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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15. 2017

09. 9개의 블록이 미래를 결정한다.

<2035 일의 미래로 가라>

가장 중요한 일은 미래를 새롭게 설계하는 일이다. 그중에서 가장 효율적인 일은 국가의 미래, ‘아이들의 교육’을 미래에 맞추는 일이다.
Anthony Atala: Printing a human kidney | TED Talk / 3D 프린터로 만든 자가세포 인공 신장


     
지금부터 2025년, 2035년 그리고 2045년 이후의 더 먼 미래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들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것을 9개의 블록으로 그려봤다. 시간이 단절된 것이 아니니 시기에 따라 블록 간 중요성의 차이는 생기겠지만, 중요한 요소들이 놓인 블록 위에 새로운 블록이 전면에 부상하면서 융합하는 구조로 세상이 움직일 것이다. 맨 아래의 블록 4개는 초기부터 계속 융합의 기초재료가 될 것들이다. 그다음 3개는 2025년이 되면 전면에 부상하기 시작하는 새로운 블록들이다. 마지막 2개의 블록은 과거에 이미 등장했지만, 2035년이 넘어가면서 그 중요성이 급부상하는 블록들이다.       

[미래를 융합하는 9개의 레고 블록]


왜 하필이면 레고(Lego) 블록일까? ‘가상세계의 레고 블록’에서 설명한 이유와 같다. 각 블록이 하나의 독립된 완성품이자 다른 블록과 융합하여 새로운 미래를 만들 블록이기 때문이다. 식량은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을 만나 대량생산의 길을 열어줄 수도 있지만, 디지털 권력을 잘못 만나 일자리가 사라진 세계에서 지금보다 더 큰 분배의 문제를 키울 수도 있다. 투명한 정치가 디지털 권력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면 디지털 권력이 실제 권력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휴머니즘은 사라지고 로봇만 남는다. 
     
식량과 에너지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 다만, 이 둘은 먹고사는 문제다. 2020년이 오기 전까지는 예행연습에 불과하던 일자리 해체가 거대한 파도가 되기 시작한다. 2023년, 4단계와 5단계 자율주행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파도는 덩치를 키우며 일자리를 순식간에 삼켜버린다. 자율주행 자동차로 시작한 인공지능은 병원, 공장, 학교를 가리지 않는다. 3D 프린터가 다시 자동화된 공장과 경쟁한다.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해진 사람들이 주변에 가득해진다. 2030년이 가까워지자 공장에서 사람이 거의 사라진다. 사람들은 정치가 힘을 발휘하길 원하고, 신경제학으로 새로운 분배의 정의가 세워지길 바란다.

하지만 한 편에서는 디지털 권력이 엄청나게 힘을 키운다. 감시와 통제로 사생활이 사라진 세계처럼 보인다. 나를 드러내지 않으면 어둠의 세계에서 살아야 할 것처럼 모든 것이 드러난다. 정치권력과 디지털 권력은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둘 다 인간의 힘으로 만든 것이지만, 지성으로 만들어진 정치권력이 이성으로 만든 디지털 권력을 통제하길 바란다. 사람이 우선인 사회가 유지되면 휴머니즘과 로봇이 공존할 수 있다.
     
2045년이 지나면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가 지구에 발을 디딘 후 30,000년 만에 처음으로 일에서 자유로운 시기가 올 수 있다. 단, 휴머니즘이 살아남는 경우만 해당한다. 건강과 삶의 선택권도 주어진다. 앞으로 30년, 그러니까 산업혁명 이후 300년간 달려온 인간의 과학기술 혁명이 결실을 보는 순간이 이 시기에 온다. 하지만 이것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미 시작된 ‘사라지는 일자리’의 고통을 견뎌야 하고, ‘인간의 삶이 무엇인지’, 우리가 ‘미래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 것인지’ 모두가 동의해야 가능한 일이다. 미래로 가는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사라진 일자리 너머

일자리가 사라진 세계를 어렵게 상상할 필요는 없다. 일자리는 이미 사라지기 시작했고, 실제로 그것을 서서히 피부로 느끼고 있다. 경제 규모는 커졌지만, 일자리는 늘지 않았다. 과거에는 1970년생 100만 명도 부족했지만, 지금은 1990년생 65만 명의 일자리도 감당하기 어렵다. 그조차 지금은 공공 일자리 등으로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지만 계속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는 청년 실업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연령대에서 실업의 문제가 부상한다.

