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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16. 2016

07. 진실을 말하려는 사람들

신뢰와 관계 형성에서 출발하라

                                                            

음식점 종업원이 무례하고 시끄럽게 굴던 남자의 무릎에 수프를 쏟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가정해볼까요. 이때 누군가 그 상황에 대해 “무엇을 기억하십니까?”라고 물을 경우, “남자가 종업원에게 무례하게 굴어 종업원이 그의 무릎에 수프를 일부러 쏟았다.”라고 대답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진실은 근육 경련이 일어난 직원이 고객의 무릎에 실수로 수프를 쏟았다는 것입니다. 이때 수프를 ‘일부러’ 쏟았다고 말한 사람의 기억은 이 사건을 아무런 연관이 없는 다른 사건과 연결했다는 점에서 오귀인입니다.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사람도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억 왜곡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으며, 실제로 일어나죠. 그중 몇몇은 지극히 평범한 실수로 봐도 무방합니다.
   
‘협조적인 상대방이 거짓 기억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그 사람은 진실을 말하고자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러지 못하는 상황에 부딪힌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억 왜곡은 오귀인, 잠복 기억, 출처 기억상실, 작화의 네 가지 이유로 일어납니다. '귀인’은 사람들이 ‘특정한 행동이나 사건의 원인을 추론하기 위해 정보를 활용하는 과정’인데, ‘오귀인’은 이런 귀인을 잘못하는 것입니다.

심리학자 도널드 톰슨은 1975년 어느 날 저녁, TV에 출연해 목격자 증언과 관계된 심리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경찰이 톰슨을 강간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어느 여성이 그를 가해자로 지목했기 때문인데요. 다행히도 톰슨은 그 범죄가 일어난 시각에 TV에 출연하고 있었기 때문에 강간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전혀 없었습니다. 피해 여성은 공격을 당하기 직전, 톰슨을 TV를 통해 보고 있었고, 그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강간범의 얼굴을 톰슨의 얼굴로 대체한 것이죠.

오귀인이 발생할 경우, 상대와 관련한 사람, 장소, 사물, 사건 등에 관해 질문을 던져 보세요. 질문으로 상대방이 정보를 알맞은 맥락에 집어넣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다시 물어서 미안한데, 그 일이 일어날 때 어디에 있었다고 했지?”, 또는 “그 사진을 휴대전화로 본 거야? 휴대전화로 보면 가끔 색이 이상해 보이더라고.”라고 말이죠.
     
잠복 기억은 ‘숨겨진 기억’입니다. 현재 새로운 무엇인가를 창조하기 위해 기억 속에 있는 것을 사실상 훔치는 현상입니다. 여러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중 한 명이 기억에 남는 단어를 쓰거나 묘사를 했다고 가정해 보세요. 이때 누군가 “사람들이 해고될 때 회사에 대한 믿음에 구멍이 생겼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중 다른 사람이 “구멍이 생겼다.”라는 표현을 썼다면, 이는 잠복 기억의 한 가지 유형일 수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얻은 정보가 그 사실을 말한 사람이 제공했을 확률이 낮아 보인다면, 회의적인 태도를 유지하세요.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한 대화를 평가할 때 방심하지 말고, 잠복 기억이 일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죠.
     
출처 기억상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 어디에서 왔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탈 줄 안다는 사실은 분명한데 언제, 어떻게 배웠는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죠. 흔히 이를 ‘기억 오작동’이라고 부르는데, 두 종류의 기억 사이에 연결 고리가 끊긴 것입니다. 극단적인 경우, 허구의 정보를 사실처럼 기억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유형의 거짓 기억과 달리 작화는 알츠하이머, 뇌졸중 등의 신경 질환에 기반을 둡니다. 따라서 작화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며, 그럴 의도 또한 없는 것이죠. 상대방이 신경질환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미리 알지 않는 한, 상대의 기억 왜곡이 작화라는 사실은 알 수는 없습니다. 이럴 경우, 상대가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려 한다는 가정에 따라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상대방의 기억을 비판하지 않으면서, 상대가 정보를 알맞은 맥락에 넣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질문을 하는 것이죠.
    
인지 면담은 본래 수사관이 협조적인 목격자와 피해자를 면담할 때 사용하도록 만든 도구였습니다. 하지만 인지 면담의 여러 요소는 ‘스트레스가 심한 정보원’을 상대하는 사람이 활용하면 도움이 됩니다. 인지 면담의 요소 중 ‘인지’는 상대와 관계를 형성하고, 상대가 던지는 단서를 추적하고, 기록도 꼼꼼하게 관리해야 하는 질문자의 어려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질문자는 상대방이 일어난 일을 머릿속으로 재구성하도록 격려해야 하는데요. 누구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은 한정적이어서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완전히 끝낼 시간을 주고 나서 다음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사건에 대한 기억이 다릅니다. 시각에 의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냄새를 잘 기억하는 사람도 있으므로 상대방에 적합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질문하는 사람과 대답하는 사람은 소통을 통해 서로에게 영향을 끼칩니다. 따라서 이상적인 결과를 얻으려면 두 사람의 역할을 적절하게 조정해야 합니다. 먼저 관계를 형성하고, 개방형 질문과 경청을 통해 상대방의 자연스러운 호기심을 자극해야 합니다. 또한 자존심 끌어올리기와 같은 대화적 동기 요인을 활용해 상대가 긍정적인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질문자는 정보가 필요하고 상대는 그런 욕구를 충족시킬 능력이 있습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상황의 모든 측면인 사람, 장소, 사물, 사건에 초점을 맞추도록 지원하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또한 상대방의 제스처나 행동도 정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질문자가 상대방의 ‘정보 분류 방식’에 관해 이해하고 있다면 상대에게 중요한 정보를 추가로 얻을 수 있습니다. 덩어리로 사고하는 사람은 전반적인 상황을 볼 줄 알고, 이와 반대인 사람은 세부 사항에 초점을 맞춥니다. 따라서 덩어리로 사고하는 사람에게는 “또 무엇이 있었습니까?”, “또 누가 있었나요?”와 같은 추적 질문을 계속 던지고, 세부 사항으로 사고하는 사람에게는 정보의 연결 고리를 명확히 밝히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순차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잘 정리하고 싶어 하며,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 전에 하던 것을 끝내고자 합니다. 따라서 이런 상대에게는 이야기의 여러 부분을 넘나들도록 질문함으로써 이야기의 부분 부분을 더 자세히 살필 수 있습니다. 반면 무작위 사고를 하는 사람에게는 좀 더 순차적으로 생각하도록 하는 질문을 던져 이야기의 빠진 부분을 채우거나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접근 지향적인 사람은 호기심을 충족하는 기회와 상황을 향해 움직이는 경향이 있으므로,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과 같은 대화적 동기 요인을 활용하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반면 회피 지향적인 사람에게는 공포심을 완화하고 확실성을 심어 주는 것이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됩니다.
     
협조적인 사람과 일하는 방법은 숨길 것이 있는 사람이나 노골적으로 적대적인 사람과 일할 때와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과 신뢰를 쌓고,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에게 정보를 구할 때 신뢰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협상이든 수사든 사적인 관계든 정보가 필요할 때는 물론이고, 다른 어떤 상황에서도 신뢰가 반드시 자리 잡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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