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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21. 2017

03. 물욕과 정에 사로잡히지 말라.

<카페에서 만난 장자>

물욕(物慾)에 사로잡혀 하루하루 너무 바쁘다.
정(情)에 사로잡혀 너무 정신없고 막막하다.
마음의 문을 닫아버려 마음속이 불투명하고 모호하다.
몸(身), 마음(心), 정신(靈)의 고통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바쁘고막막하고불투명한 현대인의 세상

바쁘고, 막막하고, 불투명한 오늘날의 사회는 현대인이 겪는 몸과 마음의 고통을 초래한 원흉이다. ‘자연물’인 인간이 하루하루를 너무나 바쁘게 살아가는 이유는 물욕에 구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는 정(情)의 교류와 상호작용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사랑과 우정 등의 ‘정’에 이끌리면 오히려 마음의 짐이나 구속이 된다. 

사진: Freepik.com


인간관계는 왜 이처럼 긴장의 연속일까? 치열한 경쟁 때문에 서로 감정의 상처를 입히거나 받다 보니 오해가 자주 생기기 때문이다. 마음속에는 풀지 못한 응어리로 가득하고, 심한 경우 화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는 마음이 폐쇄되었기 때문에 햇빛을 받지 못해 마음속이 불투명하고 어두워진 상태에 비유할 수 있다. 또 물욕에 구속당하면 우리는 허둥지둥 바쁜 삶을 보내야 한다. ‘정’에 이끌리면 분별력을 상실하고 삶은 불안정해진다. 순리를 거스르면 마음은 폐쇄되고, 우리는 분별력을 잃고 사리가 어두워진다. 이런 상황이 복잡한 작용을 일으키면서 몸, 마음, 정신의 세 가지 차원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이런 고통은 어떤 후유증을 초래할까? 먼저 ‘자연물’인 인간이 너무 바쁜 삶을 보내면 불면증과 거식증이 나타날 수 있다. 잠을 자고 음식을 먹는 일은 인간의 본능이다. 잠을 자고 밥을 먹어야 살아갈 수 있다. 필자의 딸이 학창시절 때였다. 수업을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잠에 빠져들면, 아이 엄마는 옆에서 어김없이 잔소리를 했다. 어떻게 된 아이가 집에 오면 공부도 안 하고 잠만 자느냐는 식이었다. 하지만 필자는 아이 편을 들었다. 잠을 잘 자는 것이 얼마나 좋은 습관인지, 잠을 잘 자니 밥도 잘 먹고 얼마나 건강한지를 역설한 기억이 난다. 현대인의 많은 문제는 불면증과 거식증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는 생명체로서의 본능마저 거부하는 위험한 행동이다. 삶이 너무 바쁘면 우리의 몸은 이런 극단적인 방식으로 저항한다.

두 번째로 사회인인 우리 인간이 심리적으로 ‘막막함’과 ‘불안정함’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조울증에 빠질 수 있다. 치열한 경쟁,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의 급속한 변화, 가치관의 붕괴 등으로 우리는 심한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고 상황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울증이나 조울증에 걸리기 쉽다. 

조울증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기제가 작동하기 때문에 생긴다. 즉, 어떤 일이든 두려워하거나 신경 쓰지 않고, 어떤 문제나 위기가 닥쳐도 담대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세뇌해 자신을 초인(超人)으로 변화시키려는 본능적 노력이다. 우울증은 모두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여겨 자존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생긴다. 이런 심각한 자기 비하 때문에 문제나 위기가 닥치면 해결하기보다 회피하려고만 한다. 조울증과 우울증은 표면적으로는 양극단을 달리는 정반대 질병으로 보인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차이가 없다. 실제로 자기 자신을 부풀리려는 사람은 본질적으로 자신을 비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자신을 과시함으로써 초라하고 왜소한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려고 애쓴다. 그들은 마음의 안정이 결여되어 있고, 심리적 위축과 좌절을 겪고 있다. 그래서 자만심을 통해 자신을 부풀리려고 하는 데, 이것이 바로 조울증이다.

세 번째로 인문적 마음이 ‘어둡고 불투명한’상태는 심리적인 폐쇄 상태에 해당한다. 천리(天理)와 천도의 빛이 마음속까지 비치지 않으므로 마음은 폐쇄되고 집착에 사로잡힌다. 또한 미신이나 주술(呪術), 각종 신비로운 심령현상 등에 과도하게 빠져든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 고도로 발달하여 거의 모든 수수께끼와 의혹을 명쾌하게 해결해 주는 가장 현대화된 오늘날, 미신이나 심령현상에 심취하고 정신을 과도하게 소모하는 방식으로 자신이 원하는 해답을 얻으려고 집착한다. 이처럼 철학은 미신, 무속, 심령 등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성(理性)과 합리적 사고를 통해 인생의 해답을 알려준다. 만약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고전을 우리의 삶 속으로 끌어올 경우, 우리 현대인은 몸과 마음과 정신의 고통에 용감하게 맞설 수 있고 이를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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