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신입사원은 팀을 리드하면서 프로젝트를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일단 그룹 내에서 리더 역할을 해보았다고 말하는 지원자를 찾아냈다. 그런 다음 다양한 팀과 작업하면서 갈등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줄 알고, 팀을 위해 성과를 낼 줄 아는 능력을 갖추었는지 면밀히 살피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모든 면접 관행을 바꾸게 된 한 사건이 터지게 된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그 날은 2001년 봄이었다. 면접생은 프린스턴대학 졸업생이었다. 나의 기본 질문사항이었던 ‘그룹 프로젝트’를 운운하자 그 학생이 대답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머리가 하얘지고 말았다. 그때의 대화를 들려주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
브래드 : 최근 대학에서 추진했던 그룹 프로젝트에 대해 말해 보세요.
면접자 : 지난 학기, 가상 회사 경제 모델 창출에 대해 작업했습니다.
브래드 : 그룹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죠?
면접자 : 무슨 말씀이신지요?
브래드 : 그룹의 조직 형태는 어떠했고, 역할은 무엇이었나요?
면접자 : 죄송하지만, 질문의 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프로젝트에서 어떤 부분을 담당했는지를 의미하시는지요?
브래드 : (짜증스럽게) 아니, 내 말은 학생이 그 팀이나 그룹의 리더였는지를 묻는 것입니다.
면접자 : 저희는 리더가 없었는데요.
브래드 : (어이가 없다) 리더가 없다니 무슨 말이죠? 모든 그룹에는 리더가 필요하지 않나요? 그러면 어떻게 일을 실행하고 진행할 수가 있죠?
면접자 : 잘 모르겠는데요. 저희는 그저 모두 자신이 맡은 역할에만 충실했고요. 별로 문제 될 게 없었는데요.
브래드 : (이 지원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다음 질문으로) 좋아요. 이제 학생의 단점에 대해 말해 보세요.
나는 다른 채용관들과 함께 이 리더가 없는 팀에서 일했다는 흥미로운 면접자에 관해 얘기하면서 박장대소했다. 그런데 재밌는 이야기는 그다음부터다. 다음 몇 주간에 걸쳐 그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훌륭한 지원자 모두가 이 리더가 없는 그룹과 비슷한 대답을 하는 것을 듣고, 또 들어야만 했다. 그쯤 되자 어느 순간 나는 이들이 어떤 근본적인 변혁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새로운 세대는 이전 시대와는 다른 규칙에 따라 경기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깨달음이었다. 이들은 대담하고 혁신적인 경영 수칙을 세우게 될 것을 예고하고 있었다. 나는 차세대 밀레니얼 리더들-이들을 매니저 3.0이라 칭한다 -의 형성을 목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동안 15,000명이 넘는 고위 리더를 대상으로 밀레니얼 세대와 일하는 것을 주제로 500회 이상의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워크숍의 제목은 <“저기, 제 업무가 뭐죠”라고 묻는 직장 내 밀레니얼 세대 관리하기>이다. 워크숍의 주된 참가자들은 ‘요즘 아이들’과 씨름하느라 불만에 싸여 있는 X세대나 베이비부머 세대이다. 이들은 정말 독을 내뿜으면서 들어왔다가 워크숍이 끝날 때쯤에는 이들을 잘 이해하는 마음으로 걸어나간다.
“왜 언제나 걔들의 손을 들어주어야 하지”
“왜 걔들은 자존심이 그리 강한 거야”
“수업료를 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왜 걔들은 모르는 거지”
그나마 이것은 좀 부드러운 것이다. 다음과 같은 말들도 난무한다.
“최악의 세대야!”
“나는 도저히 이놈들을 참을 수가 없어.”
“모두 그저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어!”
워크숍을 시작할 때면 먼저 참가자들에게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부터 묻는다. 그러면 대략 나오는 반응들이다.
