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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08. 2017

05.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다.

<밥벌이 페이크북>

또라이라고 부르는 나의 심리는?


이런 상황을 가정해 보자. 나는 우리 팀 김 팀장을 또라이라고 부른다. 물론 밖으로 드러내고 그렇게 부르진 않는다. 나는 동료들과 같이 있으면 김 팀장을 도마 위에 올리고 난도질한다. 동료들도 역시 김 팀장을 또라이라고 생각한다.

사진: Freepik.com

잘 생각해 보자. 남을 또라이라고 부르는 것 이면에는 묘한 심리가 숨어 있다. 남을 깎아내리는 것으로 나를 추켜세우고 싶은 욕망이 숨어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자. 도마 위에 올려진 사람에 대한 열등감이라기보다 남을 깎아내리면 내가 돋보일 것 같은 그런 심리가 아닐까 싶다.

흡연실에서 한 동료에게 김 팀장에 대해서 나는 이렇게 투덜댄다.

“김 팀장이 이런 업무를 지시했는데 내 생각엔 정말 비효율적인 것 같아.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건데. 김 팀장 정말 또라이 아냐?”

이 말을 하는 나의 속뜻은 이렇다.

‘나는 김 팀장처럼 그렇게 비효율적으로 일하지 않아. 난 효율을 중시해. 그래서 김 팀장보다 훨씬 능력 있고 스마트하지. 난 능력이 부족한 또라이 김 팀장하고 완전 다르다는 것을 동료인 니들이 알아줬으면 해.’

남을 비하하거나 깎아내리면 내가 더 돋보인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인간의 본성이다. 인간 본성을 떠나 일단 속이 후련하다. 하지만 좀 더 연륜이 쌓이면 이런 행위는 성숙하지 못한 행위라는 사실을 금세 깨닫게 된다. 남을 깎아내리지 않아도 내가 능력이 있다면 아무 문제없다. 주머니 속 송곳은 자연스럽게 주머니를 뚫고 튀어나오게 되어 있다. 설령 자신이 ‘낭중지추(囊中之錐)’가 못 된다고 해도 약간의 자기 PR 요령만 익힌다면 얼마든지 스스로 발광할 수 있다.

내 상사가 또라이 짓을 하든 말든 관심을 꺼야 한다. 그 또라이 지시를 받는 순간은 괴롭겠지만 그도 그렇게 살다가 조만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것이다. 내가 할 일은 국수 가락 뽑아내듯 그들에게서 장점만 뽑아내면 된다. 나와 같은 직장에 다니는 한 나보다 나은 점도 분명 한 가지는 있다. 정말로 그 또라이에게 뽑아낼 장점이 하나도 없다면 반면교사(反面敎師)라도 삼아야 한다. ‘아, 난 저런 인간이 되지는 말아야지’라고 다짐이라도 한다면 그나마 하나는 얻은 것이다.


영화에서 찾은 밥벌이 가이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 2006)


또라이 상사의 유쾌한 반전

또라이가 부하 직원이라면 신경쓰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만일 상사가 또라이라면 보험 하나 든다고 생각하자. 매월 내는 보험료는 아깝지만 연체하지 않고 꼬박꼬박 성실하게 납부한다면 그 보험이 때에 따라 내게 생각지 못한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사람 일이란 참 알 수 없는 것이다. 이렇듯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과감히 투자하는 것이 진짜 내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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