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Jun 16. 2017

10. 일의 증발, 5년 후엔 현실이다. (마지막 회)

<2035 일의 미래로 가라>

인공지능은 알파고처럼 숨어서 바둑을 두다가, IBM의 왓슨(Watson)처럼 가능성을 보여주다가 갑자기 위력적으로 변한다. 2020년이 오기도 전에 모든 산업에 인공지능이 파고들기 시작한다. 왜 알파고가 은퇴를 선언했는지 알아야 한다.

     
  우리는 수많은 자료와 많은 사람의 생각을 정리하고, 사실을 확인하고, 그 자료와 생각의 연계성을 찾아내고, 일의 문제에 대입하면서 몇 가지 중요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은 과거처럼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확신이다. 구석기 시대 이후 인류의 역사가 30,000년이라면 구석기인이나 우리의 할아버지가 살던 구간의 시간 흐름은 같았다. 구석기인이나 우리의 할아버지는 태어났을 때와 죽을 때의 환경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이 시간은 너무나 다르다

독자들은 닥쳐올 일과 일자리에 더 관심을 두겠지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지점은 30년 후다. 30,000년간 계속해 온 인류의 삶이 300년도 안 되는 산업혁명으로 완전히 바뀌기 시작해서 앞으로 30년이면 인류의 운명이 결정된다. 우리는 70대를 거의 마감하는 시기고, 우리의 아이들은 40대나 50대가 된다. 독자들도 자신의 나이, 아이들의 나이를 대입해보기 바란다. 30년 후에 살아있다면, 인류가 어떤 모습이 될지 볼 수 있게 된다. 
     
2016년에 우리도 알파고를 처음 봤다.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고 있었지만, 충격은 생각보다 컸다. 당시에 이런 내용의 칼럼을 썼다. ‘다시는 인간이 알파고를 이길 수 없다.’ 당시에 이세돌이 알파고를 딱 한 번 이긴 이유는 간단했다. 대국을 두는 동안은 알파고가 이세돌을 학습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니 알파고는 매번 첫 대국과 같은 상태로 이세돌과 대국을 한 것이다. 오히려 이세돌은 알파고를 공부했고 그렇게 딱 한 번 이겼다.

  이세돌은 “오늘의 패배는 이세돌의 패배지 인간의 패배는 아니다.”라고 했지만, 우리는 다시는 인간이 알파고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사실은 2017년 5월에 알파고가 커제를 만나면서 증명했다. 이런 알파고가 바둑을 두는 모습은 이제 보기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이름을 바꾼 알파고를 모든 곳에서 만나게 된다. 자동차에서, 공장에서, 병원에서, 심지어 스마트폰에서도 만나게 된다. 솔직히 우리는 두렵다.
     
2025년이면 가능해질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뇌와 컴퓨터를 항상 온라인 상태로 연결하는 일이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는 일이 그냥 생각만으로 해결된다. 누구나 알파고에 연결할 수는 없겠지만, 누군가는 알파고에 연결될 것이다. 1년 만에 다시는 바둑으로 이길 수 없는 상태가 된 알파고가 10년쯤 뒤에는 어떤 존재가 되어 있을까? 물론 바둑이 아닌 분야에서 말이다.

생각해볼 과제가 많아졌다.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에 연결된 인간이 지금의 인간과 같은 인간일까? 과연 그들과 같이 살아갈 수 있을까? 아니다. 주객이 전도되었다. ‘그들이 우리와 같이 살려고 할까?’ 하지만 이렇게 인간이 직접 컴퓨터에 연결되지 않아도 인공지능은 계속 발전해서 30년 후에는 모든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지능이 된다.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다. 앞으로 30년은 인류의 역사 30,000년보다 복잡하고 길다.
     
두 번째로 생각한 것은 ‘우리는 어떻게 굶주리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배운 대로 우리는 실제로 가진 것이 없다. 경쟁에서 뒤처지면 바로 굶주리게 된다. 지금 청년실업을 말하지만, 왜 그런지를 말하는 사람은 없다.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되었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국내에 공장이 없기 때문이다. 점점 자동화된 공장은 생산성이 올라가면서 사람이 덜 필요하게 되어 사업이 커져도 자리가 전혀 늘지 않았다. 사람이 필요한 일은 저임금을 명분으로 중국으로, 동남아로 나갔다. 물류비를 절약한다고 선진국에도 공장을 세웠다.

