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환율은 장기적으로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상당 기간(2~3년) 달러의 강세가 지속한 후 다시 달러 약세 국면이 출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런 전망을 하는 첫 번째 이유는 ‘경기순환’ 때문이다. 미국 경제는 2009년 봄 경기의 바닥을 찍은 후 거의 7년째 경기 호황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경기 침체가 이제 그리 멀지 않았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국 경기가 침체할 때, 미국 투기등급 회사채의 가산금리가 급등하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 투기등급 회사채의 가산금리가 급등할 때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는 달러/원 환율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나쁠 때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4장 채찍 효과 부분에서 충분히 설명했으니, 다음 순서로 넘어가자.
달러의 강세가 2~3년간 지속할 것으로 보는 두 번째 이유는 ‘실질금리의 상승 가능성’에 있다. 그럼 왜 미국 실질금리의 상승 가능성을 크게 보는가? 그 이유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위험이 조금씩 드러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실업률이 떨어지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반대로 실업률이 상승하면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작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업률이 평균 수준보다 낮아지는 등 경기가 호전되면 임금이 상승하며, 경제에 남아 있는 각종 유휴 자원이 고갈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최근 미국 실업률은 5%를 밑돌고 있는데, 과거 이 정도의 실업률 수준에서 소비자물가는 항상 2.5% 이상 상승했던 경험이 있다. 따라서 미국 연준 관점에서 정책금리의 인상을 시도하는 일은 당연하며, 이 영향으로 시장금리가 앞으로 상승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본다. 다만 미국의 경기 확장이 길어지며, 불황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미 연준도 잘 알고 있으니 금리 인상의 강도는 강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반론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국제유가의 급락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데, 미국 인플레이션이 그렇게 높아지겠느냐는 것이다. 충분히 일리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다만 국제유가가 현시점에서 추가로 하락할 폭은 크지 않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제 서서히 유가가 글로벌 석유 생산 기업들의 한계 생산비용 수준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계 생산비용이란, 추가로 원유 한 단위를 생산하는 데 투입되는 비용을 뜻한다. 중동 산유국은 1배럴에 10~20달러 선, 미국 셰일 오일 채굴업체는 40~60달러 선으로 추정되는데 유가가 만일 20달러 수준까지 내려간다면 대부분 기업이 원유 생산에서 이익을 내지 못한다.
따라서 국제유가가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무한정 떨어지기보다는 배럴당 20달러대에서 균형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렇게 된다면, 유가의 하락이 가져올 ‘물가 안정’ 효과도 점점 퇴색될 것이다. 왜냐하면, 유가가 2014년 110달러에서 2015년 50달러로 떨어진 것은 60%의 가격 하락이지만, 여기서 다시 30달러 전후로 떨어지는 것은 40%의 하락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즉 가격 하락이 계속 진행되더라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점진적으로 약해진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해보자. 먼저 경상수지 측면에서는 경상수지의 흑자 가능성이 크며, 특히 교역조건의 개선이 경상수지 흑자 폭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원화의 가치가 ‘저평가’되어 있는 것도 경상수지의 흑자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따라서 ‘장기적’ 요인만 보면, 달러/원 환율은 향후 10년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단기적인 전망은 ‘상승’에 무게를 두고 싶다. 왜냐하면, 달러의 강세 흐름이 당분간 꺾일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009년 봄부터 시작된 경기 확장이 7년째 접어드는 게 부담이다. 역사적인 평균 확장 기간(5년 안팎)을 이미 크게 넘어선 데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게 경기의 탄력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선진국 경기가 나빠질 때 훨씬 큰 폭의 수출 감소를 겪는 한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달러 강세 국면에서는 달러/원 환율의 하향 안정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이런 달러의 강세가 2~3년 이어진 후에는 추세의 반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무엇보다 달러/원 환율의 상승으로 원화의 저평가 폭이 더욱 심화하고,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점점 원화의 평가절상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