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인생의 첫날이다>
“어려움의 한가운데에 늘 기회가 놓여 있다.”_알버트 아인슈타인
구글을 창업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스탠포드 박사과정 중에 만났다. 두 사람은 모두 유대인이자 1973년 동갑내기였다. 1995년 스탠퍼드대 학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박사과정 2년차였던 브린은 입학 예정자들의 캠퍼스투어에서 가이드 역할을 맡았다. 캠퍼스투어를 통해 두 사람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둘은 첫 대면부터 논쟁을 벌였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금세 친해졌고 캠퍼스 단짝이 되었다. 서로 다른 성격과 스타일이었지만 두 사람을 이어준 것은 토론문화에 익숙한 유대인 가정환경과 비슷한 관심사였다. 만날 때마다 벌어진 두 사람 논쟁은 서로 깊이 ‘교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세르게이는 원래 모스크바대학 출신 유대인 과학자 부부의 아들로 러시아에서 태어났고, 유대인 탄압과 차별을 피해 1979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과학자 부모의 영향으로 세르게이는 어려서부터 수학과 컴퓨터공학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페이지는 미시건주립대 교수로 있던 아버지와 컴퓨터 교사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어렸을 때부터 발명가를 꿈꾸었다. 테슬라처럼 위대한 발명가가 되고 싶어 했지만 시대를 앞서간 혁신적 발명에도 불구하고 테슬라의 불행한 말로에 충격을 받아 사업에 대한 꿈을 간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마침내 둘은 1997년 박사과정 연구 중에 새로운 검색엔진을 만들어냈다. 일반적인 인터넷 검색엔진은 검색어 위주의 단편적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사용자 의도에 맞지 않는 엉뚱한 결과를 내놓기 일쑤였다. 이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PageRank’라는 새로운 알고리즘이 접목된 검색기법을 개발했고, 이를 바탕으로 Google을 세웠다. 복잡한 포털사이트 서비스를 제공하던 다른 인터넷회사와 달리 정확하고 간단명료한 검색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 검색은 곧바로 인터넷 검색시장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했다.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이 되지 말고, 사용자들에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던 두 젊은이의 열망과 철학을 바탕으로 구글은 실리콘밸리의 가장 혁신적이면서 좋은 기업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현실적 문제들로 인해 많은 취준생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갈수록 취업 경쟁은 심화되고 첫 직장으로 어디에 취업하는지에 따라 나머지 인생의 항로가 바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공무원이라는 직장도 언제까지 안정적일 수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이야 은퇴를 보장하고 연금까지 주어진다 하지만 앞으로 평생직장 개념은 공무원을 포함하여 점차 희박해질 것이다. 나라와 정부가 부실화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직장이 공무원 아닐까?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이유가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국민에 대한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큰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앞으로 10년 혹은 20년 후에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에 안정적 직업은 사라질 것이고, 사람의 수명은 계속 연장되므로 제2의, 제3의 직업이 필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들도 끊임없는 혁신과 변화가 필요한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아쉬운 현실 중 하나가 대기업이 창업가 정신을 버리고 돈되는 사업 위주로 진출한다는 점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은 생존을 위해서는 이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성장과 유지를 위해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활동은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쉽게 돈을 벌겠다는 철학과 방법에 있다. 지금의 대기업들은 정부와 국민의 도움으로 세계적 규모의 글로벌회사로 성장했다. 많은 기업이 창업 초창기에는 무에서 유를 만들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부족한 기업경쟁력은 나라와 기업을 사랑하는 국민의 애국심 덕택에 극복될 수 있었다. 그 힘들고 어려운 과정에서 이전에는 없었던 건설, 조선, 철강,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생활가전 등 다양한 산업 기반이 마련되었다. 초창기의 창업정신을 간직한 대기업이라면 그렇게 얻어진 경쟁력으로 새로운 먹거리와 산업 기반을 만들어갈 책임이 있다.
안타깝게도 대기업이 재벌체제로 넘어가면서 창업가 정신이 상실되었고, 그저 쉽게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무엇이든 진출하는 상황이 되었다. 경제지표로 국민에게 무엇인가를 보여주어야 하는 정부의 단기적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과 맞물리면서 부의 양극화를 더욱 가속화시킨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일반 국민은 더욱 가난해지고 전체 소비는 줄어들면서 대기업 중심의 편중된 부는 기업 비자금이나 새로운 형태의 정경유착을 통해 더욱 부패화 될 위험이 있다. 기업의 잘못된 사업 방향을 바로 잡아주어야 할 정부마저 이러한 움직임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대기업에 족쇄를 채우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대기업이 국내 산업 기반을 건강하게 다지는 올바른 맏형 역할을 감당할 때 비로소 글로벌 경쟁력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한국의 산업이 기술적으로 취약한 이유는 원자재나 핵심 기술은 외국에서 대부분 수입하고 단지 제품 대량생산을 통해 사업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제품을 싸고 좋게 많이 만들어 이익을 내는 모델은 곧 중국에게 추월당한다.
