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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Feb 23. 2017

07. 육아휴직 계획서 3요소

<일하는 엄마, 육아휴직 일 년>

시기, 참여자, 비용

이제 더 본격적이고 구체적인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육아휴직 계획서에 들어가야 하는 내용들이기도 하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쓴다면 미리 고용지원센터 홈페이지(www.ei.go.kr) 등을 통해 휴직급여 신청 방법도 알아둬야 한다. 또 출산 후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거나 산후도우미 혹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육아도우미 프로그램(w

www.idolbom.go.kr)을

 이용할 생각이 있다면 몇 개월 전에 미리 신청해놓으면 좋다. 요즘 엄마들은 다들 정보도 빠르고 부지런해서 의외로 원할 때 이러한 서비스들을 활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 편이니, 미리 알아보고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또한 육아휴직 기간 동안 엄마 혼자서 육아를 전담하다가, 복직에 임박해서 부랴부랴 업무를 분담하느라 고생하기보다는 미리 계획서를 쓰는 단계에서부터 육아에 참여할 가족들에 대한 내용도 생각해놓는 것이 좋다.


또 중요한 것 한 가지가 더 있다. 출산휴가 3개월이 지나 육아휴직 기간에 돌입하면, 육아휴직 수당(매달 최대 75만 원) 외에는 수입이 없어지는 셈이므로, 살림의 고정 지출과 가변 지출을 미리 정리해놓으면 쉬는 기간 동안 가계의 자금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도우미 아주머니나 부모님께 육아에 대한 도움을 받고자 한다면, 사례로 드릴 비용도 반드시 미리 생각해두자.



1. 출산휴가 기간(~생후 100일까지)
태어난 아기를 우리 가족으로 맞이하고 서로 적응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 초보 엄마와 초보 아빠가 된 부부는 이전과 달라진 매일의 스케줄이 낯설고 힘들게 느껴질 것이다. 엄마의 경우, 산후 우울증이 생기기 쉬운 시기이기도 하니, 짧게라도 하루 중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고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활동을 해야 한다(가령 산책, 음악 듣기, 가벼운 운동, 친구와 수다 떨기 등) .

이 시기에 너무 힘들 때는 가족들의 힘을 빌리자. 주저하지 말고 손을 내밀어라. 처음부터 완벽하게 잘하는 엄마는 없다. 또한 육아 경험이 있는 양가 부모님, 형제, 자매 등은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으니 많은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혼자 다 하려고 하다가는 몸과 마음에 병이 나기 십상이다. 아직 출산 후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특히 초기에는 건강 관리에 신경을 쓰면서 결코 무리해서는 안된다.

2. 육아 적응 기간(~복직 3개월 전까지)
아이가 백일 정도 되면 이젠 어느 정도 달라진 생활에 익숙해진 상태일 것이다. 이때부터는 회사에서 해오던 업무의 ‘감’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업무 관련 기사를 읽거나 관심 서적을 읽는 정도로 분위기 파악을 한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또 이때부터는(물론 더 일찍부터 시작해도 좋다!) 평소 아이의 하루 일과를 관찰하고 스케줄과 발달 상황 등을 기록해두어야 한다. 아이의 평소 생활 습관이나 일과를 파악하고 있으면 복직 후 전화로만 아이의 상황을 듣게 되더라도 어떤 판단이든 더 빨리 내릴 수 있다(가령, 먹는 양이 갑자기 적어졌다든지, 평소보다 말수가 줄었다든지, 수면 시간이 바뀌었다든지). 또 아이의 성향에 대해 기록하다 보면 나중에 대리양육자에게 육아를 부탁하면서 아이에 대해 설명해주기에도 좋다. 덜렁 아이만 맡기고 알아서 맨땅에 헤딩하듯 맞춰 달라고 요청하는 것보다, 아이와 대리양육자를 위해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이때는 집 근처에 아이와 갈 소아과를 한두 곳으로 결정해두는 것이 좋다. 병원마다 사정이 다를 수 있으니 두 곳 정도는 알아두라. 복직 후 대리양육자와도 원래 다니던 병원에 쉽게 갈 수 있어야 하므로 접근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자.

복직 후에 아이를 기관에 보낼 생각이라면 이 시기부터는 어느 곳이 좋을지 생각해두고 대기 순번을 반드시 받아놓아야 한다. 특히 첫아이는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좋다. 보육 시설이 부족한 탓에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기관에 입소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복직 시기까지 아이가 집 근처 기관에 입소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서 플랜 B도 미리 생각해두는 것이 좋다. 막연히 어린이집에 보낸다고만 생각해뒀다가, 복직이 임박해서 아이를 보낼 데가 없으면 정말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3. 복귀 준비 기간(~복직일까지)
이 시기는 이제 복귀를 앞두고서 엄마가 없어도 모든 게 무리 없이 돌아가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놓는 연습을 하는 시기다. 가능하다면 복직 이후에 아이를 주로 돌볼 대리양육자가 가급적 같이 지내며 아이와 익숙해지도록 하면 좋다(이 적응 기간은 길면 길수록 엄마, 아이, 대리양육자 모두에게 좋다).

