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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23. 2017

04. 캘빈, 스포츠를 배우다.

<행복한 서번트, 캘빈 이야기>

캘빈이 말을 처음 타게 된 것은 5살 무렵 언어치료 선생님의 제안 때문이었다. 말을 타면 관계 및 정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에 우리 동네에서 40분 거리의 턱스베리(Tewksbury)라는 동네의 말 목장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캘빈의 나이가 어려 당나귀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균형을 잘 잡고 당나귀도 무서워하지 않아서 말을 타게 되었다. 그렇게 캘빈과 말의 인연은 6년간 이어졌다.

보스턴에서는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배워 스페셜 올림픽에 참가했던 캘빈이 애리조나에서는 승마로 참가하게 되었다. 애리조나는 카우보이들이 살았던 곳이라 말을 배울 수 있는 조건이 보스턴보다 훨씬 좋았다. 여기에는 장애아를 위한 승마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었는데, 장애아들을 위한 말은 대부분 장애를 가진 말이거나 나이가 많은 말이었다. 캘빈이 좋아했던 ‘팅커벨’은 하얀색에 이마에 검은 점이 있는 말로 캘빈과 호흡이 잘 맞았다. 말은 기수가 컨트롤하는 대로 움직이는데 어떤 때는 캘빈이 팅커벨에게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캘빈의 여동생인 하은이도 말타기를 좋아해서 함께 배웠는데, 나중에는 캘빈보다 진도가 빨라서 말과 함께 점프하는 단계까지 올라갔다. 아이들은 그 당시의 기억이 좋았는지 요즘도 가끔 팅커벨 얘기를 하곤 한다.

말을 처음 배울 때 사진. 처음에는 당나귀를 타기에 앞서 당나귀와 교감하며 같이 걷는 연습을 했다. 이후 당나귀가 가는 방향으로 리듬감 있게 중심을 잡은 다음에야 말을 탈 수 있게 했다, 보스턴, 2004년

하얀색에 이마에 검은 점이 있는 ‘팅커벨’을 캘빈은 가장 좋아했다, 2006년


보스턴의 겨울은 춥고 스산하다. 폭설이 내리면 버스, 지하철 등 교통이 전부 마비되면서 온종일 집에 있어야 한다. 그런 날에는 좁은 집에서 캘빈과 하은이를 보는 일이 쉽지 않았다. 겨울 스포츠를 시작한 이유도 추운 겨울에 아이들의 에너지를 쏟을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열심히 찾아본 결과 겨울에 인기가 많은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배우기로 했다. 자폐아들을 위한 스키 강습이 차로 3시간 거리에서 열렸지만 캘빈이 스키를 배워두면 훗날 스스로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리해서라도 강습을 받으러 갔다.

당시 캘빈은 6살이었는데 스스로 스키를 신거나 탈 수 없었다. 스키 신는 것조차 거부하는 캘빈이 과연 스키를 배울 수 있을지 걱정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우선 3명의 선생님이 눈에서 아이와 놀아주면서 스키를 타는 것이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한 후 캘빈을 보호하는 줄을 감아 한 명은 앞에서 두 명은 양쪽에서 잡고 내려왔다. 그랬더니 캘빈도 곧잘 따라 했다.

이 일을 계기로 집 가까운 곳에 여름에는 골프장으로, 겨울에는 크로스컨트리 스키장으로 운영하는 곳이 있어 레슨을 시작하고 그해 스페셜 올림픽도 나가게 되었다. 나는 스키를 즐기지 않았지만 캘빈이 배우는 운동에 대해 정보를 얻기 위해 여러 가지 운동을 함께하게 되었다. 구기 종류나 팀 스포츠는 룰을 이해하지 못해서 주로 혼자 하는 스케이트나 스키, 수영 같은 운동을 했다.

여기에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스페셜 올림픽은 일반 올림픽과 달리 참가한 학생 모두에게 격려의 메달을 주고 경주를 완주했을 경우 등수대로 메달을 준다. 8명이 참가하는 경주에서 캘빈이 2등으로 들어와 은메달을 따게 되었다. 그런데 단상에 메달을 받으러 나간 캘빈이 갑자기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며 두 팔을 하늘 높이 올리는 것이었다. 나는 왜 캘빈이 그 순간에 그런 돌발적인 행동을 했는지 알지 못했는데, 나중에 보니 디즈니 만화 영화 <뮬란>에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올려서 검을 받는 장면이 나왔다. 아마 캘빈도 메달을 검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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