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일찍 어른이 될 필요는 없어>라는 책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는 없는 걱정거리, 오늘의 주제는 ‘주름’입니다.
이번 규칙은 여성분들에게 해당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남성이라고 주름이 생기지 않는 것도 아니고 이 사회에서 남성만 만날 것도 아니니 남성들도 생각해볼 문제다. 시작하기 전에 솔직하게 공개한다. 지난번 병원에서 확인한 바로는 나는 여성이 아니다. 그래서 여성들이 겪는 상황에 대한 전문가 또한 아니다. 하지만 여성들에게 공감하는 부분이 한 가지 있는데, 외모에 대해 쏟아지는 메시지가 엄청나게 많다는 점이다. 물론 남성들도 ‘식스 팩’이라고 불리는 초콜릿 복근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하지만 여성들이 매일 겪는 외모 부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자, 주름살 얘기를 해보자. 주름살은 악마 같은 존재다. 어떤 상황에서도 피해야 하는 존재인 것처럼 느껴진다. 내 아내가 친구 집에서 열린 파티에 갔다가 들은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이마 주름, 눈가 주름, 목주름이라는 악마가 찾아올지 모른다며 한 이야기가 그것이다. 나로서는 당최 왜 그런 모임을 ‘파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주름 방지, 노화 억제, 나아가 지구 온난화까지 한 번에 막아준다는 ‘기적의 크림’이 고가에 출시됐다는 얘기도 나왔단다.
그 마법의 크림이 주름을 가리는 효과가 있다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크림 사용 전과 사용 후 사진도 훌륭하다.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믿을 만하다. 그렇다고 해도 무언가를 막아주는 기능이 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크림을 바르면 어차피 생길 주름을 약간 늦출 수는 있겠지만, 아예 주름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진 못할 테니 말이다. 어쨌건 그건 아닐 것이다.
그 누구도 100세에 세상을 떠나면서 19세의 얼굴을 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런데 그렇게 기를 쓰고 젊게 보이려는 노력은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보톡스, 필러, 주름제거 시술 부작용으로 얼굴이 엉망이 된 유명인들의 사진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이런 것들이 아주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실을 직시하자. 육십 세 노인이 서른 살처럼 보이려고 하는 모습을 생각해보라. 내게는 끔찍해 보일 뿐이다. 억지로 젊어 보이려고 하면 스티븐 킹의 <잇(It)>이란 소설에 등장하는, 광대를 두려워한 광대같이 보일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애써 젊게 보이려고 해도 사람들의 눈을 속이기는 쉽지 않다. 안타깝게도 그 사람의 예전 모습을 떠올리게 하거나 늙는 것을 피하려고 미친 듯이 노력한다는 것만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이것은 꼭 알았으면 한다. 자신의 모습을 포용하고 현재 인생을 온전히 소유하려고 하는 여성이야말로 엄청나게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것을. 자신감이 보이는 것은 그 어떤 크림을 바르는 것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다. 자신감은 주삿바늘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자기 내면으로부터 나온다.
아내는 또래보다 눈가 주름이 심한 편이다. 아내는 또래 여성보다 훨씬 더 많이 웃는 편이다. 그 웃음은 진짜 웃음이다. 주름제거 시술로 만들어진 미소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렇게 우리 몸은 계속 늙어 간다. 그것을 멈출 방법은 아직 없다. 그러나 우리 안에 존재하는 동심의 에너지는 절대 늙지 않는다.
나이를 먹었어도 동심을 가꾸면 좋은 것이 더 있다. 세상을 상대보다 더 아는 척할 필요가 없어진다. 오히려 반대다. 사람들은 나이 든 얼굴에서 동심을 발견하면 존경의 눈빛으로 변한다. 왜 그럴까? 단순하게, 나이 든 사람에게는 동심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일까? 나는 그것이 본래 우리가 가진 인간의 마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간직하고 늙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이것이다. 동심 말이다.
그럼, 동심은 어떻게 드러날까? 마음은 말이나 글로도 드러나지만, 무엇보다 얼굴에 보일 듯 보이지 않을 듯 드러난다. 다행인 것은 젊어 보인다고 동심이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동심에는 착한 심성이 묻어난다. 동심에는 인간적 사랑이 깔렸다. 동심에는 인간적 따스함이 물들었다. 그래서 동심에 없는 사람은 동심을 알아보지 못한다. 얼마나 다행인 일인가?
나는 바란다. 제발, 그 어떤 경우라도 당신이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게 하는 사람들의 상술을 무시해버려라. 얼굴이 빨리 늙음을 걱정하지 말고 마음이 빨리 늙음을 먼저 걱정하는 것이 옳다. 즐거움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 반짝이는 눈빛, 풍겨 나오는 장난기, 그런 것을 갖춘 사람이 진정 아름답다.
북 큐레이터 | 김혜연
티브로드, KBS DMB에서 아나운서와 리포터로 일했으며 MBC 아카이브 스피치 강사이다. 더굿북에서 <책 듣는 5분> 북 큐레이터로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