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면서, 왜 마음의 상처는 돌보지 않는가?
상처로 얼룩진 내 마음, 어떡해야 하는가?
<미움받을 용기>, <자존감 수업> 등 마음을 어루만지는 책들이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가 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마음의 상처와 고통, 트라우마가 점점 심해지기 때문이겠죠. 내 마음속 상처는 누구도 관심 두지 않습니다. 나 스스로 어루만져야 하는데, 정작 나는 너무 바쁩니다. 돈 벌고, 트렌드를 쫓고, 수박 겉핥기식의 인맥 관리하느라 SNS에 시간과 마음을 쏟습니다. 내 마음은 언제나 뒷전이죠.
과거의 상처와 오늘의 아픔은 뒤죽박죽 섞이며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내 삶을 지배합니다. 그래도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기다려, 돈 더 벌어서 힐링해줄게.’ ‘참아봐, 임원이 되면 모든 게 달라져.’ ‘있어 봐. 나 지금 바쁜 거 안 보여?’ 나와 내 마음은 하나인 거 같은데, 마음은 왜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내 마음은 조금씩 지쳐갑니다. 그러다 스르륵, 내 마음도 나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아 버린 것만 같아요. 아, 도대체 내 마음을 어찌해야 할까요?
<일곱 개의 방>은 심리치료 소설입니다. 나처럼 마음의 상처와 고통 속에 살던 주인공들이 심리치료를 통해 삶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그려냈어요.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심리치료에 대해 쉽게 풀어낸 이야기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심리치료소설, <일곱 개의 방>
“아저씨, 마포대교로 가주세요.”
이 말, 어디서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드라마였는지, 라디오에서 누군가의 사연이었는지. 뻔한 줄거리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잠시 책을 덮었습니다. 이미 책의 4번째 장이기에 잠시 쉬어야겠다 싶었죠. 그런데 어느새 제 손은 책을 다시 펼쳐 들고 읽어나가기 시작합니다. 궁금해졌거든요. 마포대교에서 뭘 어찌하려 했는지, 왜 마포대교에 가려 했는지 안타까워졌습니다.
“손님, 잠깐 바람 쐬고 댁으로 다시 들어가세요.”
꼭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자기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을 비언어적 표현이라 하지요. 타인의 비언어적 표현을 예민하게 알아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탄 택시 기사가 그런 분이었나 봐요. 주인공이 멈추어주기를 원했던 마포대교의 한가운데가 아닌 한강 둔치에 차를 세운 기사의 말입니다. 새벽 네 시 반, 주인공은 인적 드문 마포대교에서 조용히 생을 마치고 싶었을 뿐입니다. 택시 기사는 자기 마음을 읽어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겠죠. 그런데 들켜버린 것입니다.
“황망했다!”
마음이 몹시 급해져 당황하고 허둥지둥하는 주인공의 표정이 스쳤습니다. 놀란 척할 수도 없고, 태연한 척하려니 표정과 몸짓에 드러나는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을 테죠. 아무도 몰라야 하는데, 들켜버린 마음을 추스르는 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주인공의 마음을 헤아리려는데, 문득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내 마음속 어딘가에 꼭 닫아두었던 방이었는데, 그 방문이 열리는 느낌이었죠. 좀처럼 열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방문이 열림과 함께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눈물이 이토록 뜨거울 수 있구나!’ 뜨겁고 강하게 쏟아지는 듯했습니다. 주인공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끈 사건은 아직 모르지만, 주인공의 심적 고통과 아픔이 제게도 전해진 것일까요. 저는 그렇게 주인공과 함께 울었습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는데, 마음이 아프면 어찌하지?’
우리 주변에는 병원이 많습니다. 아픈 몸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갑니다. 아픔의 증상에 따라 병원도 달라집니다. 병원에서 치료받고 처방해준 약을 먹고 아픔이 속히 가라앉도록 몸을 쉬게 해줍니다. 우리 몸은 그렇게 관리받고 있지요.
그런데 혹시 마음의 아픔은 어찌하는지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준다고 하면 왠지 금방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마음의 아픔도 여러 증상이 있는데, 몸처럼 증상에 따라 치료 방법을 달리한다는 건 언감생심이죠. 마음의 상처는 치료받는 게 아니라고 배운 듯합니다. 스스로 치유하던가, 내버려둬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듯해요.
