노와 짜증은 전염된다. 화나 있을 때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부모든 아이이든) 짜증을 다스리는 첫 번째 단계는 진정하는 것이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열을 세어보자. 연구자들은 집중해서 천천히 숨을 쉬면 두뇌를 다시 ‘통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즉 두뇌를 다시 연결해 명료하게 생각하고 진정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능력을 복구할 수 있다. 일단 당신이 머리를 식힐 시간을 가질 때는 아이도 함께할 수 있게 도와주자. 게다가 아이는 진정으로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이가 감정 조절을 완전히 익히기까지는 앞으로도 몇 년이라는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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