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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Feb 24. 2017

04. 구글의 회사 문화와 경영철학

<오늘은 내 인생의 첫날이다>

또 다른 시작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 _구글 창업 모토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면서 구글에 대해 소문으로 들었던 것은 주로 다음과 같았다. 로비에서 일하던 안내원(receptionist)이 주식 상장 덕분에 백만장자가 되었다거나, 직원 처우와 조건이 아주 좋아서 집에 가지 않고 거의 회사에서 산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공짜로 밥을 주는데 호텔 수준의 식사라던가, 취업 인터뷰를 할 때는 이상한 질문을 하고 IQ테스트와 비슷한 심사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내용이라 진짜 그런지는 알 수 없으나 참 재미있는 회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애플에서 근무한 지 5년이 지났을 때 다양한 사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잡스의 죽음, 나를 뽑아주었던 기술매니저의 이직, 팀 개편과 새로운 팀 멤버 영입 등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그리고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면서 아주 친하게 지냈던 동료가 갑자기 교통사고까지 당했다. 그와 함께 특허도 많이 출원하고, 기술적 토론도 많이 했는데 몇 달 동안 병원에 입원을 했다. 애플에서 처음 3년은 힘들고 어려워도 배우면서 성장한다는 느낌이었는데, 4~5년이 지나자 점차 할 수 있는 일이 좁아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초창기에는 기술을 중심으로 소수정예 인원이 한마음으로 혁신을 향해 일하는 분위기였다면, 잡스의 죽음 이후 매니지먼트가 바뀌면서 정치적 분위기로 바뀐 느낌이었다. 팀 내에서는 그래도 꽤 고참 엔지니어였지만 점점 작은 세부 사항까지 일일이 상부 허락과 승인을 받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갑갑하기도 했다. 무언가 의미 있는 일, 사랑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교통사고를 당했던 동료가 퇴직을 했다. 서로 의지도 많이 하고, 도움도 주고받았던 사이였기에 아쉬움이 많았다. 그 친구가 몇 달 뒤에 연락을 해왔는데 구글에 입사했다는 것이다.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만 해도 “구글에서 배터리 관련된 일이 얼마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구글은 맛있는 식사를 주는 것으로 유명하니 오랜만에 그의 얼굴도 볼 겸 한번 놀러 가기로 했다. 애플 본사에서 구글 본사는 차로 15~20분 거리였다. 몇 달 만에 만난 동료는 무척 반가웠다. 안부를 묻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예전과 회사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때 그의 말 한마디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

“이봐, 혁신적인 배터리 기술개발을 위해 함께 일해볼 생각 없어? 너는 너만의 강점이 있고 나는 나만의 강점이 있는데, 함께 일한다면 엄청난 시너지를 다시 발휘할 수 있을 거야. 구글이라는 좋은 여건에서 함께 일하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겠지. 나와 함께 세상을 바꿔보자고. 더 좋은 세상을 위해.” 

세상을 바꿔보자는 절친 동료의 말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실 그는 일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고, 구글에서 일하기 때문에 그저 회사의 철학과 문화를 이야기해준 것이었다. 그런데 그의 이야기가 내 마음 한구석에 있었던, 사랑하는 일을 찾고자 하는 ‘열망’을 건드렸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와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았던 구글 본사에서 두 번째 미국 회사생활이 시작되었다.


구글의 회사 문화와 경영철학 

“리더로서 내가 할 일은 사내 모든 직원들이 좋은 기회를 갖도록 해주는 것이다. 또한 그들이 의미있는 활동을 하고 사회 이익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나의 일이다.”_래리 페이지

구글에서 새로운 직장생활을 하면서 제일 궁금했던 것은 회사문화와 기업철학이었다. 구글은 왜 그런 문화와 철학을 가지게 되었을까? 그리고 실제로 직원들이 그런 철학과 문화를 느끼면서 일을 하는지 궁금했다. 사실 대부분의 기업이 그럴듯하게 포장하지만 실제 직원들이 일하면서 느끼는 것과는 꽤 차이가 난다.

20여 년의 직장생활에서 느낀 점은 ‘사람’에 대한 중요성이다. 아쉽게도 일부 한국 기업은 직원을 하나의 부품이나 기능으로 취급하는 일이 많다. 언제든 부품을 갈아 끼우더라도 회사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강조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 정해진 프로세스와 회사 방침에 사람을 끼워 맞추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개인의 재능과 열정 그리고 팀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얼마든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구글은 직원에 대한 배려가 높고 사람의 가치를 이해하는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들이 회사에서 편안한 느낌과 안정된 마음으로 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배려를 한다. 아침, 점심, 저녁뿐만 아니라 업무 중에 잠시 쉬면서 낮잠을 자는 공간도 있고, 다양한 취미생활을 통해 스스로를 리프레시(refresh) 할 수 있도록 운동시설, 개인수영장, 야외 배구장, 농구장, 축구장도 있다. 물론 다른 회사들도 이 시설들을 제공하지만 실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분위기인지가 더 중요하다. 


구글은 각자 업무 공간을 본인이 원하는 대로 취향에 맞게 꾸밀 수 있도록 허용하고, 휴대폰, 노트북, 컴퓨터, 모니터 등 업무에 필요한 도구도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넉넉한 회의실 운영과 함께 개인 노트북을 이용해 언제든 화상회의를 할 수 있어서 회의실 잡느라 시간 낭비할 일이 없고, 회의자료를 온라인으로 공유하여 다른 일과 동시에 작업할 수 있기 때문에 자료 만드느라 시간을 낭비하지도 않아 아주 효율적이다. 결국 직원들이 최대한 행복감을 느끼면서 일할 때 최대의 성과를 발휘한다는 믿음으로 세심한 배려를 한다. 이런 회사에서 일할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다.


구글에서 일하면서 아주 인상적으로 느낀 점은 ‘소통’이었다. 매주 목요일 저녁이 되면 ‘TGIF! (Thank God It’s Friday!)’라는 행사가 있는데, 창업 이후 매주 지켜온 구글만의 전통이다. 초창기에는 회사가 작았으니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겠지만 거대 기업이 된 지금에도 수만 명의 직원이 함께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모여 경영진에게 다양한 질문을 하고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공유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 입사한 직원을 ‘Noogler(=New Goolger)’라 표현하는데, 첫 출근 주간의 목요일 저녁에 독특한 Noogler 모자를 쓰고 TGIF!에 참석한다. 내가 처음 참석한 TGIF!는 마침 Mother’s Day가 있는 주간이어서 부모들까지 초청해 다양한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부모들이 재미있는 질문도 하는 등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러한 전통들이 쌓이고 쌓여서 그런지 경영진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은 아주 대단하다. 소통의 또 다른 차원으로는 다면평가가 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동료들 간에 객관적인 평가를 하고 피드백을 받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매니저도 팀원들로부터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회사 차원의 설문조사를 통해 직원들의 만족도, 경영진과 임원들의 리더십, 부서 만족도를 평가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다양한 ‘예방적 소통’을 통해 사람 트러블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을 미리 방지한다. 그뿐 아니라 동료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시하고 싶으면 칭찬카드를 보내거나 소액의 특별 보너스를 보낼 수도 있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칭찬을 통해 긍정적 피드백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소통을 특별히 중요시하는 문화의 바탕에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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