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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맹자는 왜 양혜왕에게 삿대질을 했을까?

<철학 콘서트>

by 더굿북

《맹자》의 서두는 대뜸 양혜왕(梁惠王)과의 친견으로 시작한다. 맹자가 양혜왕을 만났다. 왕은 말했다. “노인께서 천 리를 멀다 않고 오셨으니, 저희 나라를 이롭게 하여 주시겠지요.” 양혜왕은 위나라의 제후다. 감히 왕을 칭했고 시호를 혜라 했다. 《사기(史記)》에 “혜왕 35년에 예를 낮추고 폐백을 후히 하여 현자를 초청하자 맹가(孟軻)가 양 땅에 이르렀다”라고 했다. 가(軻)는 맹자의 이름이다.


기원전 4세기는 중국의 중원과 유럽의 그리스에서 현자들의 지혜가 꽃을 피운 시기였다. 아테네를 찾은 소피스트들은 아테네의 청년들을 상대로 변론술을 가르치는 논술 강사였다. 소피스트들과 비교하면 중국의 현자들은 한층 격이 높았다. 그들은 왕의 초청을 받아 한 수의 지혜로운 담론을 폈다. 아테네인들이 소피스트를 논술 강사로 고용했다면 중국의 왕들은 현자들을 왕사(王師)로 맞이했다.

지금 양혜왕이 말한 이(利)는 나라를 부유하게 하고 군대를 강하게 하는 부국강병 따위를 의미한다. 요즘 말로는 국가경쟁력 제고 방안이다. “왕은 하필 이(利)를 말씀하십니까?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 맹가의 직언은 오늘 우리가 보기에도 민망하다. 왕은 맹가에게 노인이라 존칭했다. 또 폐백을 후하게 드리는 인사를 생략하지 않았다.

그런데 맹자는 보자마자 삿대질이다. 양혜왕, 당신, 장사꾼 아니오? 맹자가 왕에게 삿대질한 것은 그 같은 왕들의 욕심이 천하를 혼란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맹자는 논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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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께서 어떻게 하면 내 나라를 이롭게 할까 하시면 대부(大夫)들은 어떻게 하면 내 집안을 이롭게 할까 하고, 사(士)나 서인(庶人)들은 어떻게 하면 내 몸을 이롭게 할까 하여,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이를 취한다면 나라가 위태로울 것입니다.”
_ 《맹자집주》 중에서

맹자와 만날 때 양혜왕은 연못가의 기러기와 고라니를 돌아보고 말했다. “현자도 이것을 즐거워합니까?” 첫 만남부터 호되게 당한 양혜왕, 기러기와 고라니를 보는 즐거움도 이(利)가 아닌가, 조심스레 묻는다.

맹자가 대답했다. “현자인 뒤에야 이것을 즐거워할 수 있습니다. 어질지 못한 자는 이것을 즐거워하지 못합니다. 《시경》에서 이르기를 ‘문왕이 영대(靈臺)를 처음으로 경영하여 이것을 헤아리고 도모하시니, 서민들이 와서 일하는지라 하루가 못 되어 완성되었다’라고 했습니다. 옛사람들은 백성과 함께 즐겼습니다. 이 때문에 능히 즐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맹자가 옮기고 있는 시구는 《시경》〈영대(靈臺)〉에 나온다. 문왕이 비록 백성의 힘을 이용했으나 백성들은 도리어 즐거워하여 ‘영대’라는 아름다운 명칭까지 붙여주었다. 평소 문왕이 백성을 사랑했기 때문에 백성 또한 문왕의 동산을 즐거워한 것이다.

쾌락을 즐기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쾌락을 저 혼자 즐기는 것이 문제다. 맹자는 양혜왕에게 충고한다. ‘백성들과 함께 즐기시오!’ 여민동락(與民同樂)은 맹자 사상의 중심이다. 혼자 즐기는 엔터테인먼트는 말초 신경을 자극할 뿐 마음은 공허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어서 함께 즐겨야 벅찬 신명을 누린다. 슬픔을 함께 누리면 절반으로 줄고, 기쁨을 함께 누리면 배가 된다. 동고동락(同苦同樂)하는 것이다.

맹자는 양혜왕에게 묻는다. “칼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 정사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차이가 있습니까?” 왕은 “차이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걸려들고 있다. 맹자는 말한다. “임금의 푸줏간에는 살진 고기가 있고 마구간에는 살진 말이 있으면서 백성들은 굶주린 기색이 있고 들에는 굶어 사체가 있다면 이것은 짐승을 몰아서 사람을 잡아먹게 한 것입니다.”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면서 16세기 영국 농민들의 참상을 고발한 토머스 모어도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뿐만인가. 암행어사 이몽룡은 조선 양반들의 민중 착취를 이렇게 성토했다. “금동의 좋은 술은 천 사람의 피요(金樽美酒 千人血), 옥반 위의 맛있는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玉搬佳肴 萬姓膏).”

맹자는 말한다. “늙었으면서 아내가 없는 것을 환(鰥)이라 하고, 늙었으면서 남편이 없는 것을 과(寡)라 하고, 늙었으면서 자식이 없는 것을 독(獨)이라 하고, 어리면서 부모가 없는 것을 고(孤)라 하니, 이 네 가지는 천하의 곤궁한 백성으로서 하소연할 곳이 없는 자들입니다. 문왕은 선정을 펴고 인을 베푸시되 이 네 사람을 먼저 하셨습니다. 《시경》에 이르기를 부자들은 괜찮거니와 이런 곤궁한 이가 가엾다고 했습니다.”

환과고독을 돌보는 것, 이것이 왕의 기본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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