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의 정석>
말에는 기승전결이 있고, 어떤 것이든 도입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가 있다. 이걸 따르지 않고 동분서주·우왕좌왕한다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그럼 장사는 어떨까? 장사 입문자와 초보자 그리고 중수와 고수는 분명히 있다. 한눈에 봐도 티가 딱 난다. 그런데 희한하게 고수라고 매출이 꼭 높은 것은 아니다. 완전 생초보가 더 나은 매출을 올리는 것을 목격하고는 필자 역시도 “장사는 역시 어렵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건 바로 운칠기삼이다. 단기적으로는 ‘운칠’이 더 낫다. 그러나 결국 장사는 ‘기삼’으로 끝을 맺는다.
순식간에 식당장사로 일어섰다고 모두가 존경하는 것도 아니다. 엄청난 가맹점 수를 늘렸다고, 그 대표가 인구에 회자되지도 않는다. 수완이 고수인 사람과 진심이 고수인 사람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초보는 대체로 흰 도화지다. 무슨 색을 입히던 잘 배어든다. 그에 반해 하수는 정반대다. 말이 먹히지 않으니 하수다. 자기 고집만 있으니 하수다.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으니 하수다. 자기는 옳고 너는 틀리다고 작심하니 하수다. 초보와 하수는 그래서 다르다. 초보는 가르치면 되는데, 하수는 아무리 가르쳐도 먹히지 않으니 손을 놓게 된다. 하수는 욕심이 앞선다. 내 것이 우선인 사람이 하수다. 오지도 않는 손님을 머릿속에서 계산해서 빌딩을 짓는 사람이 하수다. 하수는 자신이 하수임을 들킬 때 가장 화를 낸다. 그래서 하수는 허세가 심하다.
손님 입장에서 생각하는 사람이 고수다. 손님이 원하는 바를 먼저 알아채는 사람이 고수다. 손님이 말하기 전에 서비스를 하는 사람이 고수다. 손님 주머니를 존중하는 사람이 고수다. 손님의 눈으로 자신의 식당을 관조하는 사람이 고수다. 손님 마음처럼 복기하는 사람이 고수다. 매출이 좋고, 줄을 세우고,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고수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특히 식당 30년 했다고 목에 힘주는 사람을 고수라고 말하긴 정말 질겁할 정도다.
생각이 고여 있거나 오늘 하루만 걱정하고 당장의 매출에만 일희일비하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하수는 아무리 공부해도 고수의 반열에 오를 수 없다. 마음을 비워야 한다. 오늘 내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골 하나를 만들 각오를 해야 한다. 꽃을 피울 시간을 견뎌낼 작정을 해야 한다. 그럼 고수가 된다. 그렇게 완성된 고수는 장사가 가장 쉽다. 식당장사로 돈을 버는 즐거움에 빠진다.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보다 더 윤택하고 넉넉한 삶을 사는 것이 식당장사의 좋은 본보기다. 그런 고수가 되어보자. 어렵지 않다. 정답을 잘 모르겠거든, 분명한 오답부터 제거하면 된다. 가지 말아야 할 길,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뭔지부터 알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