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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06. 2017

01. 몸짱이면 건강할까?

<치과를 읽다>

치과란 곳이 쉽게 오갈 수 있는 곳은 아닐 겁니다. 저는 늘 출근하는 곳이 치과가 되었지만 치과의사가 되기 전에는 치과에 거의 가보지 못했습니다. 아픈 사랑니를 뽑으러 간 것이 전부였지요. 1살쯤이었을까, 허름한 동네 치과로 기억합니다. 아픈 사랑니 때문에 잔뜩 겁을 먹고 치과 계단을 올랐습니다. 대기 환자가 없어 바로 치과용 체어에 눕히더군요. 조금 문이 열린 틈으로 TV를 보면서 담배를 피우고 계신 원장님이 얼핏 보였습니다. 잠시 후 나오시더니 별 말없이 마취 주사를 놓고 다시 들어가시더군요. 손에서는 담배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큰 병원으로 갈 걸’하고 후회하는데 원장님께서 다시 나오셔서 사랑니를 금세 뽑고 들어가셨습니다. 아프지 않게 뽑아주니 담배 냄새나는 손도 프로의 손으로, 인상을 쓰면서 TV를 보는 모습조차도 갑자기 멋있어 보였습니다. 저의 치과에 대한 기억은 그것이 전부입니다.


예전의 저처럼, 치과를 찾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표정이 밝지 않습니다. 치과에는 오감을 모두 자극하는 것들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치과의 기계음과 독특한 소독 냄새, 여기저기 놓인 기구들, 아이들의 우는 소리와 가끔 들리는 비명소리까지...... 그다지 가고 싶지 않은 장소가 확실한 듯합니다. 특히 치과에서 겪었던 고통스러운 기억 때문에 견디기 힘들만큼 아프지 않고서는, 많은 분들이 약국에서 진통제나 잇몸약을 구입해 복용하는 것으로 치료를 대신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미루고 미루다 어쩔 수 없이 치과에 오게 된 분들이 ‘치아를 뽑아야 한다’는 선고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치과는 무조건 이를 뽑고 이를 새로 해 넣어야 한다’고 무책임하게 말한다고 하소연합니다.


치과의 문턱이 이렇게 높아진 이유는 예전부터 이를 뽑고 나서 이를 새로 해 넣는 곳으로만 치과가 인식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치과 간판도 ‘이 해 박는 집’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치과에서는 이를 무조건 뽑자고 한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현재는 치아를 뽑는 기준이 예전과 비교해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즉 치아를 살리는 기술이 발달해서 예전 기준으로는 뽑아야 했던 치아도 지금은 잘 살려서 쓸 수 있습니다. 이를 뽑아야 하는 기준이 매우 엄격해졌다고 보면 됩니다.


무엇보다 문제는 치과에 가면 이를 뽑아야 할 정도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관리를 위해서는 치과를 자주자주 방문해야 하는데 아직도 치과의 문턱이 여전히 높다고 느껴져서인지 모르겠습니다. 치아를 잘 관리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이 크게 들지도 않고, 걱정하는 것처럼 그렇게 아프지도 않습니다. 이를 뽑아야 할 정도로 방치된 치아의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예방이 아주 중요하지요. 치과에서 중요하게 시행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내원자가 구강병의 예방과 건강한 치아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것입니다. 발병 후 치료하는 것보다는 질병의 예방이 중요한 것처럼 한번 망가진 치아를 고치는 것보다 건강할 때 지속적으로 잘 관리하는 것이 필요한 것입니다.


누가 봐도 건강해 보이는 분이 병원에 온 적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헬스클럽 관장님이었습니다. 본인도 병원에 거의 갈 일이 없다고 말할 만큼 건강하다고 했습니다. 팔뚝과 가슴이 제 것의 두 배이니 누가 봐도 그럴 겁니다. 

하지만 입안을 검사해 보고 제 생각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벌어진 앞니 때문에 자연스럽게 웃지 못해 잘 웃지도 않았고, 어금니가 3개나 없어서 씹는 저작기능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잇몸질환이 진행되어 입 냄새도 심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가까이에서 트레이닝 코칭을 받는 사람들은 많이 괴로웠을 겁니다. 얼마 전부터는 소화가 좀 안 된다고 하는 것도 분명 치아와 연관이 있어 보였습니다. 정작 본인은 치아에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셨습니다만.


치아와 건강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가까운 관계입니다. 치아가 담당하는 저작기능은 소화의 일차적인 기능으로, 이 씹는 기능이 상실된 경우, 많은 분들이 소화기 계통의 질병을 앓게 됩니다. 특히 연세 드신 분들의 경우, 이에 문제가 있어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하시면서도 자식에게 행여 부담을 주게 될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소화제에 의존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어릴 때 충치 때문에 이를 빨리 뽑으면 씹는 것에 문제가 생기거나 치열이 고르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선천적 또는 후천적인 부정교합으로 발음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치아에 자신이 없어 마음껏 웃지도 못하고 밝지 못한 표정을 갖거나 소심한 성격이 되기도 합니다. 본인이 느끼지 못하는 입 냄새로 대인관계에서 문제가 생긴 사람도 있습니다. 미국심장협회(AHA)에서는 치아의 건강은 뇌졸중, 심장병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보고서도 발표했습니다. 이것은 구강 안의 박테리아가 혈관을 타고 다니면서 우리의 면역체계를 자극해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치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만성적인 치주염이 있다면 심장병을 일으킬 확률이 높아지게 됩니다.


치아와 건강한 몸과의 연관성을 깨닫는다면, 기존에 여러분이 갖고 있던 단순한 치아 건강에만 국한된 생각부터 바꾸어 놓아야 합니다. 이를 닦을 때 심장병 예방을 위해 닦는 분은 없습니다. 이빨이 썩어서 자신 있게 웃지 못하는 아이를 보고, 소심한 성격이 될까 걱정이 되어 아이를 치과에 데리고 오는 부모도 거의 없습니다. 연세 드신 부모님께서 자꾸 소화제를 드시는 이유로 치아를 의심해 본 분도 많지는 않을 겁니다. 치아가 건강하지 않으면 절대로 우리의 몸은 건강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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