  대기업에 세금을 깎아주면 투자를 늘려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맞는 말이다. 기업가는 돈이 생기면 쌓아두는 것보다는 투자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투자, 그러니까 공장을 짓는 일을 대부분 한국에 하지 않는 데 문제가 있다. 헝가리에, 미국에, 중국에 공장을 짓는다. 일자리는 우리 것이 아니라 외국인의 차지다. 대기업에 세금을 깎아주고 우리가 대신 낸 세금이 외국에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서비스업은 돈이 돌아야 일자리가 생긴다. 누군가 물건을 사줘야 파는 사람의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겠는가? 중년층은 가계부채가 쌓여서 이자 내기도 바쁘고, 청년들은 일자리마저 없으니 돈을 쓸 수가 없다. 일자리가 없는 청년을 둔 부모는 돈을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다. 2017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더욱 쓸 돈이 없다. 서비스업에도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없는 구조적 이유다.
   

  
지금 선진국은 거의 완전고용 상태다.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일이 있다. 일본은 사람이 부족해서 사람을 구하는 수준이 아니라 회사가 애걸복걸한다. 독일은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 것을 대비해 20년 전부터 공장자동화를 추진했다. 우리하고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이 뒤를 받친다. 대기업이 공장을 자동화하면 중소기업은 더 좋은 인력을 데려올 수 있다. 대기업은 자동화하면 생산성과 품질이 모두 오른다. 더 많은 제품을 팔게 되어 중소기업의 일도 동시에 늘어난다. 공장을 가진 나라의 이야기다.

건설산업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제조업처럼 보이지만, 건설이 끝나면 굴착기와 일이 사라져 한숨짓는 사람만 남는다. 특히 건설의 대상이 생산이나 제조와 덜 관계된 일일수록 그렇다. 건설업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공장을 건설하는 대신 비버처럼 집만 짓거나 댐만 만들거나 하는 이상한 일을 했다는 말이다. 미국, 독일, 일본과 같은 나라가 앞으로 다가올 30년을 준비하는 동안 한 일이어서 더 문제다.
     
공장에서 사람, 그러니까 인건비는 이제부터 별로 중요하지 않다. 자동화된 공장을 지으면서 인건비가 문제라면 말이 되지 않는다.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는 으름장에 맞서 우리도 우리 땅에 공장을 건설하게 해야 한다. 똑똑한 청년들에게 취업이 안 되니 일본에서 일하라고 하는 것은 일본 사람이 되라는 말과 같다. 이것은 나라다운 나라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다. 하나라도 공장을 우리나라에 더 짓게 해서 나간 사람도 불러들여야 한다.

  공장이 자동화하면 자동화하지 못한 공장은 급속하게 경쟁력을 잃는다. 새로운 공장을 계속 외국에만 지은 우리가 당면할 문제다. 대기업은 외국에서 공장을 가동하면 그만이지만, 경쟁력을 잃은 국내공장을 폐쇄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근로자의 몫이다. 물론 이 공장에 납품하는 수많은 중소기업이 연쇄적으로 문을 닫는다. 그저 중소기업을 지원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공장이 들어서는 것이 먼저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생각한 것은 ‘우리에게 미래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미래는 두 구간이다. 하나는 앞으로 30년이고, 다른 하나는 그 이후의 미래다. 앞으로 30년은 앞으로 5년에 달렸다. 새로운 정부와 관계없이 시간으로 그렇다. 2022년이나 2023년이면 이 책에서 말한 그런 기술과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더 많은 기술이 파도처럼 덮친다. 이때는 생각을 바꾸고 무언가를 하려고 해도 때를 놓쳐 할 수 없는 시기다. 앞으로 5년간 새로운 공장이 얼마나 들어서고 얼마나 들어설 계획이 세워지느냐가 그대로 우리의 미래가 된다.

  30년 이후의 미래는 두렵다. 이때는 인류의 문제이니 국가의 문제도 아닐 것이다. 어떤 사람은 지금과 똑같은 사람이고, 어떤 사람은 신처럼 느껴질 것이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순수한 인간보다 100억 배나 뛰어난 인간이 과연 같은 공간에 공존할 수 있을까? 한쪽에서는 환경을 극한으로 파괴하고 한쪽에서는 환경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이 인간이다. 인간이 30,000년간 해온 이런 모든 일의 결과가 종지부를 찍는다. 30년 이후의 미래는 이 결과에 달렸다.
     
30년 후에도 가슴 뛰는 미래를 발견할 수 있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04. 대출을 잘 받을 수 있는 꼬마빌딩의 조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