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Feb 27. 2017

06. 인류의 미래는 에너지에 달려 있다.

<오늘은 내 인생의 첫날이다>

“우리는 도로 위의 모든 차들이 전기자동차가 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_엘론 머스크


자주 듣는 단어이지만 다소 추상적 느낌을 주는 ‘에너지’란 과연 무엇일까? 에너지는 쉽게 말해 어떠한 시스템이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과학자들에 의해 에너지의 개념 정립이 이루어지면서 이를 수치화 및 이론화하게 된 계기는 증기기관의 발달과 열역학의 발전 덕분이었다. 에너지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존되는 것이며,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다. 그 경우 반드시 무질서도가 증가하고 100%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전환될 수 없음이 입증되었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화학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변환시키면서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게 해주지만 일부는 열과 소음으로 낭비되며, 아울러 배기가스와 같은 부산물을 만들어낸다. 

핵발전소는 핵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다시 전기에너지로 변환시켜주는 장치다. 하지만 치명적인 핵폐기물을 만들어낸다. 휴대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는데, 배터리는 전기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변환하여 저장했다가 이동하면서 휴대폰 사용이 가능하도록 다시 전기에너지로 변환해준다. 리튬 이온전지는 배터리 중 가장 높은 에너지 변환 효율을 갖지만 2~3년 후에는 재료가 열화되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우리의 다양한 일상생활은 에너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에너지가 없다면 일상생활뿐 아니라 전 세계가 마비되는 심각한 상황이 일어날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에너지는 근본 문제를 지니고 있다. 우선 대표적 화학에너지인 오일은 매장량의 한계가 있고, 매장 위치가 균일하지 않다. 특별한 지역에만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모든 나라에서 필요로 하는 핵심 자원인 에너지를 둘러싸고 다양한 정치적 경제적 갈등이 유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40년간 세계는 여러 차례의 오일쇼크와 오일자원을 둘러싼 값비싼 전쟁을 치렀다. 가장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여겨졌던 핵에너지는 가장 골치아픈 에너지 채집 방식임이 판명되었다. 러시아 체르노빌 사고와 동일본 지진사고로 인해 핵에너지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 생생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제 오일에너지에 기반한 지구는 심각한 기후변화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UN 2045 보고서>에 따르면 인류 생존에 가장 위협이 되는 요소가 바로 기후변화인데, 온실가스 증가로 인해 해수면 온도가 계속 상승하고,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가뭄과 극심한 강수량 변화를 겪게 되며, 이는 결국 각종 식물의 성장 변화와 동물의 라이프 패턴 변화를 유발하여 식량, 물, 토지 및 생존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기후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결국 식량과 물과 같은 필수 자원을 둘러싼 국가 간의 약탈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심각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효과는 미미하다. 대표적인 예가 국가 간 탄소배출권 적용 및 재생에너지 지원정책이다. 탄소에 기반을 둔 석탄이나 오일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에너지를 채집하고 사용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2010년 기준으로 전체 에너지의 약 18%를 차지하는 재생에너지 비율이 2025년까지 그대로 유지된다면 CO2 배출량은 2025년에는 3배 이상 증가될 것으로 추산된다. 만약 다행히도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46%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면 CO2 배출을 절반 이하로 감소시킬 수 있다. 과학자들은 1984년부터 해수면 상승 온도와 CO2 농도와의 상관관계를 추적하였는데, 놀라울 정도로 높은 상관관계가 입증되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문제는 더 이상 정치적 음모론이 아닌 심각한 현실적 문제이자 위협인 것이다.

스탠포드의 토니 세바 교수는 <에너지 혁명 2030>에서 태양광/풍력 에너지가 전기자동차의 발전 및 자율주행기술과 맞물리면서 에너지의 획기적이고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그의 주장이 다소 과격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2030년이 되면 기존 가솔린 자동차는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예측했다. 1900년 초에는 뉴욕 거리에서 수많은 마차 중 자동차를 찾아보기 어려웠으나 불과 15년 뒤 뉴욕에서 마차가 자취를 감추었다는 사례를 제시했다. 스마트폰이 휴대폰 시장에서 처음에는 작은 규모를 차지했지만 갑작스레 인터넷 기술과 맞물리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과도 비슷한 사례라는 것이다. 그는 기술의 불연속성과 갑작스런 변화에 주목한다. 