“그 스케이트보드나 타고, 마운틴듀나 마시고, 페이스북에 포스팅이나 하고, 구글 서치나 하고, 유튜브나 들여다보는 무기력자들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대답이 끝나면 나는 무슨 말인지 알겠다며 싱긋 웃어준 다음 이러한 직장 상황을 잘 조명하고 있는 <타임>지 기사 하나를 발췌해서 읽어준다. 기사 내용은 이 세대가 의사결정 내리기를 어려워하고 ‘회사에서 승진의 사다리를 타는 것보다는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게 낫다.’고 쓰여 있다. 또한, 직장을 구하고 결혼을 해야 할 시기에도 ‘이 20대들은 그러한 기득권을 얻는 것을 주저한다.’라고까지 말한다. 여기까지 읽으면 워크숍에 참가한 X세대들은 갑자기 끼어들면서 이렇게 말한다.
“이제 아셨죠, 브래드. 저희들의 고통이 십분 이해되시죠?”
나는 계속 읽어나가면서 회사가 어떻게 ‘자신들에 유리한 것에만 지나치게 민감하고, 자신들에 불리한 것에는 농땡이를 치는 것처럼 여겨지는 이 젊은 직원들의 비위를 맞추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는지도 들려준다. 읽기가 끝나면 한 베이비부머가 “정말 우리 회사의 캐이틀린과 한 치도 다르지 않아요!”라며 환성을 지른다.
불만의 토로는 계속된다. <타임>지는 수업료를 치르지 않으려고 징징대는 그 세대를 계속하여 묘사한다. 이 새로운 세대는 ‘이전 세대의 헝그리 직업윤리를 수용하지 않으려 든다’는 부분을 읽어줄 때면 모두 그 이야기가 가슴 깊이 와 닿는다고 이구동성 말한다. 내가 베이비부머와 X세대가 이들을 맞아 매일 어떻게 고생하고 있는지를 열거해주면 방안 여기저기서 환호성과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러다 그 <타임>지 기사를 읽어본 적이 있냐고 물어보면 보통 몇 사람의 손이 올라간다. 그러면 나는 그저 7월호라고 말해주면서 검정가죽 재킷을 걸치고 크게 부풀린 머리에 커다란 링 귀고리를 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찍혀있는 표지를 보여준다. 그 표지는 정말 7월호였다. 바로 1990년 7월호! 그 표지의 발행연도를 보고 나면 워크숍 참가자들은 말문이 막혀 입을 떡하니 벌리고 만다. “맙소사. 저 차림새는 완전히 밀레니얼이 하고 다니는 꼬락서니잖아요.”라고 외친다.
그때쯤 나는 사실 이 기사가 워크숍에 많이 참가하고 있는 X세대를 설명하고 있다는 명백한 진실을 알려준다. X세대인 자신이 기성세대가 되어가면서 22살, 아니 24살 시절, 첫 직장을 잡을 때, 또는 첫 경력을 시작할 때 그들이 어떠했는지를 망각하기 시작한 거라는 사실과 함께 말이다. 이렇게 진행하는 <타임>지 미끼 작전 덕분에 참가자들은 세대 차에 대해 깊이 생각할 기회를 얻게 된다.
