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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13. 2017

10. 왜 이 일을 하는가? (마지막 회)

<CEO의 탄생>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먼저 왜 이 일을 하는지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목적을 안다는 것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안다는 것이다. 창업이 생계유지를 넘어 존재 의미와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일이 되려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삶의 목적과 부합해야 한다.

                    


일하는 목적은 계단으로 이뤄져 있는데. 그 계단의 맨 꼭대기에는 딱 하나만 존재한다. 이 일이 있어야 할 존재 이유이다. 기업으로 말하면 미션이다. 비전은 내가 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꿈이지만, 미션은 사명이다. 왜 이 일이 있어야 하는가? 음식점은 왜 있어야 하고, 미용실은 왜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창업자의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재일교포의 미션은 “우리 음식점이 없어지면 이 동네 사람들이 슬퍼하는 그런 음식점이 되자.”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그는 맛있는 음식과 최고의 서비스, 청결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직원들과 마을 청소하기를 비롯해 더 나은 마을 환경을 만드는 온갖 일에 열심히 참여한다. 성공을 거둔 사업가가 된 것은 물론이다. 

     

인근에 비슷한 옷을 파는 경쟁 점포가 즐비한데도 다른 점포보다 객단가가 10만~20만 원 이상 더 높은 H사의 미션은 “우리 가게를 찾는 고객들을 최고의 멋쟁이로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그 점포는 브랜드 의류점이 아닌데도 수많은 단골을 확보하고 있다. H사 사장은 틈나는 대로 각종 패션 서적을 탐독하고 인터넷 등을 통해서 최신 패션 동향을 조사한다. 대부분 고객이 패션 감각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그녀는 단품을 사러 온 고객에게 최고의 코디를 통해 가장 잘 어울리는 세트 의상을 권한다. 

     

한 달 매출이 600만 원이 채 안 되는 뷰티숍을 인수해 1년 만에 월매출 4,000만 원대로 변화시킨 K씨의 미션은 “우리 숍에 오는 고객들은 모두 세 배 이상 아름다워져야 한다.”이다. 미용관리는 꾸준히 받아야 효과가 있다며, 자주 빠지는 고객들에게는 전화를 걸어 꾸준한 미용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각종 미용 정보를 수집해 고객들에게 문자로 보내 아름다움에 대한 동기와 욕구를 자극하는 게 그녀의 역할이다. 

     

고객들이 성형 상담이라도 해오면 낮 동안 열심히 정보를 검색해서 고객들의 궁금증을 족집게처럼 답해주다 보니, 어느 사이에 K씨는 피부관리, 몸매관리, 미용성형 등 뷰티에 관해서는 모르는 게 없는 전문가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단순히 옷을 파는 의류점만 원하는가? 고객이 원하는 취향의 옷을 파는 의류점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람들은 한정된 금액으로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에 돈을 지급하며 사도 후회하지 않을 옷을 사고 싶어 한다. 

     

기업의 사명, 목적, 존재 이유란 고객이 바라는 최종적인 효익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고 그것을 충족시키려는 행동이 진정성이다. 그래야만 고객 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고, 고객 만족이 극대화될 때 당신이 버는 돈이 부끄럽지 않고 높은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바로 이 진정성이 창업자에게 요구되는 소명의식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많은 창업자가 고객이 원하는 최종 목적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것에 백 배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그런 창업자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고객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 바로 당신에 관한 이야기를 중단하고 그가 원하는 것에 관심을 보여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당신은 상대방에게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다. 회사에서도,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다. 미션이란 내가 원하는 내용이 아니라 상대방이 내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내가 돈을 버는 대가로 이행해야 할 훌륭한 임무가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이다. 

     

돈을 버는 사람은 창업자지만, 돈을 지급하는 사람은 고객이다. 창업자의 소명의식은 고객 만족 극대화와 관련이 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가장 잘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최고가 되려고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맛있는 국수를 만드는 사람, 가장 맛있는 짜장면을 만드는 사람, 감각과 기술이 뛰어난 헤어 디자이너, 가장 쾌적하고 청결하며 성능 좋은 PC를 갖추고 있는 PC방은 모두 창업자 자신의 욕구가 아니라 고객의 욕구를 최대한 만족하게 하려는 소명의식이 빚어낸 결과다.

     

S사장은 좋은 직장을 다니다가 사업을 시작했는데 첫 사업에서 크게 실패했다. 그는 신용불량자가 되었고 인생의 밑바닥까지 내려갔다. 이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그가 한 일은 족발 배달업이었다. 5평 남짓한 구멍가게를 어렵사리 얻고 지인에게 노하우를 배워서 사업에 도전했다. 

     

아파트 단지로 배달을 갈 때면 모자를 푹 내려 쓰고 마스크까지 착용했다. 혹시 아는 사람과 마주치면 부끄럽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먹고살기 위해 족발 배달업을 했지만,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그렇게 작고 초라한 가게에서 초라한 행색으로 족발을 배달하고 있는 자신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아파트의 초인종을 눌러 족발을 건네고 돈을 받을 때도 환하게 웃으며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하지 못했다. 문을 열고 족발을 받으러 나오는 사람이 혹시 자신이 아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항상 엉거주춤한 자세로 얼굴을 살짝 옆으로 돌리면서 족발을 건네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매장으로 항의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를 들자마자 육두문자가 튀어나왔다. 고객 중 한 사람이 “이것도 족발이라고 만들어서 그렇게 비싸게 팔아먹어.”라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그날도 그는 신세 한탄을 하면서 족발 삶는 일을 대충대충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 그 고객의 항의 전화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를 하면서 진짜 부끄러운 게 뭔지를 그제야 깨달았다. 사업에 실패해서 족발 배달업을 하는 자신의 처지가 부끄러운 게 아니라 자신이 하찮게 생각했던 일조차 엉망진창으로 해서 고객에게 그런 항의를 받은 것이야말로 부끄러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 후로 그는 족발 맛을 개선할 방법을 백방으로 찾아다녔다. 노하우를 받기 위해 비법 전수에 따른 대가도 지급했다. 결국, 그는 최고의 족발을 만들 수 있었고, 특허까지 내고 사업을 키워 성공을 거뒀다.

     

지금 당신이 하는 일에 정성을 다하는 것이 소명의식이다. 계속 그런 자세를 가지면 현재 당신이 하는 일이 무엇이든 자기 분야에서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 있다. 걸작을 만들어낼 수 있다. 

     

대부분의 예비 창업자들은 얼마나 맛있는 떡볶이나 짜장면, 김밥을 만드는가보다는 분식점보다 더 멋있는 다른 업종에 마음이 홀려 있다. 그래서 수익성은 떨어져도 겉으로 깔끔해 보이는 커피숍 같은 업종에 창업 수요가 몰리고, 투자 대비 수익성이 아무리 높아도 사회적으로 천시되는 분야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서 정작 상품이나 서비스는 엉망으로 내놓는다. 

     

평소에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는 나에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고 본질에 집중하는 태도를 보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창업 후에도 소명의식을 갖고 사업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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