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 투 마우스>
내가 가장 가난하게 느껴질 때 대부분은 나를 돕는 것이 자기 일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였다. 일은 거지 같고 그들이 과로한다는 것은 알겠지만, 나 또한 진상 민원인이 되지 않으려고 정말 애쓴다. 서류와 질문 목록을 미리 다 준비하고, 추천서와 급여명세서와 병원비 청구서 등 모든 것을 챙긴다. 주제별로 분류까지 깨끗이 해놓는다. 제출해야 할 서류를 준비 못 할 때는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를 질문 목록에 미리 적어둔다. 하지만 이게 전혀 소용없을 때가 많다. 내가 가난한 시민에게 제공되는 혜택의 수급자격이 되어 그걸 신청하고 있는데, 일부 사람들 눈에는 그런 내가 인간 이하로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인간 이하처럼 느껴지거나 실제 나보다 형편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경우는 아주 많다. 예를 들어, 나는 독서를 사랑한다. 강한 호기심을 타고난지라, 무엇을 알고 싶을 땐 불편한 질문도 별생각 없이 던지는 편이다. 하지만 이런 나도 최저 임금이나 최저 임금과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받고 일할 때는 책을 읽지 않는다. 그러기엔 너무 피곤하다. 책장 위로 눈알을 굴리며 정보를 소화하는 노력조차 그저 너무 힘에 겨워서 잠들어버린다. 내게 남아 있는 그 알량한 에너지를 자기계발 같은 부질없는 것에 쓰도록 나의 뇌가 허락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피곤해 기절할 때까지 멍하게 벽이나 깜박거리는 화면을 바라보기만을 원한다.
내 인생에서 그저 최악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시절이 있었다. 자동차 없이 일자리를 두 탕 뛰고 있을 때였다. 당시 나는 한 일터에서는 3㎞ 정도, 다른 일터에서는 5㎞ 정도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다. 인간으로서 소화할 수 없는 거리는 아니다. 재미로 그 거리를 뛰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다 뛴 다음엔 집에 가서 쉰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오전 다섯 시쯤 일터로 걸어가 여섯 시부터 정오까지 식당 종업원 일을 했다. 한 시쯤이면 집에 도착했고, 처리해야 할 잡일이 없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뻗었다. 그리고는 오후 여섯 시에 일어나 샤워하고 바에서 일하기 위해 머리를 다듬고 5㎞를 걸어가 새벽 한두 시까지 바텐더로 일한 후, 동료에게 구걸하여 차를 얻어 타고 오거나 집으로 걸어왔다. 집에 도착하면 새벽 두세 시. 나는 잠시 쉬고, 쪽잠을 자고, 다시 똑같은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이런 생활을 영원히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 해도 내가 매일 그만큼의 노동시간을 할당받을 정도로 운이 좋았다면 그럭저럭 괜찮게 살았을 것이다. 문제는 이 두 곳 모두 주말이나 외식이 많은 날에만 일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각각 3일, 때때로는 4일 일하는 게 고작이었다. 결국, 나는 주말에 고생하고 몸을 회복하느라 월요일을 소진하고, 화요일은 더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지원서를 내러 몇 킬로미터씩 걸어 다녀야 했으며, 수요일은 집안일을 하는 데 썼으며, 목요일은 두 일자리 중 한 곳에서 추가 노동시간을 할당받아 일했다. 이렇게 나는 일하거나 걸어서 출퇴근하며 매주 약 60시간을 보냈다.
600만이 넘는 독자에게 사랑받는 린다 티라도의 <핸드 투 마우스>의 내용 일부를 읽어드렸습니다. 실제로 그런 삶을 산 사람에게만 나올 수 있는 삶의 고단함이 묻어나오는 글입니다. 불편하고 피곤하며 외롭기까지 한 가난을 저자는 실오라기 하나까지 벗겨 보여 줍니다. 그녀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 관해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누군가의 사회적 지위가 그의 가치나 장점을 뜻하지 않는다는 걸 언제나 명심하려고 애쓴다. 이제껏 내가 여행하며 만난 가장 똑똑한 사람은 이언이라는 이름의 노숙자였다. 그는 내게 말하길, ‘사람들은 외모나 걸치고 있는 옷가지처럼 표면적인 것들에 너무나 많은 가치를 둔다. 사실은 우리 개개인이 세상에 어떻게 이바지하는지로 판단해야 할 텐데 말이다.’”
가난한 자에게 더 가난해지는 결정을 강요하는 사회, 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들이 세상의 온기를 유지시킨다는 사실을 되새긴 <삼삼한 책수다> 오수진이었습니다.
북 큐레이션 ㅣ 오수진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중문학 복수전공)를 졸업한 후, 현재 KBS에서 기상 캐스터로 근무하고 있다. 더굿북의 북 큐레이션을 담당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독서봉사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환경부에서 홍보 대사로도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