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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17. 2017

04. 습관은 변화를 가로막는다.

<프시>

우리를 속박하는 것은 과거의 의식이다. 이런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변화를 꾀해야 한다. 그러나 변화는 어렵다. 왜 그럴까? 습관이 변화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지금 살고 있는 이 아파트로 막 이사 왔을 때를 기억한다. 원래 살던 아파트에서 여러 해 살았던 탓에 내 생활은 그 아파트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그런 까닭에 처음 이곳 새 아파트로 이사 왔을 때는 모든 게 낯설었다.

어느 날 딴생각에 빠진 채 운전을 했다. 차를 멈추고 나서야 내가 도착한 곳이 원래 살던 집임을 발견했다. 나는 운전하는 내내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또 어디에서 멈춰야 할지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예전 아파트로 차를 몰고 갔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의식은 전혀 개입하지 않았고 무의식이 내 핸들을 지배했다고 할 수 있다. 무의식의 지배하에 나 자신도 모르게 익숙한 길로 차를 몰았고 새로운 집이 아닌 옛집으로 향했던 것이다. 당신도 이와 같은 경험을 해본 적 있는가?

술에 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사불성인 상태에서도 집을 찾아갈 수 있다. 바로 잠재의식과 습관 덕분이다. 습관은 잠재의식의 작용이다. 어떤 일을 계속하다 보면 습관이 되고 잠재의식 속에는 고정된 패턴이 형성된다. 습관은 의식을 통해 분석하고 식별하여 판단한 것이 아니다.

습관에도 분명 장점이 많다. 별다른 노력 없이 습관적으로 할 수 있는 일처럼 말이다. 이 때문에 의식은 습관적인 행동을 통해 많은 정력을 아낄 수 있다. 의식 역시 잠재의식이 일부 행동을 주관하도록 흔쾌히 허락한다. 이에 우리는 우리 뇌 속에 이미 설정된 방식에 따라 행동한다.

그러나 인간이 기계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인간에게는 주관적 능동성이 있어서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초감각적 지각을 통해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한 후 새로운 인생 노선을 계획하려면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 이때 기존의 습관은 속박이 되어 우리를 옛길로 돌아가게 할 뿐만 아니라 초감각적 지각의 새로운 방향 제시도 가로막는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잠재의식, 즉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과거의 선택을 그대로 되풀이하게 된다. 과거의 습관을 되풀이할수록 기존의 잠재의식도 더 강화된다. 그런데 당신이 설정한 새로운 길은 새로운 잠재의식을 필요로 한다. 새로운 잠재의식이 초감각적 지각 속에 깊숙이 들어가 새로운 당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이때 잠재의식 속에 존재하는 기존의 정보를 몰아내지 못하면 둘 사이에 모순이 발생하고 새로운 정보는 초감각적 지각 속에 각인될 수 없다. 당연히 당신이 새로운 길을 가는 것도 그다지 순조롭지 않다. 따라서 습관을 바꿔야 한다.

우리의 사유와 행동 습관은 모두 잠재의식이 내부에서 외부로 표출된 것이다. 잠재의식 속의 정보를 변화시키고 싶다면 외부로부터 내부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먼저 습관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해 새로운 잠재의식을 형성하고 그런 다음 초감각적 지각까지도 변화시켜야 한다.

습관의 힘은 대단하다. 습관을 바꾸려고 하면 잠재의식 속에 일정한 저항이 나타난다. 그러한 저항은 ‘이제 와서 바꾸긴 뭘 바꿔, 그냥 생긴 대로 사는 거야!’, ‘이런 새로운 게임은 젊은 사람들이나 하는 거지 나랑은 안 맞아’,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는 게 좋겠어’, ‘결과는 아무도 모르니까, 일단 해보는 거야’와 같은 생각으로 표출된다.

자신을 바꾸고 생활을 바꾸고 싶다면, 또 새로운 초감각적 지각을 받아들이고 싶다면 반드시 적극적인 자세로 습관을 바꾸고 잠재의식도 바꿔야만 한다. 과거의 잠재의식이 만들어낸 생활 패턴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초감각적 지각에 자극을 줄 수도, 초감각적 지각이 보내는 미약한 소리도 들을 수 없다.

습관은 모여 성격을 만든다. 일부 습관이 미래의 자신에게 다가가는 것을 가로막는 장애물임을 알고도 그대로 방치할 것인가? 제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의식만 깨어 있다면 습관을 바꾸는 것도, 잠재의식을 바꾸는 것 모두 가능하다. 익숙한 생각과 감정들을 없애려 하면 잠재의식은 본능적으로 더 강하게 저항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의 의식도 자신의 이런 습관이 나쁘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의식이 제 본분에 충실하기만 하면 잠재의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잠재의식 속의 정보는 어디까지나 모두 의식으로부터 받아들인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잠재의식이 이미 받아들인 어떤 정보를 제거하고 싶다면 끊임없이 역설적 의도(paradoxical intention: 내담자로 하여금 염려하고 있는 행동을 의도적으로 계속하고 오히려 이를 과장하게 함으로써 문제 행동에 대한 조절력을 향상시켜 문제를 극복하게 하는 방법)를 해야 한다. 즉, 잠재의식이 원래의 정보를 밀어내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도록 강제해야 한다. 가능하면 입력하고 싶은 새 정보가 잠재의식 속에 깊이 각인될 때까지 시도 때도 없이 생각해 초감각적 지각 속에 한자리를 차지하도록 해야 한다.

습관과 잠재의식을 한순간에 바꾸기란 불가능하다. 반드시 점진적 과정을 거쳐야만 바뀔 수 있다. 하루아침에 습관과 잠재의식을 바꾸려 하면 또다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물론 자신을 속박하는 습관과 그 저항을 의식했다는 사실만으로 출발이 좋다. 이제 좋은 습관으로 나쁜 습관을 대체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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