외적 상황을 살펴보자. 지금 중국은 무섭게 기술 격차를 줄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정책과 엄청난 내수시장, 우수한 인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회사들이 태어나고 있으며, 한국이나 일본과의 기술 격차는 짧으면 1~2년, 길어야 3~4년이다. 무엇보다 중국이 무서운 점은 새로운 회사들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하기 쉽다는 점이다. 게다가 엄청난 자본을 바탕으로 한 정부 지원도 뒷받침되고 있다. 물론 중국에서도 비리나 관료부패가 심각하기는 하지만 2014년 국가별 부패지수를 보면 한국 7.05, 중국이 7.10이다. 사실상 한국과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실제로 일반 중국인들의 정부 지지와 신뢰도는 아주 높은 편이다. 정부관료들도 현업에 대한 감이 좋고 중앙정부의 요구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향후 중국이 제조업 인프라 기반과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정부의 자본과 지원정책을 통해 전 세계의 제조업을 석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한국 대기업들이 20~30년간 닦아놓은 산업 기반들이 향후 5년 안에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안팎으로 어려운 사면초가에 놓인 대한민국에는 희망이 없는 것일까? 나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물론 대기업 위주로 짜여진 ‘구조적 경제문제’와 ‘출세와 성공에 대한 사회 문화적인 가치문제’가 쉽지는 않겠지만 단일 민족의 5천년 역사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대부분의 사람들의 가치관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일단 마음이 하나로 모여지면 대한민국 국민은 엄청난 저력을 뿜어내는 민족이다. 특히 극단적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우리 민족이 보여준 저력은 참 대단한 것이었다. 만약 이러한 현실에 대한 위기의식을 국가 차원에서 공유하고, 창업가정신을 바탕으로 한 벤처기과 중소기업 위주의 정책으로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새로운 그림이 가능하다.
특히 한 나라의 교육체계는 고유한 성공 가치를 대변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교육 가치는 그저 취직과 돈벌이에 불과하다. 이래서는 미래가 없다. 교육은 그저 취업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가치 체계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과정이어야 하고 열정과 재능을 살려내는 숭고한 작업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 함께 먹고 사는 걱정에서 벗어나야 가능하다. 정부는 국민들이 1~2단계의 욕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기본적 복지를 제공해야 하고, 이미 자리잡은 대기업은 국민이 3~4단계의 욕구에 도달할 수 있도록 기업 생태계 확장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그렇게 확장된 생태계에서 자연스럽게 창의적인 벤처기업도 나오고 핵심 경쟁력을 지닌 강소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 및 협업도 창출된다.
수직적 체계에서 피라미드의 꼭대기를 차지한 대기업이 갑이 되어 모든 이익을 가져가는 형태로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 앞으로 대한민국에 ‘문제의식’과 ‘창업가정신’을 보유한, 작지만 강한 회사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대기업은 이러한 회사들에 물질적 투자뿐 아니라 인력과 전략에 대한 투자와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야 한다.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사회적 책무를 다할 때, 그리고 그러한 기득권에 대한 사회적 정당성을 부여받을 때 사회는 건강해진다. 실리콘밸리에 다양한 크고 작은 벤처기업들이 생겨날 수 있는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참신한 아이디어와 창업가정신으로 무장한 젊은이들이, 혜안을 지닌 노련한 투자자와 만나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과 회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우리나라에서도 펼쳐져야 한다.
앞으로의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과 정보통신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가상현실, 인공지능, 자율 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은 대량생산, 소비 체제를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갖춘 대기업이 유리했다면 앞으로는 개인 맞춤형 생산과 시장의 다양성에 대응하는 속도와 유연성을 갖춘 강소/벤처기업의 시대가 열린다.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경제 패러다임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당돌하면서 혁신적 창업가정신으로 무장한 톡톡 튀는 회사들이 대한민국에서 많이 나오기를 꿈꾼다.
뉴스와 미디어를 통해 들려오는 다양하고 심각한 문제들은 우리에게 수많은 기회들을 알려주는 동전의 또 다른 면이다. 끊임없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창업가정신을 바탕으로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가치있는 무엇인가를 창출한다면 거기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다. 젊은 세대들이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만드는 것은 정부와 기성세대가 꼭 해야 할 사회적 책무이다. 그래서 애플, 구글, 테슬라, 페이스북을 능가하는 훌륭한 회사들이 대한민국에서 많이 탄생되면 좋겠다. 많은 이들에게 현실적 롤모델이 되는 대한민국형 ‘혁신 창업가’와 ‘새로운 기업’의 출현이 아주 시급한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