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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07. 2017

45. 다른 사람의 생각에 신경 써야 할까? ♬

                                                                                                                       



혹시 빨간 신발 있으세요? 여성들은 한두 켤레는 있을지 모릅니다. 남성분이라면 빨간 신발이 있는지, 있다면 자주 신는지, 언제 신는지 생각해보세요. 여성이든 남성이든 빨간 신발이 없다면 오늘 빨간 신발을 만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어떤 여성에게 들은 이야기다. 어릴 적 그녀의 어머니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항상 집을 깨끗하게 치워놨다고 한다. 그런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던 그녀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항상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라.’는 건 ‘있지도 않은 규칙’이라고 말했다. 나도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집안을 정돈하는데,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깨끗한 집으로 돌아온다는 기대감을 즐기기 때문이다. 아마 많은 사람이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이 여성이 이렇게 말을 이었을 때 나는 그녀가 말한 ‘있지도 않은 규칙’에 관해 새롭게 정의를 내려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우리 어머니가 집을 치워놓는 이유는 여행 가서 우리 가족이 모두 죽는 때를 대비해서라네요. 사람들이 우리 집을 돼지우리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였겠지요.” 만약 그게 진짜 이유라면, 정말이지 놀라운 규칙이 아닐 수 없다. 남이 어떻게 생각할지 염려하여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에 자신을 구속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우리가 잘 아는 리더십 전문가이자 저술가인 존 맥스웰이 말한 ‘18/40/60 법칙’이 생각난다. “18세에는 다른 모든 사람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걱정한다. 40세에는 당신을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60세가 되면 아무도 당신을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제 빨간 신발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패션에 있어 나는 상당히 무관심한 편이다. 매일 입는 옷은 티셔츠와 청바지다. 강연에 나갈 때도 청바지와 티셔츠에 재킷 하나를 걸친다. 일생을 살아오면서 신발은 단색에 한 가지 포인트 색상이 있는 정도만 신었다. 그런 내게 있어 패션은 단 두 가지를 의미한다. 편안할 것, 그러나 바보처럼 보이지는 않는 것.


그런데 갑자기 빨간 신발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새 운동화를 사러 쇼핑몰에 갔다. 이런 생각을 하고 보니 빨간 신발을 신은 사람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완전히 빨간색, 흰색이나 검정 신발에 빨간색 무늬가 들어간 신발이 아니라 100% 빨간색 신발 말이다.


빨간 신발을 신은 사람들은 눈에 더 잘 띈다. 나도 항상 저런 신발을 신을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빨간 신발을 신은 사람들은 언제나 유쾌하고 자신감 넘치며 활력이 가득해 보였다. 이런 내 소망과 마음속 목소리는 커져만 갔다. 그러나 머릿속 한편에서는 나는 절대 아니라고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스스로에 반문했다. ‘용기를 내면 왜 안 되지?’ ‘빨간 신발을 왜 신으면 안 되는 거야?’ 들려온 대답은 이런 것이었다. ‘어울리지 않는다.’ ‘우습게 보일 것이다.’ ‘사람들 눈에 더 잘 띄게 될 텐데, 그것은 좋은 방향이 아닐 것이다.’ ‘네가 뭔데? 연예인이라도 되었나?’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너는 그런 부류가 아니다.’


이런 이유가 머릿속에 떠오르자 신발을 살 것인지 생각하느라 오랜 시간을 끙끙 앓을 수밖에 없었다. 생각할수록 확실해진 것은 이 문제가 단지 신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결국, 설득해야 할 사람은 단 한 사람. 바로 나였다. 물론, 신발 하나 때문에 이렇게 고민하는 것이 어리석다는 생각도 했다.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데 말이다. 결국, 나는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


‘이건 그저 신발일 뿐이야. 남들이 뭐라고 하든 무슨 상관이야? 빨간 신발을 신으면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데, 신발을 안 사는 한 가지 이유가 남들이 뭐라고 할지 두렵기 때문이라면, 그러는 나는 정말 바보가 아닌가!’ 그랬다. 이렇게 바보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나도 빨간 신발을 신을 수 있다. 


나는 빨간 운동화를 주문했다. 그리고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그 빨간 운동화는 처음 신었을 때부터 마음에 쏙 들었다. 내 영혼은 기뻐서 춤을 췄다. 그동안 신었던 신발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이 신발을 신었을 때의 느낌이 좋았다. 빨간 운동화를 신었다고 더 유머 감각이 풍부해지거나, 더 자신만만해지거나, 더 생기가 가득해졌는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이 운동화를 신으면 나는 남이 생각하는 대로 사는 사람이 아니라고 느낀다. 미국의 배우 에이미 폴러는 “바보 같아 보여도 당신이 그것을 신경 쓰지 않으면 거기에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이 신발을 처음 신고 나간 날이었다. 한 식당에서 우리 테이블에 온 웨이트리스가 “손님 신발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라고 명랑하게 말했다. 그 전에는 한 번도 신발에 대한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예, 저도 마음에 들 어요.”


아마 당신이 이미 빨간 신발을 가졌다면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아니, 빨간 신발 하나 사는 걸 결심하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끙끙 앓았다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내가 마술 같은 것으로 은연중에 빨간 신발을 사게 하려고 이런 이야기를 늘어놨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빨간 신발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누구든 갖고 싶어 했던 것이 있거나, 무언가 해보고 싶었거나, 이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열망했지만 스스로 포기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며 애써 설득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당신은 바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 당신이 간절히 원한다면 말이다. 용기를 내라.


당신에게 빨간 신발은 무엇인가?




북 큐레이터 | 김혜연
티브로드, KBS DMB에서 아나운서와 리포터로 일했으며 MBC 아카이브 스피치 강사이다. 더굿북에서 <책 듣는 5분> 북 큐레이터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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