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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26. 2017

06. 100점을 받은 캘빈

<행복한 서번트, 캘빈 이야기>

중학교에서는 졸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할 과목들이 있었다. 특수학교 아이들이 왜 이런 과목들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중 하나가 자연과학이었다. 별의 이름과 동식물의 생태계 등을 아이가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지만, 와닉 선생님은 학교 규정이므로 꼭 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캘빈이 자연과학 퀴즈에서 항상 100점을 받는 것이었다. 

학교 숙제가 있을 때도 원래는 내가 인터넷을 찾아서 먼저 이해한 다음에 캘빈에게 가르쳐줬는데, 자연과학 숙제는 벌써 다 배운 사람처럼 답을 써내려갔다. 깜짝 놀라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수업시간에 별로 집중해서 듣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언어는 문법이나 스펠링, 발음 등 논리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과목이고 수학은 공식을 이용하거나 질문을 이해해야 문제를 풀 수 있는데 캘빈은 이런 과목들을 항상 힘들어했다. 그런데 자연과학은 숙제도 쉽게 하고 시험도 잘 봐서 신기했다. 그러고 보니 캘빈이 어릴 때부터 남달리 기억력은 좋았던 것 같다.


세계사 수업은 매일 숙제가 있었는데 아이 혼자서는 할 수 없고 엄마나 아빠의 도움이 필요했다. 한번은 너무 피곤해서 숙제하는 것을 깜빡 잊고 잠이 들었는데, 캘빈이 새벽 1시쯤 나를 깨워서 숙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잠결에 안 해가도 된다고 하니까 결국 안방 불을 켜고 나를 깨워서 숙제를 끝내고야 다시 자러 갔다. 자폐아들은 항상 자기가 아는 대로 시작하고 끝나야 하는데 숙제를 안 하는 것은 자신의 일상 스케줄에서 벗어나는 것이기에 이를 용납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렇게 필요하지 않은 과목에도 관심을 보이고 이해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캘빈이 앞으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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