대리양육자는 육아에 대한 엄마의 요구 사항과 육아관을 잘 따라주는 분이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추후 불필요한 의견 충돌을 겪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만약 복직 후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거나, 아이가 대리양육자를 잘 따르지 않아서 갑자기 사람을 바꾸게 되는 경우에는 엄마에게도 아기에게도 엄청난 정신적・육체적 부담이 뒤따를 수 있다. 양가 부모님이 아닌, 도우미 아주머니를 고용해 아기를 맡기기로 결정했다면 미리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어 구인 경로를 알아보고 구인 작업에 착수하자.

또 만일 이사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이 시기가 좋다. 이사 지역을 정할 때는 통근 거리, 대리양육자의 동선, 어린이집의 위치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의 일과표를 작성해보고 이유식 계획을 세운다. 보통 워킹맘들이 복직하는 시기는 아이가 이유식을 먹는 기간과 겹치는 경우가 많다. 복직하는 부서의 출퇴근 시간, 업무 스케줄 등을 미리 파악해두면 이유식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결정하기 쉬워진다.

보통 아이에게 이유식을 손수 만들어 먹이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지만 복직 초기엔 아무래도 달라진 하루 일과와 업무 적응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므로 너무 무리하지 않는 것을 권한다. 그 무엇보다 ‘소프트 랜딩’이 우리의 목표니까!

퇴근이 늦거나 야근이 많은 직장이라면 아이의 수면 습관을 미리 잡아놓는 게 좋다. 엄마 외에 다른 사람과도 잠드는 훈련을 해두면 나중에 큰 도움이 된다. 엄마가 퇴근할 때까지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며 보채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말이다.

대리양육자에게 가능하면 육아일지를 써달라고 부탁하자. 육아일지를 기록하면, 혹 갑자기 양육자가 바뀌는 일이 생겨도 아이의 생활패턴을 최대한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낮에 엄마가 없는 동안 아이가 어떻게 지냈는지를 알 수 있게 되어 복귀 후에도 아이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데다, 퇴근 이후의 시간이나 주말 등 엄마가 아이를 돌봐야 하는 시간에도 당황하지 않고 연속성, 일관성 있게 육아를 할 수 있다. 낮잠, 식사, 배변, 놀이 등 하루 일과와 더불어 그날의 특이했던 행동(처음 단어를 말했다든지, 노래를 불렀다든지, 난생처음 살아있는 강아지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였다든지) 을 기록해두면 좋다.

4. 복직 이후 기간
본격적으로 회사와 가정, 양쪽을 챙기는 워킹맘 생활을 시작하는 시기다. 이때는 새로운 생활 패턴에 익숙해질 때까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회사 일과 집안일을 가급적 분리하는 것이 좋다. 회사에 있을 때는 업무에 집중하되, 퇴근 이후까지 회사 일을 가져오거나 업무에 몰입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아이들과 있을 때는 아이들과의 시간에 집중하자.

도우미 아주머니를 고용하고 있다면, 그분과 아이들과의 관계를 잘 살펴보자.

아이를 진심으로 잘 봐주시는 좋은 도우미 아주머니를 구했다며 안심하고 출근했던 친구가,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회사를 관둬야 하는지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어보니, 퇴근해서 집에 돌아와도 아이가 자기보다 아주머니를 더 따른다는 것이다.

“아이를 낳은 엄마는 나잖아. 애를 집에 놓고 회사 다니는 것도 힘든데, 이젠 애가 엄마도 몰라보고 말이야. 내가 이렇게까지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니?”

물론 나도 경험해봐서 안다. 내가 엄마인데, 엄마보다도 다른 사람을 더 좋아하면 왠지 자존심도 상하고 억울하고 서운한 그 기분! 아이를 맡기고 출근해본 엄마들은 어떤 기분인지 딱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심리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지극히 당연하고, 오히려 긍정적인 결과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어릴 때에는 자기와 주로 함께 있는 사람을 더 좋아해야 하고,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이 아이를 키워준다면 그 사람과 애착을 형성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한다. 만약 대리양육자가 있는데도 아이가 엄마를 안 떠나려고 한다면 오히려 대리양육자의 양육 방법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살피고, 아이와 그 사람의 관계를 꼭 확인하라는 조언을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0~2세 아이심리백과』, 신의진 지음).

조금만 느긋하게 기다리면 아이가 “엄마, 엄마!”밖에 모르는, 소위 ‘엄마 껌딱지’로 돌변하는 때가 올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 보통 태어난 뒤 두 돌이 지나면 아이들은 자기를 돌봐주는 사람과 엄마를 구분하고,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오히려 대리양육자를 전적으로 따른다는 것은 엄마를 대신해 애착 형성이 잘되었고, 돌봄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다. 엄마 입장에서도 ‘엄마만큼’ 아이에게 잘 대해주는 사람을 찾은 것이 매우 다행한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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