2016년 태양광 패널비용은 1975년 $101.05/Watt 대비 약 0.6% 수준인 $0.61/Watt으로 급격히 감소했으며, 태양광 발전비용도 $0.10/kWh 수준으로 수렴하고 있다. 이는 기존 석탄이나 석유를 이용한 발전 방식의 비용과 비슷해지는 수치로서 태양광 발전의 Grid Parity라고도 불린다. 한마디로 태양광 전기발전의 손익분기점인 것이다. 결국 태양광기술의 혁신적 발전과 규모의 경제 효과로 인하여 획기적으로 태양광 발전비용이 감소하고 있다. 또한 석탄이나 오일에 의지한 발전 방식은 수확체감의 법칙, 즉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생산비용이 늘어나는 고질적 문제가 있지만(한국에서의 전기누진세를 생각하면 된다), 태양광 발전은 수확체증의 법칙, 즉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생산비용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많이 쓸수록 더 깎아주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는 것 아닌가?

태양광에너지의 가장 높은 수요처로 예상되는 전기자동차의 비용도 향후 10년 안에 급격히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320km를 달릴 수 있는 전기자동차는 현재 3만5천~4만 달러 수준으로 기존 가솔린 자동차보다 높지만 2020년경에는 2만2천 달러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2025년 이후에는 더 이상 가솔린 자동차는 전기자동차와 더 이상 가격경쟁을 할 수 없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뿐 아니라 자율주행 기술까지 접목되면 더 이상 불필요하게 많은 자동차를 생산할 필요도, 보유할 필요도 없어지며 자동차는 소유의 대상에서 공유 및 서비스의 대상으로 전환된다. 토니 세바 교수의 주장이 그저 허황된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 이유는 바로 경제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거대한 그림과 계획에 맞추어 찬찬히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엘론 머스크이다. 그는 테슬라를 설립하여 전기자동차 사업의 가능성을 증명하였고, 한걸음 나아가 태양광 설치 사업 및 혁신적 배터리를 통한 에너지 저장 솔루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머스크의 전략은 태양광에 기반한 청정에너지를 바탕으로 뛰어난 성능의 전기자동차를 빠르게 확산 보급하여 오일에 중독된 지구 경제와 환경을 혁신하겠다는 대담한 발상이다. 태양광에 기반한 전기자동차는 시간이 갈수록 오일에 기반한 에너지와 가솔린 자동차의 비용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더욱 경제적으로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눈을 돌려 유럽을 살펴보자. 독일은 재생에너지 선진국이다. 2011년 기준 재생에너지가 전체 전력생산의 20%를 차지하였다. 이로 인해 창출된 일자리는 약 381,600개이며 일자리의 약 2/3는 2000년에 제정된 재생에너지법에 의해 생겨났다. 독일 정부의 장기 계획에 따르면 2020년에는 재생에너지가 전력생산의 27%, 2030년에 적어도 45%가 되리라고 전망한다. 북유럽 국가 노르웨이는 산유국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기차 천국’으로 불린다. 각종 세금 혜택 및 보조금, 전용차선을 통해 전기자동차를 적극 장려한다. 2015년 노르웨이에서 팔린 전기차는 약 2만 6천 대로 신차 판매 중에서 17%를 차지한다. 10년 후의 노르웨이 도로는 전기자동차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2025년부터 특수차량을 제외한 일반 차량의 등록을 무공해 차량으로만 국한했기 때문이다.


에너지 혁신은 멀리 미국이나 유럽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의 친환경차 시장 확대는 강력한 정부정책을 기반으로 한다. 중국 정부는 나날이 심각해지는 대기오염 문제를 개선하고, 60%에 이르는 석유의 국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2020년까지 전기자동차와 같은 친환경 차량을 500만 대까지 보급하는 목표를 세웠으며, 이미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2016년 상반기에 판매된 전기차는 약 12만 3천대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전기자동차 세계 20위 내 중국 업체가 무려 9개나 되며 1위 또한 BYD라는 중국 기업이다. BYD는 2016년 상반기에 무려 4만3천 대를 팔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같은 기간 불과 745대를 판매하였다. 

에너지사업은 향후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는 중차대한 사업 분야이자, 10년 안에 큰 변화와 혁신이 예상되는 분야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에서는 정부와 다양한 기업들이 그 중요성을 깨닫고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비록 한국은 시작은 늦었지만 재생에너지 시장 확대와 기술 발전 및 보급을 위해 정부-기업-학계가 혼연일체가 되어 범정부 차원의 중장기 지원 정책 로드맵, 한국형 비즈니스 모델 발굴, 혁신적인 기술 개발 및 우수한 에너지 인력 육성을 바탕으로 재생 에너지 선진국으로 거듭나야 한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창의적인 에너지 혁신 기업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04. 구글의 회사 문화와 경영철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