과연 그런가요? 치유하지 못한 마음 때문에 요즘 우리는 얼마나 많은 문제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지요. 우리 주변에는 마음에 생긴 상처를 곪아 터질 때까지 내버려 둔 채, 타인에게 비난과 비판과 불평을 쏟아내는 안타까운 일들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마음의 상처를 타인에게 부적절하게 쏟아내는 사람들
신문은 연일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넘쳐납니다.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이웃 간 다툼이 폭력에 살인까지 이어지고, 보복운전은 언제 내 일이 될지 모릅니다.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아이는 단체 카톡방에 끼지 못한다는 이유로 학교 가기를 싫어한다는 기사도 올라왔는데요. 어릴 때부터 마음의 상처를 주고받는 데 익숙해진 아이들은, 공동체를 통한 다양한 어울림을 경험해야 할 시기에 울타리를 치고 무시하는 방법부터 배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파트 단지 내에서 아이의 실종 사건이나 성폭력 등의 사건을 접한 부모 관점에서 ‘아무도 믿으면 안 돼!’라는 생각을 아주 어릴 때부터 아이에게 주입할 수밖에 없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거든요.
이 불편한 이야기는, 열거하자면 끝맺음하기 힘들 만큼 많습니다. 점점 더 마음을 열고 살아가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너도나도 하게 됩니다. 마음에 생긴 생채기쯤은 무심하게 넘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은 바다와 같아서 그때그때 치유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여깁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렇게 내버려둬도 괜찮을까요? 그러다 쓰나미라도 한 번 몰아치면 견뎌낼 재간이 있는 걸까요?
몸과 마음의 균형, 자전거의 두 바퀴처럼
몸과 마음은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자전거의 두 바퀴처럼 말이죠. 바퀴 하나에 문제가 생기면 자전거는 나아갈 수 없습니다. 나머지 멀쩡한 바퀴도 쓸모없어지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죠. 우리 몸과 마음도 이와 같습니다. 아프면 치료해야죠. 몸만 치료의 대상이 되는 게 아닙니다. 마음도 치료가 필요합니다.
어떻게 마음을 치료하는가?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마음의 치료는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점입니다. 기억 속에는 마음이 치료의 대상이라고 듣거나 배운 적이 없어요. 그저 마음을 추스르라고 합니다. 스스로 다독일 줄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가족이나 친구의 위로가 마음의 병을 고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합니다. 문제가 커지면 한 번쯤 상담받아 보라고 할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까지 알던 많은 솔루션은 대부분 ‘임시 봉합’에 불과합니다. 몸이 아프거나 다쳤을 때는 그렇게 안 하잖아요. 병원에 가서 진단하고 처방받아서 본래의 모습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지요. 그에 반해 마음은 늘 소외의 대상이 아니었나 돌아보게 됩니다.
심리치료, 소설로 먼저 경험하세요. <일곱 개의 방>
심리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더트리그룹은 이처럼 사람들의 상처받은 마음에 관해 연구하고 고민합니다. 몸의 질병만큼 다양한 마음의 상처, 고통,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어루만집니다. <일곱 개의 방>은 그런 사람들의 마음이 심리치료의 과정을 통해 치유되고 회복되는 과정을 그려냅니다. 의학적 접근이 아닙니다. 실제로 진행된 심리치료를 소설화하여 쉽고 흥미롭게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심리치료는 심리적 고통이나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가진 사람에게 심리학적 전문 지식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거나 삶의 질을 향상하도록 돕는 전문적 활동으로 정의합니다. 핵심은 ‘삶의 질 향상’에 있을 것입니다. 최근 주목받는 자존감에 대한 성찰, 행복해지기 위해 아들러 심리학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가 다 ‘삶의 질 향상’과 관련되지요. 다만 심리치료는 더욱 적극적으로 문제를 치료하기를 권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마음의 아픔과 고통을 다시 꺼내놓는 일이 힘들어도, 심리치료를 하고 난 이후 달라진 삶의 질을 경험해 보기를 원합니다.
<일곱 개의 방>의 주인공들은 우리처럼 아픔과 고통을 겪고 있었어요. 어릴 때 당한 성폭행으로 가족과의 관계마저 틀어져 회색 옷만 입고 다녔던 소녀가 심리치료를 통해 자신의 마음과 가족 관계를 회복해가는 과정은 안타까움과 분노의 감정에서 위로와 용서, 화합의 감정으로 승화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결국 <일곱 개의 방>의 주인공은 ‘나’
이렇게 일곱 개의 이야기 속에 하나하나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나’의 속마음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자신감이 없고, 사람들 사이에서 위축되어 있고, 과거의 좋지 못한 경험이 트라우마가 되어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내 마음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요? <일곱 개의 방>의 주인공들을 따라가면서, 그동안 무신경했던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내 마음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관심과 위로와 격려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임재영 l 더좋은책연구소 소장, 서평가
“독서는 완전한(full) 사람을, 토론은 준비된(ready) 사람을, 쓰기는 정밀한(exact) 사람을 만든다.”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에 이끌려 독서에 몰입했다. 책을 읽고 비평하며 더 좋은 책을 소개하는 일에 매력을 느껴 서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