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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07. 2017

06. 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을 분별하라.

<CEO의 탄생>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감당할 수 있는 일. 이것은 업종을 정할 때 생각해봐야 할 요소들이다. 여기에 사업성을 위해서 한 가지 더 덧붙인다면 유망한 일이다. 많은 창업자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을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연봉 5억 원이 넘는 유명강사로 활동하는 U씨는 일산의 단독주택에서 사는데 그의 집은 그림 같다. 사시사철 계절에 맞는 꽃을 심고 정원을 가꾼다. 그의 집을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부러워한다. “나도 저런 집에서 살고 싶어.” 그런데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U씨가 얼마나 고생스럽게 꽃을 가꾸는지는 잘 모른다. U씨는 투덜댔다. “그 꽃을 가꾸고 사람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상머슴처럼 일해야 해, 사람들은 고생할 각오는 하지 않고 겉만 보며 그런 집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지.”

   

만일 당신이 그림처럼 예쁜 카페를 봤다고 하자. 당신은 그런 카페의 사장이 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봐야 한다. 그 카페의 고객이 되어 그림 같은 카페를 누리고 싶은 것인지, 그 카페를 운영하기 위한 모든 노력이 당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인지.


E씨는 백화점에 작은 매장을 하나 갖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쇼핑 갈 때마다 ‘이런 멋진 공간에 내 매장을 운영하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그런 기회가 찾아왔다. 하지만 그녀는 백화점에 들어간 지 한 달도 안 돼 손을 들고 말았다. 백화점의 까다로운 규정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백화점들은 손님에게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종업원들에게 엄격한 근무 규정을 적용한다. 근무시간 내내 서 있어야 하고, 항상 손님을 응대하기 위해 백화점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서비스 접객 태도를 지켜야 한다. 일반 동네 가게처럼 고객에게 화를 내거나 대충 대해도 안 된다. 본인은 도저히 매장에 근무할 수 없어 직원을 채용하기로 한 E씨. 하지만 이직이 잦아서 직원관리 또한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결국, E씨는 그렇게 소원하던 백화점 매장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말았다.

     

H씨는 작고 예쁜 카페를 운영하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녀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후 동네에 작은 카페를 냈다. 처음에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고 인근 커피숍들이 가격을 내리자 규모가 작고 경쟁력이 약한 그녀도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커피 한 잔에 1,500원. 아무리 많이 팔아도 남는 게 별로 없었다. 이익을 낼 만큼 팔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그렇게 멋있어 보이던 카페 운영이 점점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큰 수익도 안 나고 온종일 매여 있는 것도 힘들었고, 자주 바뀌는 아르바이트생 채용과 관리에도 짜증이 났다. 매일 매장에 앉아서 “이게 뭐람!” 하며 외치던 그녀는 결국 헐값에 카페를 넘기고 말았다. 



국내에 커피 창업 붐이 불면서 커피 프랜차이즈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지역마다 커피 창업 지원 업체가 인기를 얻고, 바리스타 교육원 역시 수강생이 몰려 성업이었다. 하지만 그들 중 과연 몇 명이나 커피숍을 진짜로 운영하고 싶었을까? 그들은 예쁜 커피숍을 갖고 싶은 욕구와 창업을 해서 진짜 커피숍을 운영하는 상황을 착각한 것은 아닐까? 

     

커피숍 경영자는 쾌적한 환경을 가꾸고 커피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신경 써야 할 게 많다. 고객이라면 돈을 내고 우아한 커피숍 환경을 즐기면 된다. 그래서 우아한 커피숍을 갖는 게 꿈인 창업자는 기업형 투자형 창업을 해야 한다. 돈을 투자하고 전문가를 채용해 운영을 맡겨야 한다. 그렇게 투자형 커피숍을 창업하려면 1억~2억 원 가지고는 힘들고, 상당한 투자를 해야 한다. 적자가 나도 버틸 자금 여력이 있어야 하며 때로는 적자도 감수해야 한다. 

     

생각해보라. 2,000~3,000원짜리 커피를 몇 잔 만들어 팔아야 하루에 70만 원, 100만 원씩 매출이 오르겠는가. 2,500원짜리 커피를 하루에 280잔 팔면 70만 원의 매출이 오른다. 10시간 동안 꾸준히 손님이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시간당 28잔을 만들어서 팔아야 한다. 이 경우 1명이 만들면 2.1분당, 2명이 만들면 4.2분당 10시간 동안 쉬지 않고 커피를 만들어서 팔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므로 창업자는 좋아하는 일과 감당할 수 있는 일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업종을 선정해야 한다. 이 둘에 혼동이 생기면 창업 후 지속성에 문제가 생긴다. 지속 가능한 경영이 아니면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하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 된다. 직업을 선정할 때 적성에 맞는 일을 하라는 조언을 많이 한다. 직업은 물론 업종을 선정할 때도 해당하는 말이다. 적성이란 말은 흥미는 물론이고 그 일을 잘할 수 있는가 하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노래를 못하는 음치가 노래를 좋아한다고 가수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고민할 때 내가 그 일을 잘해낼 수 있는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창업자는 어떤 일이 자기 적성에 맞는지 잘 모른다. 사장과 직장인은 다르다. 직장인은 맡은 일을 잘해야 하는데 사장은 경영을 잘해야 한다. 즉 사장이 라면을 못 끓여도 라면을 잘 끓이는 직원을 채용하여 그 직원을 잘 관리할 수 있다면 라면 가게 사장이 될 수 있다. 

     

경영하는 것과 상품을 만들어내는 일은 다르다. 사업가 중에 극소수만 자기가 잘하는 분야의 전문성으로 사업에 성공한다. 대다수 사장은 특정한 일을 잘하는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경영역량으로 사업을 키운다. 그래서 진짜 사장이 되려면 경영을 잘해야 한다. 업종에 대한 전문성이 있으면 좋지만, 아무리 전문성이 뛰어나도 경영역량이 없으면 사업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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