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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07. 2017

03. 헬조선과 불완전경쟁시장의 수호자들

<경제학 위의 오늘>

실제로 사람의 합리성은 완전하지 않다. 당장 내일 일어날 일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과자의 중량, 함유물질을 꼼꼼히 보고 구매하지 않는다. 속임수인데도 우리는 원플러스원 상품을 잽싸게 낚아챈다. 또, 사람들은 경제적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사회적, 정치적으로 생각한다. 베블런이 잘 지적했듯이 소비자는 과시, 모방, 눈치 다시 말해 사회적 관계를 고려하며 소비한다. 

수요자와 공급자의 상품에 관한 정보와 지식도 비대칭적으로 소유된다. 컴퓨터의 성능과 부품에 대해 나는 삼성전자만큼 알지 못한다. 알려주는 대로 믿을 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자와 빈자, 금수 저 자식과 흙수저 자식은 서로 다르다. 각 쌍의 생산방식과 소비패턴은 서로 다르다. 

     

예컨대, 부자는 과시를 목적으로 사회적으로 소비하지만, 빈자는 실용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소비한다. 나아가 각 쌍 중 한 줌 ‘소수’의 대기업, 부자, 금수저 자식이 사회의 모든 사안을 결정한다. 또, 사람들은 어울려 다니며 돕거나 작당을 부린다. 항상 사회적 결탁이 이뤄진다. 이게 인간, 나아가 시장에 참가하는 경제적 존재들의 현실적 모습이다, 이런 존재들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은 경쟁 시장가격과 완전히 다르며, 그 결과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불완전경쟁시장에서는 소수의 강한 자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독과점가격, 짬짜미(담합), 결탁과 공모를 통한 사회적 가격, 그리고 정보의 비대칭성에 기대어 비도덕적 수탈을 기도하는 불공정가격 등 정치적 권력, 사회적 관계, 정의롭지 못한 관행 탓에 비경제적 가격이 형성된다. 그것은 경제적 가치의 부등가교환으로 이어지며, 그 결과 총체적 불평등 분배가 심화한다.

     

불완전경쟁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처럼 그 시장을 지배하는 소수가 경제적 자원을 독차지하기 때문이다. 여기 해당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예컨대, 2014년 과자 원재룟값이 4.9% 오르는 동안 초코파이 가격이 50% 올랐고, 2015년 원유가격이 30% 내렸지만, LPG 가격은 30% 뛰었다. 

     

2014년 롯데시네마와 CGV가 동시에 영화 관람료를 1,000원 인상하고, 서울우유・남양유업・매일유업이 차례로 우유 가격을 200원씩 인상하는 담합 방식의 독점 행위도 있다. 우월적 지위, 정보의 비대칭성, 사회적 공모를 통해 독점자들이 소비자로부터 경제적 가치를 수탈해간 사례들이다. 

     

대기업은 이처럼 소비자에게서만 자원을 독차지하지 않는다. 완제품이나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 하도급과 프렌차이즈(가맹점)를 쥐어짜 자원을 긁어모은다. 가령, 2014년 카페베네가 판촉비와 인테리어를 가맹점에 떠맡겨 2배의 폭리를 취하고, LG화학이 YSP라는 하도급업체에서 배터리라벨 기술을 탈취하며 동명전자에 1억6,000만 원의 부품 대금을 부당하게 깎았다가 적발됐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대기업은 국가와도 공모해 국민의 세금을 독차지해간다. 4대강 사업 극히 일부분(2차 턴키 공사 3개 공구)에서만도 건설 업체들은 담합으로 국민의 혈세를 1,893억이나 횡령했다. 정부 관료가 도와주거나 묵인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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