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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31. 2017

01. 21세기에 엄마로 산다는 것

<마마 콤플렉스>

사진: Freepik.com


만약 전쟁영웅들의 희생을 기념한다고 리본과 사탕바구니를 선물한다면 모욕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과다출혈로 죽음 직전까지 갔거나, 회음부절개술이 잘못돼서 성기가 망가졌거나, 제왕절개수술을 받다가 방광이 잘렸거나, 마취가 잘못돼서 반신불수가 되었거나, 산후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수없이 많은 엄마들은 매년 어버이날이나 돼야 겨우 작은 감사의 선물을 받을 뿐이다. 어쩌면 앞서 말한 숫자가 믿어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의료 연구기관의 조사 결과를 보면 2,008년 미국에서 출산한 여성의 94%가 출산 후유증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으로 생긴 심각한 감정적, 영적, 육체적인 문제들은 철저히 외면되거나 심지어 조롱까지 당한다. 피트니스 잡지에서는 “출산하셨네요, 축하드려요. 그럼 이제부턴 뭘 하실 건가요? 보통 산후 6주부터는 다시 운동을 시작하셔야 해요.”라고 나불댄다. 실제로 이런 광고는 이제 너무나 흔하다. 출산은 여느 이벤트와 다를 바 없고, 잘 끝냈으니 이제부턴 나보다 아기를 더 위하는 고리타분한 생각 따위는 버려야 하며, 엄마가 아기를 떼어놓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이다. 엄마와 아기의 단절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페이스북 좀 그만하고 나 젖 좀 줘!”라는 문구가 새겨진 우주복이 인기를 끄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엄마와 아기의 애착관계는 단계적으로 약해진다. 단절은 엄마들이 의료전문가들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검사나 목욕 때문에 자꾸 아기를 떼어놓게 되는 병원에서부터 시작된다. 한 엄마는 출산 과정에서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한다. “제 아들의 심장박동 수치는 괜찮았어요. 그런데도 그들은 아기 얼굴만 잠깐 보여주곤 제가 안아보기도 전에 곧바로 아기를 신생아집중치료실로 데려가 버렸어요. 제왕절개수술 부위를 꿰매는 동안 저는 제가 아이를 낳은 게 아니라 맹장수술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아기를 안아보지 못해서 아무런 교감도 느끼지 못했거든요.”

더 어처구니없었던 건 그녀를 신생아집중치료실에 데려다줄 간호사가 없어서 이튿날까지도 아기를 볼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결국 갓 태어난 자기 아들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3층 계단을 스스로 걸어 내려갔다. “아기 곁에 앉아서 이야기도 하고 아기를 만져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의료진은 계속해서 저한테 아기를 안아보게 해주려면 너무 많은 장비를 옮겨야 하고 아기가 너무 약해서 아직은 위험하다고 말했어요. 아기가 그때까지 젖 빠는 동작을 보이지 않아서 제가 필요 없다고 생각한 거죠. 한마디로 저는 자기들 일에 방해만 되는 사람이었던 거예요. 그들은 교감, 사랑, 온기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수치스럽게도 이 지구상에서 갓난아기를 엄마에게서 떼어놓는 포유류는 인간밖에 없다. 예일대 심리학과와 신경생물학과 교수인 존 크리스털 박사는 엄마에게서 분리된 갓난아기가 받는 영향은 상당히 심각하다고 밝혔다. 엄마와 떨어진 생후 이틀 된 아기의 심장박동 수와 자율신경계의 활동은 다른 아기들보다 176%나 높았다. 엄마에게서 떨어진 갓난아기가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그의 연구로 분리불안이 갓난아기들에게 얼마나 중대한 생리적 스트레스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발달장애가 엄마와 갓난아기의 분리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도 새삼스러운 발견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수세기 동안 갓 태어난 새끼동물을 어미에게서 떼어놓고 새끼들의 뇌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연구해왔다. 그런데도 병원이나 사회가 엄마와 아기를 대하는 방법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참담하게도 어미와 갓난아기의 분리는 결과적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대물림 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아이들은 돌봄기관에 맡겨졌다가 다시 학교에 맡겨지고, 어른들은 심장마비가 올 때까지 일을 하다가 노인이 되면 요양기관에 맡겨져서 죽음을 맞이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가 잃는 것은 결국 사랑이다. 배변이나 목욕 같은 기본적인 생리활동을 처리해주는 의무적인 돌봄과, 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주는 친밀함의 경험은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우리는 삶의 단순한 행복을 의도적으로 지우고 있는 것이다.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는, 우선순위를 바로잡는 것이다. 좋은 삶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서 그것에 맞춰 우리 삶의 정책들을 재조정해야 한다. 임시 보육사인 브로니 위어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가장 큰 후회가 ‘너무 일만 열심히 해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그들의 후회는 자녀들과 유아기를 함께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변화를 이루어내려면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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