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시대, 오래된 생각을 리씽크하라!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이나 예술 작품을 고전(古典)이라고 부릅니다. 학창 시절 의무감에 읽었던 오래된 그 책들, 읽고 계시는가요? 우리가 얼굴 마주한 채 이렇게 질문한다면, 서로를 보며 그저 너털웃음만 짓고 있을까요? 아닐 것입니다. 최근 몇 년간 빠르게 성장한 모바일 스타트업을 일군 사장의 가방 속에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이 들어있더라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인문 고전 읽기를 통해 통찰력을 얻는다는 말이 새삼 떠오르더군요.
고전 읽기 왜 하라고 할까요? 현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성을 가르치고 키우기 위해,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소통을 위해, 내면의 깊이와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기 위해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최근 기업 채용에서도 인문학적 소양에 대한 필요성으로 고전 읽기가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죠. 그런데 제시된 이유가 어쩐지 붕 떠 있는 느낌입니다. 명확하고 객관적인 이유, 인문 고전 읽기의 효과를 증명할 수 있는 이유는 없을까요?
있습니다. ‘오래된 것이 새로운 것’이며,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관점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풀어낸 이야기, 우리가 만나는 혁신적인 기술이 이미 ‘옛것’의 재발견을 통해 이루어졌음을 이야기하는 책, <리씽크>입니다.
리씽크, 오래된 것이 새로운 것
책의 저자인 스티븐 풀은 영국인으로, 다양한 학문의 경계를 능수능란하게 넘나드는 ‘융합의 천재’라는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를 넘어 언어와 문화, 그리고 비즈니스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해박한 지식을 책으로 펴내고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죠. 이 책도 주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경제, 역사, 문화, 과학, 의학, 군사학, 철학, 심리학 분야의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저자의 주장을 한번 들어 보죠. 그는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인간의 생각은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주장과 ‘이전에 전혀 없던 새로운 창조나 혁신을 할 수 있다’는 두 주장 사이의 긴장과 갈등 속에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현재에 필요한 답을 과거의 생각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하죠. 특히, 과거에는 비웃음당하고 헛소리 취급받았던 수많은 새로운 주장과 발견이 시간이 지나 타당성을 인정받거나 혁신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인문과 고전에서 우리가 답을 찾으려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하지요. 그것이 바로 리씽크(Rethink)입니다.
지금은 재발견의 시대
가장 근접한 사례가 전기차입니다. 얼마 전 “2018년에 민간인 관광객 2명을 달나라 여행에 보내겠다.”고 깜짝 발표한 일론 머스크. 이 서프라이즈의 주인공은 자신이 설립한 테슬라 모터스를 통해 전기차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죠. 테슬라 모터스의 모태인 전기차는 이미 1800년대에 상용화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화석연료가 싸고 풍부했고, 또한 배터리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서 일 회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42km에 불과한 탓에 최초의 전기차 회사는 몇십 년 만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200년이 지나 배터리 기술이 발달하고 화석연료가 고갈위기에 있는 달라진 지금은 어떤가요? 시대 상황에 맞물려 일론 머스크라는 사람은 과거의 아이디어에서 ‘배터리 기술’이라는 빠진 조각을 채우고 ‘재가공하고 보완’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몇 년 전부터 불고 있는 ‘정리’에 관한 리씽크도 흥미롭습니다. 일본에서 생겨나 우리나라를 포함해 빠르게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곤마리 정리법은 창시자이자 정리정돈 전문가인 곤도 마리의 이름에서 나왔는데요. 300만 부 이상 팔린 그녀의 책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에서는 서랍 속의 양말 한 켤레도 바르게 접어놓으면 양말이 “훨씬 행복해지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고 합니다. 양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물건에도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처럼 ‘정리’라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키워드를 통해 사물에 정신이나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애니미즘 전통을 되살려내고 있는 것입니다.
정치경제학에 관한 관심이 되살아난 현상의 이면에도 리씽크가 있습니다. 2008년 발생한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불평등 문제를 다룬 토마스 피케티(Thomas Piketty)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정치에 관한 관심이 정치경제학으로 바뀌었는데요. 어떻게 모든 사람이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답을 보편적 기본소득에서 찾는 것입니다. 모두에게 살아가기에 충분한 돈을 준다는 아이디어죠. 그런데 이 아이디어도 18세기에 시작되어서 1920년대와 1970년대에 관련 논의가 있었습니다만, 터무니없다는 평가를 받아 오다가 최근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이죠. 이것 또한 과거의 아이디어도 얼마든지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새로운 맥락에 놓인 오래된 아이디어는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우리는 혁신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요구하죠. 창의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창의성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일까요? 리씽크에서 창의성은 종종 다른 영역에 속하는 기존 아이디어들을 통합하는 능력으로 정의됩니다. 간과되었던 아이디어가 지닌 가치를 깨닫는 상상력일 수도 있지요. 그런 의미에서 혁신의 시대는 재발견의 시대일 수도 있습니다. 알고 보면 혁신은 오래된 아이디어에 의존하는 경우가 놀랄 만큼 많기 때문이죠.
뛰어난 아이디어도 다 ‘때’가 있다.
책에서 제시된 다양한 사례를 음미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꽃을 피우는 ‘시기’가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봄이 오면 그제야 싹이 돋고 잎사귀가 나고 꽃이 피듯, 아이디어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살아가고 생각하는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혁신으로 받아들여지는 시기가 있다는 점입니다. 테슬라의 전기차가 시대를 만났고, 가수는 새 앨범을 발표하는 가장 ‘쿨’한 방법으로 ‘올드’한 LP를 발매하며, 맨해튼과 런던의 거리에는 이미 폐기되었던 교통수단 세발자전거 릭샤가 활보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이디어는 비로소 발현되는 때를 만나야 빛을 보는 것이죠.
애플의 ‘다르게 생각하기’
애플의 슬로건은 ‘Think Different’, ‘다르게 생각하기’입니다. 이 슬로건은 지금까지 모든 것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의문을 던지라는 의미로 해석되었는데요. ‘Think Different’를 리씽크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면 ‘과거의 생각이나 방식을 끄집어내서 재해석하고 재발견하기’라는 의미를 추가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도 애플의 ‘Think Different’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뒤에 일론 머스크의 전기차를 보면서 ‘리씽크(Re:think)’를 확신하게 된 것 아닐까요?
“일론 머스크처럼 역사를 아는 사람들이 가장 강력한 혁신을 일으킨다.”
역사를 아는 사람들! 그들은 세상에 없던 전혀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역사를 다시 보고,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는데 시간을 할애합니다. 잡스의 전기를 집필한 월터 아이작슨도 “잡스는 저녁이면 부엌에 있는 긴 식탁에 아이들과 둘러앉아 책과 역사, 그 외에 여러 가지 화제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고 회고했습니다. 다시 생각하고, 토론하고, 발견하는 리씽크(Rethink)를 이미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었던 거죠. 그런 의미에서 지금 우리의 인문 고전 읽기는 고되더라도 지속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인문 고전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생각을 리씽크해서 혁신의 시대를 돌파하는 아이디어를 얻으시기 바랍니다.
임재영 l 더좋은책연구소 소장, 서평가
“독서는 완전한(full) 사람을, 토론은 준비된(ready) 사람을, 쓰기는 정밀한(exact) 사람을 만든다.”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에 이끌려 독서에 몰입했다. 책을 읽고 비평하며 더 좋은 책을 소개하는 일에 매력을 느껴 서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