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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13. 2017

07. 한국은 왜 폭스바겐 사태에 열광했나?

<경제학 위의 오늘>

독일의 세계적 자동차회사 폭스바겐(Volkswagen)이 연비를 조작해 소비자들을 속여 판매하다 망신을 당했다. 기술 강국이자 신뢰받는 나라 독일의 기업이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정말 놀랐다. 내가 아는 독일의 이미지를 일거에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나아가 크게 실망했다. 독일 생산자가 이렇다면, 생산자의 합리성에 대한 희망을 더는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가져왔던 자본주의에서의 ‘좋은’ 스탠더드를 잃었기 때문이리라. 

    

그래선지 수사를 담당한 검찰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을 아주 우습게 본 것”이라며 “거의 깡패 수준이다. 자동차회사가 아니라 조폭 회사 같다.”고 성토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범죄행위를 하고 그것도 모자라 불법행위를 지시까지 했으니 정말 정신 나간 기업이며, 뻔뻔한 사기꾼이다.

     

그런데 이 뻔뻔한 사기행각이 한국에선 잘 통한단다. 연비조작 사건이 밝혀지고 나서 한국에서 차가 더 잘 팔렸으니 말이다. 한국수입 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사건이 이미 알려진 5월에 수입차 중 티구안이 769대로 가장 많이 팔렸다. 골프도 네 번째로 많이 팔린 차다. 

     

배출가스가 문제 되자 폭스바겐이 대폭 할인판매를 단행했고, 이 땅의 소비자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했기 때문이다. 대기가 오염되든, 남들이 그 악취를 마시고 죽어 자빠지든 내 알 바 아니다. 자기 이익만 탐하는 뻔뻔한 생산자와 역시 자기 성공에만 주력하는 뻔뻔한 소비자의 공모! 모두 정의, 공공의 선, 타인의 행복을 외면하고 자신의 성공과 이익에 눈먼 ‘공리주의자들’이다.

     

누군 한국의 제도가 물렁물렁하거나 소비자들이 봉이라서 폭스바겐이 보상을 미루고,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지독한 이기주의자, 곧 도덕적 가치판단을 회피하려는 이 땅의 비도덕적 소비자들 때문이다. 도덕적 가치판단의 부담을 비주류 경제학자에게 떠넘기고 그 뒤에서 자신의 안위를 취하는 기회주의자들이다. 공모와 협잡은 ‘함께 하는 자’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 깡패를 소비하는 권력자가 없었다면, 깡패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를 돌아보지 않고 악마를 단죄할 수 없다. 나의 지적 역량을 기르지 않고, 내게 맡겨진 가치판단을 외면하면서 시장의 왕이 될 수 없다. 이 땅의 주인은 더더욱 될 수 없다. 21세기에도 이 땅에서 민주주의가 바로 서지 않는 이유다. 

     

내 편이라고 칭찬만 하면 안 된다. 잘못되면 내 편이라도 꾸짖고 계몽해야 한다. 나는 기업의 편만 드는 신고전학파도, 노동자의 편만 드는 마르크스주의자도 아니다. 경제적 편익, 공리, 쾌락을 넘어 ‘좋은’ 경제를 지향하는 제도경제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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