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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07. 2017

08. 하수는 맛으로 싸운다?

<식당의 정석>

아내가 될 사람과 먹는 밥과 아내와 먹는 밥이 같을까?


승진 소식을 듣고 먹는 점심과 명퇴자 명단에 오른 이름을 보고 먹는 점심은 또 어떨까?


같은 식당에서 같은 음식을 먹을 때도 이렇게 맛이 다르다. 대학 다닐 때 돈 때문에 먹어야 했던 가장 싼 백반이 여유 있는 사회인이 되어 추억을 찾아 먹을 때와 다른 것도 굳이 경험이 필요 없을 것이다. 얼마든지 유추만으로도 이해될 것이다.


그런데 식당은 자꾸 맛에 신경을 쓴다. 최고의 맛을 내보려고 한다. 가능한 일이 아닌데 그것으로 돌파구를 삼으려고 하니 가성비는 점점 멀어진다. 맛있는 아귀찜. 좋다. 그리 만들면 정말 좋다. 그러나 손님은 모두가 그 아귀찜을 맛있다고 하지 않는다. 누구는 ‘진짜 맛있다’고 하고, 누구는 ‘괜찮은데’라고 하고, 누구는 ‘이게 뭐 맛있냐’고 한다. 원래 그런 법이다. 어제는 맛나게 먹었는데 오늘 자신의 기분 따위는 무시하고, 같은 음식이 하루 만에 맛없어졌다고 짜증 내는 사람이 어디 한둘일까?


차라리 中자 같은 小자 아귀찜을 주면 손님들은 맛있게 먹는다. 아귀찜은 평범하지만 찬을 한정식처럼 신경 써서 내주면 맛있게 먹는다. 앞 접시 하나라도 근사한 것으로 표현하면 맛있게 먹는다. 공손하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아귀찜을 내주면 맛있게 먹는다. 영혼 없는 목소리가 아니라 웃으면서 마음 가는 멘트 하나를 날리면 맛있게 먹는다.


그런데 하수는 오직 맛에서 답을 찾으려고 한다. 맛있게 만들면 언젠가는 알아줄 거라고 믿는다. 그 ‘언제’가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이유는 손님마다 맛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주머니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가격도 체감이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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