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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13. 2017

07. 위험한 일자리 3가지와 휴머니즘

<2035 일의 미래로 가라>

가장 위험한 일자리는 서비스, 에너지, 금융 분야다. 일자리가 사라지면 유사한 직종으로 이동할 수 있을까? 전혀 불가능하다.

     
인터넷은행에 계좌를 개설한 사람이 직원을 만날 일이 있을까? 시중은행도 마찬가지다.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을 하는 사람이라면 은행에 갈 일은 많지 않다. 인터넷으로 쇼핑하거나 텔레비전으로 홈쇼핑하는 비율이 늘었다는 말은 매장에서 사람을 만나 설명을 들으며 쇼핑하는 비중이 줄었다는 말이다. 매장이 커지는 것도 한몫한다. 대형 할인점에서 물건을 살 때 물건 하나하나에 관해 묻지 않는다. 우리가 제대로 사람을 마주하게 되는 곳은 계산대에서다. 하지만 대화가 길어지면 문제가 생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미 서비스산업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사람을 제거해 나갔다. 사람이 필요하더라도 되도록 얼굴을 보지 않고 음성으로만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제품이나 서비스에 문제가 생긴 때다. 아무리 물건을 사고파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인간적인 대화가 오갈 리 없다. 가장 인간적인 대화의 수준은 ‘언제까지 고쳐서 보내주겠다’는 것이 전부다.
     
서비스산업에도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로봇이 물밀 듯이 들어올 것이다. 호텔, 물류, 판매 등은 일차적으로 로봇이 점령할 곳이다. 특히 음성인식 기술이 지금보다 아주 조금만 더 발전하면 로봇에 언어마저 장벽이 되지 않는다. 하나가 된 세계에서 언어장벽이 사라진 로봇의 등장은 인간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를 급속하게 하락시킬 것이다. 드론과 같은 배달 로봇이 등장하면 유사 직종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할 것이다. 배달 로봇은 더 많은 물건을,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원하는 시간에 배달해준다. 그조차 하늘과 땅을 가리지 않는다.
     
앞으로는 가장 긴 시간 사람을 만나 함께하던 사무실과 공장에서 사람이 사라진다. 제품을 사기 위해 매장에 나가 사람을 만나는 일도 줄었지만, 산 물건마저 드론과 같은 로봇이 배달한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경비하는 사람 대신 무인경비시스템이 사람을 맞는다. 실제로는 사람을 맞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확인하는 것이다. 자동화된 집에서 가족과 대화하고 도움을 받는 일도 줄었다. 가족이 마주 앉아서도 각자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것처럼, 가족보다 음성 비서가 훨씬 친근하다.
     
사람이 사라지면 같이 사라지는 것이 있다. 사람 냄새, 휴머니즘이다. 휴머니즘(Humanism)은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인도주의나 인본주의라고도 한다. 사람이 중심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사람이 사라지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휴머니즘이 사라진다. 한번 생각해보자. 휴머니즘이 사라진 세계에 왜 인간은 존재할까? 인간다움이 사라지면 무엇이 인간다움을 대신할까? 인간다움을 대신할 것이 있기는 한가?
     
미국에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우리나라보다 2년 정도 먼저 일반화한다. 약간의 시차는 생기겠지만, 미국은 2023년, 한국은 2025년이 될 것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우선 철로와 같은 노선을 움직이는 기관사나 운전자를 거의 사라지게 한다. 이미 이 시기에 무인택시는 선택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된다.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 트럭들이 고속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일자리 공포에 사로잡힌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철로 위를 질주하던 증기기관차가 산업화의 상징이라면, 소리 없이 고속도로를 줄지어 질주하는 자율주행 전기 트럭은 대량 실업의 상징이다.
     
도로를 질주하는 전기 트럭들은 물류 회사가 아닌 트럭 제조사에서 보험을 든다. 사고를 거의 내지 않는 이 트럭의 보험료는 다른 트럭의 5%에 불과하다. 피할 수 없는 고장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대비책이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은 근본적으로 사고를 예방하지만, 사고 크기를 줄이고 사고가 발생해도 대응 속도가 빨라 손해가 적다. 사고가 줄자, 화재보험, 운송보험, 해상보험, 자동차보험 등 모든 손해보험 분야가 타격을 받았다. 손해보험은 최대의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2023년, 사람들은 일자리가 무섭게 로봇으로,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현장을 보기 시작한다. 
     
절대 바라지 않는 일이지만, 2035년 이후 기계가 인간이 하는 거의 모든 일을 대체해가면 어떻게 될까? 어떤 사람들은 인간이 일하지 않고 사는 유토피아(Utopia)가 온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모든 것이 파괴되고 억압받는 디스토피아(Dystopia)다. 앞서도 설명했지만, 결국 누군가는 모든 정보, 지식, 돈을 통해 권력을 장악한다. 특히 이 과정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일자리를 잃는 고통이 따른다. 이때 국가의 역할과 시민의 저항과 감시가 중요해진다. 지켜야 할 것은 자유이고 인간으로 사는 삶이고 시민의 권리다. 디스토피아를 피하는 유일한 길이다.
     
다음 회에는 <2025년, 내 일자리는 해체될까>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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