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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05. 2017

01. 일자리가 아니라 일이 사라진다.

<2035 일의 미래로 가라>

2016년 다보스포럼은 미국에서 일자리의 47% 정도가 10년에서 20년 사이에 위협받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라고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니 미국보다 더 일찍,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기존산업의 권력은 대기업과 같은 일부 소수가 가졌다. 하지만 그들의 권력이 소비자라고 생각하던 다수에게 넘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소수가 다수에게 해체되기 시작했다. 소수를 해체하는 것은 그들이 가졌던 권력의 이동이다. 다만 소수가 그것을 모를 뿐이다. 안다고 해도 손쓸 방법이 별로 없다. 한 가지 확실한 방법이 있다면 소수가 다수의 편이 되는 것이다. 착한 미디어, 착한 기업, 자신들이 아닌 고객을 대변하는 기업 말이다. 나쁜 미디어, 나쁜 기업, 자신들을 대변하는 기업은 순식간에 망한다. 이제 권력은 다수에게 넘어갔다.
   


  소수에 속하면서 가장 둔한 기업이 은행이다. 은행은 무엇으로 먹고살까? 은행은 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수익, 자신들이 ‘예대마진(預貸 Margin)’이라고 명명한, 국적도 알 수 없는 용어가 돈을 벌어준다고 지금까지 주장해왔다. 그렇다면 예금은 누가 하고 대출은 누가 할까? 예금은 다수가 하고 대출은 소수가 한다. 그러니까 일반인들의 예금을 모아서 기업에 대출하는 착한 일을 한다고 그들은 설명하는 것이다. 실제로도 그럴까? 아니다.
     
  은행은 일반인의 돈을 모아서 일반인인 다수에게 대출하는 일에 파묻힌 지 오래다. 돈이 없는 사람에게는 같은 돈을 주면서 엄청나게 높은 이자를 받는다. 돈 많은 사람에게는 제발 자기 돈을 빌려 가라고 아우성이다. 돈 많은 사람에게는 담보도 필요 없고 이자도 아주 싸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돈 없는 사람이나 작은 기업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돈은 오로지 소수인 가진 자와 큰 기업의 것이다. 그런데 그 소수가 무너지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소수가 무너질까? 그리고 소수가 여기저기서 무너지면 은행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작은 기업은 과연 어떤 방법으로 돈을 마련할까? 우선, 소수가 무너지는 방식을 이해하려면 빙하가 무너지는 방식을 이해하면 된다. 많은 사람이 빙하가 녹아내린다고 생각한다. 지구온난화가 서서히 빙하를 녹여 빙하가 점점 작아진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빙하는 그렇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지구온난화는 낮 동안 빙하의 표면을 살짝 녹인다. 녹은 물은 얕은 곳으로 흐른다. 그러다가 빙하에 난 작은 상처, 그러니까 살짝 팬 곳에 고인다. 빙하의 작은 틈에 녹은 물이 흘러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밤이 온다. 밤이 되면 다시 기온이 낮아져 고인 물이 언다. 물이 얼면 부피가 팽창한다. 물이 얼어 팽창하면 빙하의 작은 틈이 약간 더 벌어진다. 그리고 낮에는 그 틈 속 얼음이 녹아 물이 되고 틈에 더 많은 물이 고인다. 밤에는 어제보다 조금 더 많은 물이 얼며 틈을 키운다. 이런 일이 밤과 낮을 반복하며 계속된다. 어떻게 될까?
     
  여러분이 가끔 뉴스에서 본 그런 일이 벌어진다. 어마어마한 빙하가 산산조각이 나면서 바다로 곤두박질한다. 이제 바닷물이 떨어져나온 빙산을 통째로 집어삼킨다. 바다에 떨어진 빙하는 더 쉽게 조각난다. 시간이 흐르면 빙산은 조각난 작은 유빙이 되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사라져 간다. 이것이 소수가 해체되어 사라질 방식이다.
     
  권력을 가진 소수가 망하면 은행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런 일을 약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직접 목격했다. 은행이 망하지 않을 것 같지만, 여러분이 기억하는 이런 이름은 이제 없다. 경기은행, 동남은행, 대동은행, 동화은행, 충청은행. 이들은 자본잠식으로 퇴출당했다. 상업은행, 한일은행, 보람은행, 서울은행, 주택은행, 장기신용은행, 평화은행은 구조조정으로 다른 은행에 합병되었다. 충북은행과 강원은행은 조흥은행에 인수된 후 신한은행에 합병되었다. 제일은행, 한미은행, 외환은행은 외국자본에 넘어갔다. 외환은행은 현재 충청은행을 흡수한 하나은행에 인수되었고 우리은행은 아직 주인을 못 찾았다.
     
  은행은 원금에 관해서는 잘 이야기하지 않지만, 빌려준 원금을 이자와 함께 받아야 살아갈 수 있다. 빌려준 원금을 못 받으면 망한다. 1997년 말 IMF 관리체제가 시작되면서부터 은행은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깨우침을 얻었다. 원금을 받으려면 아주 극소수의 잘나가는 대기업에 빌려주거나 개인에게 담보를 요구하고 빌려줘야 한다는 깨우침 말이다. 그래서 은행은 스타트업에는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개인대출도 철저하게 담보대출로 제한했다. 담보를 요구하지 않는 개인은 대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앞으로 돈을 버는 기업은 전부 스타트업들이다. 은행이 돈을 빌려준 대기업은 점점 해체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5년 치, 10년 치 일감을 확보했다던 조선산업이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생각해보라. 해운업은 어떤가? 여러분 중에도 은행에 가본지 한 달도 더 된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심지어 내 주변에는 언제 은행에 갔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은행을 입출금 위주로 활용한다면 일 년을 가지 않아도 별 탈 없이 살 수 있는 사회가 된 걸 은행만 모른다.
     
  은행이 외면하는 스타트업들은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까?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스타트업이라고 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만 좋다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다수에게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어 투자금을 갚을 수도 있고 빌릴 수도 있고 출자할 수도 있다. 은행이 버린 그 자리에 다수가 모여 새로운 금융을 만들고 있다.
     
  이제 인터넷은행도 새로운 금융에 가세했다. 인터넷은행은 무점포가 무기다. 무점포라는 말은 커다란 간판을 걸고 가장 비싼 위치에 있는 은행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최소한 점포는 그렇다는 말이다. 점포가 없으니 비싼 임대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고 그 안에서 일할 사람도 줄어든다. 심지어 몇 푼 안 되는 돈이 있는 은행 점포를 경비할 필요도 없다. 선택은 다수가 하면 된다. 점포를 가진 은행에 가서 높은 이자를 주고 돈을 빌릴 것인가, 아니면 인터넷으로 훨씬 저렴하게 돈을 빌릴 것인가?
     
  문제는 그 피해를 다시 고스란히 은행 직원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일이 이제 은행에서만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여기에 자동화된 공장과 우리가 얼마 전 봤던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이 산업으로 들어가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다. 그 미래를 앞으로 확인하고 내 일에 대입해보자. 
     
  다음 회에는 <2025년, 폭발적 일의 해체>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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