책 대부분에서 강조한 대로 해결책은 두 곳에서 만들어야 한다. 하나는 정부고 하나는 일자리가 필요한 개인이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든다고 생각하겠지만, 적어도 지금 존재하는 대기업은 아니다. 대기업은 오히려 일자리를 줄인다. 정부는 자동화된 공장이든 수공업을 하는 공장이든 공장이 우리나라에 있도록 해야 한다. 그나마 줄어드는 일자리를 유지하는 방법이고, 완전히 자동화된 공장이 들어차더라도 세금을 걷을 마지막 수단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과 중국도 자국에 공장을 유치하고 심지어 공장을 사들이는 데 모든 것을 걸었다. 
     
지금 유럽 선진국이나 미국, 일본은 일자리 문제를 걱정하는 우리와 달리 사람이 부족하다. 같은 고민거리라면 소득이 늘지 않는 것이다. 왜 그럴까? 위에서 설명한 대로 대기업이 일자리 창출에 전혀 이바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고임금인 대기업에서 일자리를 줄이기 때문에 실업률이 낮아도 국민 전체로 보면 소득이 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경쟁은 계속된다.

사람이 부족해 인력난을 겪는 선진국은 자동화가 해법이다. 그러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더 좋은 제품을 더 싼 가격에 만들 수 있고 인력난도 해결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 받쳐줄 체제가 갖춰졌다면 더 좋다. 그뿐만 아니라, 공장이 자기 나라 안에 건설된다면 미래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최소한 만드는 만큼 세금은 걷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진퇴양난이다. 자동화로 일자리가 줄어도 문제고, 자동화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이나 품질 경쟁력에서 뒤처져도 문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제조업이 전부 밖으로 나갔기 때문이다. 기업은 저임금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하지만 한국에는 일자리가 사라졌다. 서비스업은 돈을 쓸 사람이 있어야 성장하는데 부채만 가득한 가계로는 그조차 불가능하다. 제조업은 자동화되어도 제품이 만들어진다. 앞으로 계속 자동화되면 제조업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속도로 줄어든다. 임금이 덜 중요해졌으니 다른 유인책을 만들어 다시 제조 강국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급속도로 커지는 분배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대량 실업은 세수의 감소가 아니라 증발이다. 복지의 재원이 순식간에 복지의 대상으로 바뀐다. 세금을 걷을 방법이 마련되기도 전에 쓸 곳이 급속도로 는다. 문제가 돌이키기 어려워진 수준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2023년 정도가 실업의 물결이 파도가 되는 지점이다. 심각성이 최고조에 달한 것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말이다. 분배의 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전에 분배의 정의를 만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것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라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정부가 할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미래를 새롭게 설계하는 일이다. 그중에서 가장 효율적인 일은 국가의 미래, ‘아이들의 교육’을 미래에 맞추는 일이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중국조차도 과학기술에 모든 것을 걸었다. 각자 비슷한 듯 다른 길을 가는 선진국들은 아이들의 ‘교육’으로, 성인들의 ‘교육’으로 자국만의 경쟁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래’를 가르쳐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스템(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은 한 마디로 ‘미래’다. 우리는 대학에서조차 제대로 미래를 가르치지 않는다. ‘무엇’을 가르칠지 확인하고 ‘어떻게’ 가르칠지 결정해야 할 때다. 그래야 30년 후에 대한민국이 있다.

