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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15. 2017

01. 골목 빵집의 생존 분투기

<대한민국을 살리는 중소기업의 힘>

                                                 

“동네 빵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형 제과 프랜차이즈가 인근에 입점한 이후로 매출이 빠르게 감소되고 있습니다. 머그컵과 빵을 무료로 나눠주고, 통신사 포인트 할인을 해주는 등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당해낼 수가 없습니다. 얼마 전에는 가게에 찾아온 일본인 학생들이 일본에서는 영세가게 옆에 대형 프랜차이즈가 들어서는 일이 없다고 하더군요. 우리처럼 작은 가게들이 망할 때까지 프랜차이즈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갈 것 같습니다. 저 같은 영세상인도 먹고살 수 있도록 정부가 이런 현상을 막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자유시장경제의 논리를 가진 학자들이나 전문가들이 강하게 비판하는 중소기업 정책 중 하나가 ‘적합업종제도’다. 적합업종제도가 경쟁을 억제하고, 소비자 선택을 제한한다는 논리다. 빵집 간 500m 거리 제한을 두는 것에 대하여 “골목에 자영업자의 빵집이 있으면 그 골목에 사는 소비자는 대기업 빵은 먹지 말라는 것이냐?”고 하면서, 이는 소비자의 선택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아주 나쁜 제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기업과의 무제한 자유경쟁을 허락하면 골목 안 개인 빵집은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골목에 사는 소비자까지 모두 대기업이나 재벌기업의 빵밖에 먹을 수 없게 된다. 결국 역으로 소비자 선택을 제한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적합업종제도가 소비자 선택을 제한한다는 주장은 억지 논리에 가깝다. 역세권에는 거리 제한이 없기 때문에 얼마든지 빵집을 열 수 있고, 소비자 선택의 기회가 열려 있다. 역세권에 치킨집처럼 빵집이 과밀해서 경쟁이 치열하고 영업이 어려워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역세권의 높은 임대료를 감안할 때 어느 정도의 진입장벽이 형성되기 때문에 시장 기능에 의한 조절이 가능하다.

자유시장론자들은 또 다른 반론을 제기한다. 자유경쟁을 허용하여 자영업자들 스스로가 경쟁력을 높여서 살아남아야지, 소비자에게 억지로 질 나쁜 빵을 먹게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한 의견이다. 실제로 특화된 제빵 기술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경쟁력을 유지하는 골목 빵집도 있다. 이러한 사례를 들며 자신들의 주장의 타당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도 보편적 설득력을 갖기는 어렵다. 대부분 동네 빵집의 경우 자본력과 혁신기술, 마케팅력을 가진 대기업과 경쟁할 경우 실패하거나 경영난에 봉착할 확률이 높다. 살아남는다 해도 수익성이 저하되고 생계를 위협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결국 이러한 주장은 자본의 힘에 의한 약자의 도태 현상을 옹호하는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진입장벽 제한에 대한 또 다른 반론이 있다. 바로 파리바게트처럼 중소기업에서 출발하여 대기업이 된 경우, 대기업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진입을 제한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논리다. 파리바게트에게 연 3% 이내의 확장 자제를 요구했는데, 본질적으로 정부가 어느 특정 기업에게 “당신은 매년 얼마 이상은 확장하지 마시오.”라고 하는 것은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제도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점에서 여러 가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성장을 더 하고 싶으면 포화된 내수시장에서 제로섬 게임을 하기보다 해외시장으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파리바게트는 중국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다른 해외시장의 개척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국내시장에서의 확장 억제 결과라고 말한다면 반론의 여지가 있겠으나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는 바람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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