다른 세대가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갖고 있는 문제의 절반은 그들이 기성세대가 되어간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전문 직업인이 된 이들은 이미 직업에서 터득한 지혜나 다양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신이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할 당시 어떤 과도기를 겪었는지에 대해서는 깡그리 잊어버리고 만다. 또한, 밀레니얼 세대가 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양육되었고, 다른 세계에서 성장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기성세대는 이러한 사실을 깨달은 후에야 비로소 이 신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길로 접어들게 된다. 밀레니얼 세대를 조금씩 이해하고 발견해나가다 ‘맞아!’, ‘그렇지!’하는 순간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조지 오웰의 말이야말로 정말 정곡을 찌른다고 볼 수 있다. “각 세대는 저마다 자신들이 앞선 세대보다는 머리가 좋고, 뒤선 세대보다는 지혜가 있다고 여긴다.” 자신들보다 뒤선 세대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기를 좋아하지 않는 세대는 하나도 없다. 전통 세대는 히피적인 베이비부머 세대에 대해 비판을 날린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그간 X세대를 끔찍하게 묘사해 오다가, 이제는 밀레니얼 세대의 한심한 작태를 한탄하느라 핏대를 세우고 있다. 어떤 상황이냐면 ‘내 동생은 나를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다’는 식이다. 이런 생각은 어찌 보면 대를 이어 내려오는 것 같다. “우리는 차가운 눈보라 속을 헤치며 왕복 십 리를 걸어서 학교에 다녀야 했어. 그것도 맨발로!”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바로 자신의 부모가 들려준 이야기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것 같다.
모든 세대가 자신들보다 뒤선 세대와 그들이 받는 혜택에 대해 불평하기를 좋아하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그래서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어떠한 세대도 더 월등하거나 열등하지 않고 그저 다를 뿐’이라는 인식을 받아들이는 자만이 진정한 승리자라 할 수 있다.
내가 2001년 봄, 면접했던 프린스턴 졸업생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그 밀레니얼은 지금쯤 32살이 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여러 단계의 관리직을 밟아 올라가 이제는 팀의 리더가 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녀는 어떤 상태로 일하고 있을까. 어떤 식으로 관리하고 있을까. 어떤 식으로 리더십 역량을 발휘해 회사를 발전시키고 있을까. 그녀가 부족한 점은 무엇이고, 강점은 무엇일까. 그녀는 자신이 밀레니얼 세대라는 사실에 근거하여 어떻게 경영의 규칙을 새로 짜고 있을까.
이 책에 실어놓은 특별한 사례들은 지금 시대에 실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전략에 근거한 것이다. 사고에 도움이 되는 실행 사례들이나 시류를 엿보게 하는 트윗들도 실어놓았고, 약간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개념들도 다루어 놓았다. 우선적으로 선결되어야 할 것은 여러 세대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각 세대가 서로 팔을 뻗어 세대 간 간극을 메워가면서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도 타파할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 ㅣ 브래드 카쉬 BRAD KARSH
전문 직업인들의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돕는 개인 및 기업 연수전문기관인 JB 트레이닝 솔루션즈의 설립자이자 대표이다. 브래드 카쉬는 전 세계 유명 기업 및 주요 언론, 세계적인 컨퍼런스에 경력개발, 인사관리 및 기업 연수 관련 전문가이자 강연자로 활동하는 매우 권위 있는 ‘인사관리HR 구루’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HR 전문인의 모임인 SHRM(미국 인적자원관리협회)에서 150인의 강연가 중 핵심 3대 연설가로 손꼽힌다. 그는 원론적이고 이론적인 책이나 강연이 아니라 실질적인 팁들과 재미와 유머가 가득한 내용으로 강연하여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유명 기업을 대상으로 연수와 워크샵을 실시하면서 밀레니얼 세대의 직장 내 문제와 차세대 리더십에 관하여 연구하였고, 이를 인정받아 ‘리더십 구루’ ‘세대 연구 전문가’로 자리매김하였다. 직장 문제 및 세대 문제의 전문가로서 CNN의 게스트로 오랫동안 활동해왔으며, 뉴욕 타임즈 및 월스트리트 저널 같은 유력 간행지에서 직업 관련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채용 담당 임원의 고백》, 《당신의 이력서에 담겨있어야 할 것》이란 저서를 내고, 잡바운드의 대표로 일하면서 경력개발 전문가로 인정받기도 했다.
지은이 ㅣ 커트니 템플린 COURTNEY TEMPLINJB
트레이닝 솔루션즈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자신이 바로 밀레니얼 관리자이다. 미국 인적자원관리협회 이사로서 ‘이머징 리더 이니시어티브Emerging Leaders Initiative’의 수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