개인은 무엇을 해야 할까?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민간에서 일자리가 사라지기 시작하면 공무원의 일자리조차 가시방석이 된다. 우선 성인들은 무엇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일은 그 변화의 방향, 미래에 맞춰 자기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다. 의사도, 판사도, 교사도 아이들의 미래에는 그리 썩 좋은 직업이 아니다. 공무원도 가장 머리 아픈 직업으로 분류될 것이다. 대부분이 미래가 가는 방향으로 이동하려고 할 것이고, 그러니 정반대로 가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방향을 파악했다면 내가 선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대부분 파악하고 공감하겠지만, 서두에서 말한 대로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가 가는 방향으로 흐름을 타는 것이다. 해체의 기술이든, 융합의 기술이든, 기술이 가는 방향으로 좀 더 밀착해서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우리 산업이 이 부분에서 경쟁력을 거의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부는 중요한 과제, 차별화된 과제, 파급효과가 큰 과제, 미래에 필요한 과제를 미국의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처럼 설정해야 한다. 개인은 각자 주어진 시간이 다르겠지만, 많은 사람이 길어야 5년이면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더 심각한 일은 대부분 사람이 직면하게 될 문제다. 제조업은 공장이 하나씩 자동화되면서 서서히 실업문제를 만들다가 그 폭이 커진다. 예를 들어, 자동차산업에서 공장자동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신발공장도 어느새 자동화된 상태가 된다. 금융업을 비롯한 서비스업은 이미 폭풍이 한창이다. 여기서 직업을 바꾼 사람들이 대부분 자영업으로 들어간다.

자영업은 이중고에 직면한다. 하나는 감당하기 어려운 경쟁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의 감소다. 자영업은 이미 그런 상태에서 점점 심화해 폭발 직전이다. 자영업이 종착지가 되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돈을 쓸 사람이 사라지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정부는 돈이 돌지 않는 문제에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가계 빚이 느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를 촉발한다. 청년 실업 정도는 감당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전 국민적 실업은 대책을 세우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를 것이다.

조금이라도 이런 부담을 덜려면 지금부터는 자영업이 아닌 스타트업을 육성해야 한다. 청년과 마찬가지로 중년이나 기업을 경험한 사람들의 스타트업도 지원해야 한다. 오히려 기업을 경험한 사람들이 성공해 성과를 낼 확률이 높다. 우리나라는 여기가 정책에서 공백이다. 마지막까지 자동화에서 빗겨 있을 소규모 공장, 즉 중소기업도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개인들은 기술혁명의 파이프라인에서 마지막 부분으로 승부를 거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음식점 프랜차이즈보다는 지금의 킨코스(Kinkos)와 유사한 3D 프린팅 소매점이 훨씬 나은 대안이다.

이조차 불가능한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대개 가장 먼저 실업의 고통을 견뎌야 할 사람들이다. 자율주행 트럭의 등장으로 일자리가 사라진 트럭 기사와 같은 사람들이다. 버스 기사, 택시 기사와 같은 사람 들이다. 이들이 소유한 유일한 자산이던 택시, 트럭은 살 사람이 사라져 헐값이 된다. 곧이어 보험에서 일자리를 잃을 사람들이 그들이다. 한쪽에서는 금융 창구가 비어간다. 실제로는 지점이 다 사라진다. 금융업은 지점이 사라질 때 하나씩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절반이 사라지면 다행인 수준으로 사라진다. 이런 뉴스를 마주하게 되면 왜 그런지 이 책의 내용을 기억해내라.

한 가지 일만 하던 사람들이 사면에서 장벽을 느낀다면 조금 먼 과거로 돌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농촌으로 돌아간 사람들은 완전히 실패하지만 않았다면 현명한 선택을 한 사람들일 것이다. 기술이 외면하는 일을 하는 것도 좋다.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일을 하는 것도 좋다. 숲을 해설하는 일을 하는 한 친구는 우리가 가장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졌다. 자연에서 쉬어가는 쉼터를 운영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어디에나 경쟁은 불가피하다. 그래서 이런 일에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정부의 지원도 마찬가지다. 
     
알아야 할 것은 모두가 일할 만큼 일자리가 없다는 점이다. 우선 국가 간의 경쟁은 정부와 기업이 하지만, 그다음에는 사라진 일자리만 남게 되고 이는 철저하게 정부와 개인의 몫이다. 지금보다 경쟁이 덜 하거나 쉬워지는 일은 단 한 곳에도 없다. 농촌으로 돌아가도 농촌에서 일하던 사람과 새로 밀려오는 사람과 경쟁해야 한다. 일자리가 사라진 후에 시작하면 할 것이 없다. 그러니 지금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행동은 일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정부도 기업도 개인도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다음 회는 마지막으로 <일의 증발, 5년 후엔 현실이다>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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