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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03. 2017

04. 창업비용의 거품을 없앤다?

<식당의 정석>

필자도 컨설팅 과정에서 이것저것 챙기게 된다. 인테리어 시공에서 챙기고, 주방설비에서도 일부 챙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과는 방법이 다르다.


우선 상당수의 컨설턴트는 상가 권리금에서부터 먹는다. 의뢰인은 그 가게의 권리금 수준을 모른다. 전문가가 이 정도면 괜찮다고 말하면 그게 맞는 권리금인 줄 안다. 그렇기 때문에 권리금에서 본인이 받는 컨설팅 비용보다 1~2천만원정도 큰 액수를 먼저 먹고 출발한다. 심지어 거래하는 부동산이 정해진 경우도 있다. 필자 역시 잠실에서 가게를 계약할 때 딱 한 번 부동산을 하는 친구에게서 500만원을 받은 적이 있다. 변명 같지만 물론 내가 달라고 한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주지 말아야 할 돈을 쓰게 하니 창업비용이 높아지는 건 당연하고, 권리금에서 챙겨 먹기 힘든 소자본 창업자가 홀대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리고 인테리어와 설비에서 챙긴다. 체인 본사가 인테리어 비용에서 상당한 금액을 가져간다는 것은 익히 알 것이다. 10평짜리 김밥집에 들어가는 주방 설비비용만 4천만원이 넘고, 10평짜리 치킨집 리뉴얼 공사비용이 7천만원이라고 한다. 물론 필자가 아는 칼국숫집처럼 일본에서 수입한 칼국수 기계 한 대를 2,500만원(대부분은 3천만원 이상을 받는다)에 넣어주는 양심적인 곳도 간혹 있다. 얼마 전 만난 빙수가게 주인은 본사에서 김치냉장고처럼 생긴 냉동고를 한 대에 1,800만원을 주고 사야만 했다. 그것도 두 대를. 실제 외국에서 들여온 그 기계의 현지 가격은 200만원 수준이라고 했다. 3,600만원을 주고 산 2개의 냉동고는 나중에 하나는 중고로 50만원에 팔고, 하나는 그마저도 팔지 못해서 고철값으로 넘긴 것으로 안다. 이렇게 인테리어와 설비비용에서 여러분은 상상도 못할 거품에도 아무 소리 못하고 돈을 지불해야 한다. 그걸 주지 않으면 식당을 차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약점을 파고드는 것이다.


필자도 인테리어와 주방설비에서 수수료를 먹는다고 밝혔다. 홈페이지 첫 장에서도 공공연히 대놓고 밝힌다. 그럼 그 이유는 뭘까? 필자가 만드는 식당의 인테리어는 거품이 없다. 10평에 3천만원짜리 공사를 한 경우도 있지만(작으면 원래 평당 공사비가 커진다) 보통 평당 150~180만원 선이면 근사하게 가게를 차린다. 설비업체에 견적서를 준비할 때 “에누리가 가능한 견적서는 애초에 보이지 마라. 높게 잡고 깎아주는 짓은 양아치나 하는 짓이다. 당신이 당당하게 받을 금액만 적어라”라고 한다. 100원 견적에 내가 가져갈 몫을 얹어서 120원 견적을 내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설비업체가 정직하게 낸 100원 견적과 업체가 얻는 수익에서 2~3원을 대가로 받는 것은 당당하고 정당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고백이 부끄럽거나 하지는 않다.


대신 그 작은 찜찜함을 털어버리기 위해 창업자가 돈이 없으면 내 보증 아래 후불로 받고 시공하도록 하기도 하고, 양쪽이 불편한 경우에는 필자가 돈을 보태어 모자람을 채우기도 한다. 특히 주방설비 같은 경우에는 견적서에 사진을 첨부하여 어디서든 비교해서 같은 물건이 싸다면 거기서 구하라고 한다. 마진이 작은 품목은 평균 20%, 단가가 높아서 하나 팔아도 마진이 높은 것은 평균 15%를 붙이고 가격을 오픈한다. 그렇게 거래된 총액에서 필자가 받는 몫은 3%다. 주방설비에 1천만원을 지불했다면 30만원이 필자의 몫이다. 이것 때문에 필자가 내 거래처를 고집하지는 않는다. 얼마든지 싼 곳이 있다면 거기서 하라고 한다.


이 밖에도 간판, 메뉴판, 정수기, 포스, 주류 등 식당에 필요한 모든 기자재는 단돈 10원도 챙기지 않는다. 혹시 업체에서 필자에게 사례하고 싶다고 하면 그 돈을 깎아서 점주에게 주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을 경험한 점주들은 그래서 “맛창은 정직하다”고 말한다. 반대로 컨설팅 비용은 싸게 부르고, 모든 거래처는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고 말하는 컨설턴트의 속내는 뻔할 것이다. 안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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